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은이 머무는 달걀 가게의 판타지아 ~동쪽 나라 & 북쪽 나라~ (6~10화)

oTaku_enen 2022. 9. 30. 00:02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오역 지적 달게 받습니다.

 

 

이벤트 기간 <2022.02.20~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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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화목하게 얘기하고 있으면, 닭 한 마리가 점주의 발밑까지 다가온다.

어리광을 부리듯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현자 : 아하하, 귀엽네요.

 

시노 : 아아, 맛있을 것 같네.

 

히스클리프 : 어이, 시노.

닭들이 꽤 달라붙네요.

 

점주는 닭을 상냥하게 안아 올려, 눈을 가늘게 떴다.

 

점주 : 제게 있어 이곳은, 가게라기보다는 집 그 자체여서…….

닭들도, 그들이 낳는 알도 제 자식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 알도 깨려고 할 때,

사실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어도,

너무 불편해서…….

 

점주는 네로 쪽으로 돌아선다.

 

점주 : 우려했던 대로, 부화하는 것은 마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태어날 수는 있습니다. 잠깐만이라도,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거죠.

그건 껍질을 깨지 않고 숨이 끊기는 것보다,

훨씬 행운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기회를, 당신이 주셨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네로 : ……그런,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어.

 

감사의 말을 앞에 두고, 네로는 우물거리고 눈을 내리 깐다.

왠지, 비가 내리기 전처럼 흐려 보였다.

 

 

그날 밤, 우리는 준비된 방에서, 각자 쉬기로 했다.

 

현자 : (……. 으음……)

 

갑자기 예정이 바뀐 탓일까.

방도 침대도 쾌적한데,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일단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잠깐 밖을 걷기로 했다.

 

 

달이 선명하게 하늘에 떠 있는 고요한 밤이다.

이따금 어루만지는 바람이 기분 좋다.

 

현자 : (어라, 누가 있어……?)

 

마당을 걷고 있으면, 연못의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두 개 보였다.

 

파우스트 : 좋은 술이네.

 

네로 : 홀짝거리기 좋지.

 

파우스트와 네로다. 아무래도, 마당의 경치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 같다.

말을 걸어도 될지 망설이고 있으면, 낌새를 눈치챈 파우스트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파우스트 : 현자인가.

 

네로 :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현자 : 잠이 오지 않아서, 잠깐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요.

두 분은 반주를 하고 계셨군요.

 

네로 : 다른 녀석들에겐 비밀이야.

점주 씨가 답례로, 라면서 몰래 술병을 줬어.

식사 시간에 다 같이 마셔도 좋았겠지만,

북쪽 녀석들에게 들키면, 순식간에 다 마셔버리니까.

 

 

파우스트 : 나는 우연히 그 현장을 봐서 말이야.

입막음의 대금으로, 지금 그 혜택을 보고있는 셈이다.

 

현자 : 아하하. 그랬던 거군요. 점주님, 감사하고 계셨으니까요.

 

네로는 쓴웃음을 보인다.

쑥스러워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거북한 것 같은 얼굴이다.

낮에, 가게 주인에게 감사를 들었을 때와 같았다.

 

파우스트 : ……혹시, 이 가게에 온 적이 있는 건가?

 

네로의 모습이 평소와 다른 것을, 파우스트도 눈치챈 것 같다.

여기에 온 뒤로부터, 네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을 자주 보였다.

암운이라고 할 만큼 짙지는 않다. 그러나 잿빛의 우울한 구름이, 항상 하늘을 덮고 있는 듯한.

네로는 눈썹을 내리고, 유리잔의 술을 입에 댄다.

 

네로 : 아니……와 본 적은 없어.

옛날에, 잠깐의 인연으로, 은의 달걀을 가졌던 적이 있는 것뿐이야.

 

현자 : 엣…….

 

파우스트 : 그런가?

 

네로 : 아아. 다만, 나한테 있어서 그다지 좋은 추억이 아니어서.

 

별 거 아닌 얘기를 한다기엔, 건조한 목소리다.

더 이상 발을 들여놓아도 되는 걸까,

나도 파우스트도 조금 주저한다.

하지만 말할 생각이 없다면, 그는 어떠려나 하고 웃으며,

얼버무리지 않았을까.

달이 떠 있는 밤은 캄캄하지는 않지만,

비밀이야기 정도는 분명 숨겨줄 것이다.

 

현자 : ……어떤 추억이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조심스레 묻자, 네로는 연못을 바라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로 : 은의 달걀을 손에 얻은 건, 순전히 운이야.

운이 좋았다는 거지. 직업상, 소문만은 많이 들었으니까,

부화시키는 법은 얻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마법으로 데우고 정성스럽게 키우면,

그 마법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하는 형태가 되어, 은세공이 생겨난다.

나도 그 방법을 제대로 지켜서.

손에 넣었을 때부터 계속, 부화시키기 위해 키웠어.

매일 마법을 걸어서 따뜻하게 해주고,

인사를 하는 것처럼, 콩콩하고 손으로 두 번 두드리고 잠드는 것이 일과가 되었어.

 

띄엄띄엄, 네로는 추억을 이야기한다.

때때로 옅게 웃으며, 잠깐 침묵을 끼고.

그리고 문득, 상처를 건드린 때처럼, 목소리를 낮춘다.

 

네로 :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무서워졌어.

이 알의 내용물은, 대체 뭘까.

나는, 내 손으로 뭘 키우고 있는 걸까 하고.

은의 달걀은, 마음 깊은 곳의 소망이 은세공이 된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이 형태가 되는 것과 같지 않나.

나는 겁에 질린 거야.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욕망과 대면하는 것에.

 

파우스트 : ………….

 

잠든 밤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이, 네로는 조용히 말한다.

우리도, 그의 목소리가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살며시 귀를 기울인다.

말할 때마다 한 모금 마셔서, 네로의 잔은 텅 비었다.

그것을 쥔 채, 빈정거리듯이 웃는다.

 

네로 : 멋없지. 딱히, 괴물이 태어나는 것도 아니야.

태어나는 건, 그냥 은세공일 뿐인데.

눈치채고 보니, 귀여워했을 알을, 다른 녀석에게 넘겨줘 버렸어.

그 녀석은 엄청나게 기뻐하면서, 나 대신 알을 키워주겠다고 말했어.

 

파우스트 : ……그 알에서는 결국 뭐가 태어났지?

 

네로 : 태어나지 않았어.

 

현자 : 에…….

 

네로 : 뜻밖의 사고로, 무심코 깨져버렸다는 것 같아.

그 녀석은 사과했고, 나는 양도한 몸이니까, 그런가, 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

그렇지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악연(愕然)했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알을 깨버린 것에 화가 난 게 아니야. 하지만…….

 

연못에 비친 둥근 달이 수면에서 흔들리고 있다.

느긋한 바람이 불어와, 소리없이 부서진다.

 

네로 : 그때, 내가 알을 넘겨주지 않았다면,

뭐가 태어났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할 때는 있어.

 

달밤 아래, 텅 빈 잔은 기댈 곳이 없다.

두 잔째를 따르지 않고, 네로는 잔을 내려놓았다.

 

네로 : 내가 겁을 내지 않았다면,

분명 알은 깨지지 않고 끝났을 거야.

껍질을 깨고, 밖에 나왔을 거야.

그 알이 그런 결말을 맞이한 건, 내 탓이야.

 

현자 : …………. 네로, 그래도…….

 

파우스트 : 그건 네 탓이…….

 

브래들리 : 꺼림칙한 성질이네. 역시 동쪽의 마법사야.

 

네로 : …….

 

현자 : 브래들리!?

 

어느새 나타난 브래들리가, 술병을 빼앗아 쭉 들이켰다.

해적처럼 아무렇게나, 소매로 입을 닦는다.

 

브래들리 : 자만하지 마. 달걀은 그냥 달걀이다.

깨졌다면, 그게 그 달걀의 운명이었을 뿐이야.

네가 그놈의 운명을 결정했다니,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거냐고.

우습구만.

 

네로 : ……뭐, 그렇네.

 

반박할 것도 아닌 듯, 네로는 약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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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브래들리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꾹 하고 삼켰다.

네로를 보는 와인레드 빛의 눈이 가늘어진다.

 

브래들리 : ……모든 걸 포기했다는 거냐. (何もかもやめましたってか)

언제까지나 지난 일을 질질 끌면서, 비굴한 핑계로 써버리고.

그럼, 그 알을 부화시키자고 말한 건 뭐야.

그때의 속죄라고 하는 건가?

그런 어설픈 연민을 위해, 저 알을 깨고,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옛날에 깨진 달걀도, 너 자신도.

 

네로 : 글쎄…….

나도 잘 몰라.

 

브래들리 : ………….

자기 이외의 무언가에 기대하기 전에,

자기 자신이 기개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네 녀석과 마주할 마음이 들지 않은 채로는,

답례로 달걀을 받아봤자, 또 도중에 놓아버리게 될 거야.

 

브래들리는 그대로 침묵하고,

네로도 등을 구부리고 입을 다문다.

침묵과 함께, 어색함과 닮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때, 거친 발소리가 들렸다.

 

시노 : 네로, 파우스트! 이런 데에 있었던 거냐!

 

네로 : 시노?

 

시노는 숨을 헐떡이며, 당황한 모습이다.

 

파우스트 :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시노 : 아까 히스와 알의 상태를 보러 갔더니,

큰일이 나 있었어. 얼른 가줘!

 

현자 : 큰일……!?

 

시노 : 얘기는 나중이야.

나는 점주를 부르러 갈게!

 

그렇게 말하고, 시노는 달려 나갔다.

 

현자 : 어, 어쨌든 가보죠……!

 

네로 : 아아……!

 

급하게 달려가면, 웅크리고 있는 히스클리프의 등이 보였다.

고요해진 양계장 안에서, 열심히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지면에 손을 대고, 격려하면서 몇 번이나 마법을 걸고 있다.

보면, 살짝 금이 간 은의 달걀이 떨어져 있다.

 

네로 : ……히스……?

 

우리들의 기색을 눈치채고, 확 하고 히스클리프가 얼굴을 든다.

도움을 청하듯, 그는 신음했다.

 

히스클리프 : 어떡하지, 알이……!

 

순찰 차원에서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거대한 알의 모습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때, 지면에 떨어진 이 알을 발견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 오늘은 저희가 와서, 닭들이 흥분했다고 점주님이 낮에 말했죠.

침착함을 잃은 닭이, 낳은 알을 떨어트린 걸지도…….

 

조금 높은 침상에 눈을 돌리자, 하얀 알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드물게 낳는다는 은의 달걀이 모르는 새 낳아져,

운 나쁘게 떨어지고 말았겠지.

 

히스클리프 : 달걀은 갈라져 있었고, 이대로는 죽을지도 몰라서…….

복구의 마법을 걸고 있었어요.

 

굳은 얼굴로, 히스클리프는 금이 간 달걀을 내려다보았다.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 없어, 답답한 듯 허공을 붙잡고 손을 잡는다.

 

파우스트 : 서두르지 않아도 돼.

달걀에 마법은 잘 걸려있어. 너다운 정중한 솜씨야.

 

히스클리프 : 파우스트 선생님…….

 

시노 : 히스, 괜찮아?

점주를 데려왔어!

 

곧, 시노가 점주와 함께 돌아왔다.

점주는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은의 달걀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상태를 확인했다.

 

히스클리프 : 정말 죄송해요…….

저희가 시끄러운 탓에…….

 

점주는 눈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창백해진 히스클리프를 위로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건넨다.

 

점주 : 부디 신경 쓰지 마세요.

보다시피, 울타리도 없는 자유로운 양계장입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도, 어떤 상황에 의해 깨져버리는 일은 때때로 일어납니다.

목숨은 무사하니까요.

 

점주는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계란을 쓰다듬었다.

 

점주 : 그러나, 이 달걀은 다행히, 무사합니다.

당신의 마법과 진력(尽力)덕분입니다.

 

손수건에서 꺼낸 달걀을 히스클리프에게 내민다.

 

점주 : 받으세요. 이제부터, 이 달걀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히스클리프 : 에? 아뇨 저, 그럴 셈은…….

 

브래들리 : 괜찮지 않냐, 받아둬.

늦든 빠르든, 달걀은 보상으로서 네 것이 될 거다.

 

히스클리프 :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직 임무가 끝나지 않았는데…….

 

점주 : 이 달걀은 당신이 구해주었습니다.

당신이 길러준다면, 이 아이도 무척 기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히스클리프 : ………….

 

히스클리프는 달걀을 빤히 보고, 양손으로 쭈뼛쭈뼛 받아들였다.

아기를 안는 것처럼 어색하고, 부드럽게.

 

히스클리프 : ……감사합니다. 저, 소중하게 키울게요.

 

 

스노우 : 호오, 이게…….

 

화이트 : 히스클리프가 받은 달걀인가.

 

미스라 : 헤에, 잘 해냈네요.

 

오웬 : 어떻게 속인 거야?

 

히스클리프 : 소, 속이지 않았어.

 

소동으로부터 하룻밤이 지난 다음 날 아침.

화제의 중심은, 히스클리프가 손에 넣은 은의 달걀이었다.

 

네로 : 어젯밤, 떨어져서 부서진 달걀을,

히스가 마법으로 구한 거야.

 

미스라 : 흐응…….

브래들리, 잠깐 알을 적당히 떨어뜨리고 오세요.

제가 구해줄 테니까요.

 

브래들리 : 조잡한 되풀이에 끌어들이지 마.

 

파우스트 : 이제 와선 사기라고, 그건.

 

현자 : 애초에 점주님이, 눈앞에 있는데요…….

 

처음 보는 은의 달걀에, 북쪽 마법사들은 흥미가 가득하다.

부러움이나 호기심, 다양한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오웬 : 저기, 은의 달걀을 키운다니,

동쪽의 마법사에겐 짐이 무겁지 않아?

망치기 전에, 내가 맡아줄까. 자, 넘겨.

 

시노 : 그만해. 히스의 알을 만지지 마.

 

 

오웬 : 시끄러운 번견.

나는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잖아.

 

시노 : 알고 있어. 히스의 달걀이 부러운 거지.

뭐, 보기만 한다면 용서해줘도 좋아.

보기만 한다면.

 

오웬 : 열받네…….

 

은의 달걀을 막 손에 넣은 히스클리프는,

아침부터 점주에게 손을 벌리고 있었다.

알을 다루는 법이나 잘 키우는 요령.

지금은, 마법을 이용해 알을 데우는 법을 배우고 있는 참이었다.

 

히스클리프 : 으음…… 이렇게 인가요?

 

점주 : 그래그래, 그 상태에요.

 

스노우 : 호오, 잘 하고 있지 않은고.

 

화이트 : 역시 동쪽의 마법사구먼.

섬세한 마법엔 솜씨가 있네.

 

시노 : 좋아. 그대로 더 칭찬해.

 

스노우 : 히스쨩 대단해-!

 

 

화이트 : 히스쨩 천재-!

 

시노 : 흐흥. 기분 좋네.

 

히스클리프 : 시노, 그만해줘…….

 

점주 : 훌륭합니다. 정말로 순조로워요.

이대로 키우신다면, 무사히 부화하겠죠.

 

히스클리프 : 감사합니다.

 

네로 : 다행이네, 히스. 너라면 분명 잘할거야.

 

히스클리프 : 응, 그러면 좋겠네.

태어날지 어떨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떨려.

 

마법 덕분에 금도 사라졌고, 은색 껍질에는 흠집 하나 없다.

히스클리프의 양손에 보호받으며, 은의 달걀은 침묵하고 있다.

머지않아 싹을 틔울 때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네로 : ……그 달걀, 뭐가 태어날까.

 

히스클리프 : 뭐려나…….

나 스스로도 전혀 모르겠어.

그러니까, 조금 무섭기도 해.

그래도…… 어떤 것이든, 태어나줬으면 좋겠어.

점주님이, 그 거대한 달걀에 안고 있는 기분과 분명 같겠지.

 

네로 : 그런가. 그렇겠지…….

 

은의 달걀 가게에 머문 지, 금새 며칠이 지났다.

여기서의 생활에 조금 익숙해져서,

푹 자고 있던 이른 아침. 눈을 뜬 것은, 시노의 큰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시노 : 일어나! 그 큰 달걀에 금이 갔어!

 

나도 마법사들도 벌떡 일어나, 바로 양계장에 모였다.

 

점주 : ……이것은…….

 

브래들리 : 드디어 나오는 건가.

 

거대한 은의 달걀의 표면에는, 어제는 없었던 번개 같은 금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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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네로 : …….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 : …….

 

이른 아침의 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팽팽하다.

그 정적 속에, 마법사들도 점주도, 숨을 죽이고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스노우 & 화이트 : ……태어난다!

 

빠직, 하고 작은 소리가 난다.

그것을 계기로, 표면의 균열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은빛 껍질이 제 역할을 마친 듯, 산산조각 났다.

 

전원 : ……!

 

안에서 나타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사자와 닮은 생물이었다.

늠름하고 사나운 얼굴에, 억센 사지. 등에는, 몸보다 큰 날개를 가지고 있다.

 

현자 : (……. 대단해……)

 

시선을 빼앗기고, 숨을 삼킨다.

무섭다고 느끼기보다 먼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신화에 나오는 짐승처럼, 그 모습은 고상하고, 거룩하다.

모두가 못 박힌 듯 서 있던 그때, 사자는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히스클리프 : ……큭…….

 

네로 : 짖기만 해도, 이 정도의 마력인가……!

 

대기가 파도를 치며, 부들부들 살갗이 떨린다.

알 속에서 자라난 엄청난 마력.

그것이 지금 풀려나, 양계장을 뒤덮었다.

 

브래들리 :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는 것 같군.

 

사자는 으르렁거리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날을 세우고 흥분해서,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다.

 

미스라 : 역시 마물이었네요.

 

오웬 : 그러니까 얼른 부숴버리자고 말했는데.

 

미스라와 오웬은 마도구를 갖춰, 이미 임전 상태다.

째려보는 사자에게 채찍을 휘두르듯이,

오웬은 차갑게 웃는다.

 

오웬 : 태어나자마자 바로 묻힌다니, 최고의 일생이네.

안심해, 가루로 만들어줄 테니까.

 

마물에 의한 적의와, 북쪽 마법사가 가져오는 몹시 서늘한 살기.

방대한 마력이 부딪혀 폭풍처럼 소용돌이친다.

 

점주 : 기다려 주……!

 

점주가 제지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한, 그때다.

파앙, 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격렬한 소리가 울렸다.

 

시노 : !?

 

현자 : 방금은……!?

 

파우스트 : 결계가 깨졌다. 강력한 마력을 견딜 수 없었던 거야.

 

히스클리프 : 앗, 마물이……!

 

한순간의 틈을 타, 사자는 몸을 날렸다.

양계장을 뛰쳐나와, 순식간에 숲으로 사라진다.

 

미스라 : 도망쳐 버렸네요.

 

점주 : 아아, 그런…….

설마 결계 밖으로 나가버리다니……!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에 돌아보면,

점주는 창백해져, 아연실색해있다.

이제까지 늘 침착하고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던 그가,

지금은 몹시 혼란스러워하고있다.

 

시노 : 그렇게 당황하지 마. 숲으로 도망쳤다면, 여기는 안전해.

 

파우스트 : 아아. 이 틈에 결계를 다시 세운다면,

가게가 습격당하는 일은 없겠지.

 

마법사들의 제안에, 점주는 고개를 저었다.

 

점주 : 아닙니다. 제가 걱정하고 있는 건, 뛰쳐나간 그 아이의 일…….

 

브래들리 : 그 아이? 방금의 마물 얘긴가?

 

점주 : 아니오. 흉폭한 마물 따위가 아닙니다. 저는 압니다.

보기에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닭들과 마찬가지로, 상냥한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혼란스러워서 울부짖었을 뿐이지,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결코…….

 

흰 머리 아래에서, 꾹 하고 입술을 무는 것이 보였다.

 

점주 : 그렇지만, 들에 풀리면 은세공의 괴물이에요.

언젠가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죽임당하고 말겠죠.

죄 없는, 막 태어난 목숨인데…….

 

시노 & 히스클리프 : ………….

 

점주 : 이건 가게를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저의 이기심일 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말이라는 것도, 충분히.

그렇지만, 부디 부탁드립니다.

그 아이를 데리고 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본래 태어나지 않을 생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묘한 만남을 거쳐 이렇게 생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디…….

 

점주는 매달리듯 고개를 숙였다.

모양새를 신경 쓰지 않는 행동에서 풍기는 것은,

우아함도 예의도 아닌, 간청이다.

 

점주 : 부디, 그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현자 : 그, 아이들……?

 

어떤 뜻이냐고 묻고, 우리는 깜짝 놀랐다.

<거대한 재액>으로 양계장의 절반의 닭을, 이 사람은 잃었다.

닭들의 목숨을 앗아 자란 저 사자는,

그에게 있어 죽어버린 아이들 그 자체였다.

 

점주 : 부탁드립니다…….

 

반복된 말은 울음이 섞인 소리였다.

늙은 어깨가 떨리고 있다.

 

현자 : 점주님…….

 

히스클리프 : 당장 쫓아가자……!

 

시노 : 아아, 그 녀석을 붙잡아주지.

 

파우스트 : 기다려, 히스, 시노…….

 

 

네로 : 안돼.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두 사람을, 네로는 싸늘하게 멈춰 세웠다.

 

네로 : 그 녀석의 마력은 상당해.

붙잡든지 죽이든지 간에, 우리 동쪽의 마법사들만으로는 버거워.

 

히스클리프 : 네로……

 

네로 : ……그렇지만, 북쪽의 마법사가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져. 부탁해. 당신들의 힘을 빌려줘.

 

미스라 : 싫어요. 귀찮아.

 

오웬 : 내버려 둬. 어디선가 멋대로 죽어준다면 좋은 거잖아.

 

히스클리프 : 그런…….

 

감도는 실망의 분위기 속, 오웬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였다.

 

오웬 : 왜 내가 너희들이 말하는 걸 들어줘야 하는 거야?

그 괴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절대 하기 싫은 게 당연하잖아.

오히려, 그 녀석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고 싶어졌어.

그렇게 되면 분명 억울하고 슬프겠지.

하하, 불쌍해라. 기껏 해도 약하고 어리석은 자신들을 저주해.

 

동쪽의 마법사들이, 큭 하고 말문이 막힌다.

굳어진 그들의 모습을 둘러보며, 브래들리는 코웃음을 쳤다.

 

 

마치, 정체된 공기에 바람구멍을 뚫듯이.

 

브래들리 : 어이어이, 동쪽의 마법사 씨.

우리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이나 불쌍함으로 낚으려고 하는 거라면 상대를 잘못 찾았어.

거래를 하고 싶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가져와.

 

네로 : ……알았어.

만약 너희가 협조해준다면, 내가 받는 만큼의 은의 달걀을 줄게.

그걸로 어때?

 

미스라 & 오웬 & 브래들리 : ………….

 

네로의 말을 듣고, 조금 전까지 흥미가 없어 보이던 북쪽 마법사들의 모습이 달라진다.

 

파우스트 : 네로. 그거라면, 내 달걀을 그들에게…….

 

네로 : 괜찮아. 이건 나랑 북쪽 마법사들의 문제야.

당신은 불필요한 말 하지 말아줘, 선생.

 

파우스트 : 그렇지만…….

 

브래들리 : ……동쪽의 요리사. 너는 여기의 달걀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알고서 말하는 거냐?

 

네로 : 물론. 그러니까 당신들한테 상응하는 대가잖아.

 

오웬 : 흐응. 은의 달걀말이지…….

 

미스라 : 뭐, 나쁘지 않네요.

 

브래들리 : 아아. 거래 성립이다.

 

 

마법사들은 빗자루를 꺼내, 백은의 사자의 뒤를 쫓았다.

 

스노우 : 시노여. 점주는 이쪽에서 지킬 테니, 현자를 부탁하네.

 

화이트 : 상대는 살기가 가득한 사자라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갑자기 착란해서 덤벼들지도 모른다네.

 

시노 : 맡겨둬.

꼭 붙잡고 있어, 현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게.

 

현자 : 네……!

 

사자에게서 방출되는 마력에 의지해 숲의 위를 날아가,

그 모습을 찾는다.

 

파우스트 : ……있다! 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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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사자는 거대한 나무의 뿌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의 낌새를 알아차린 순간,

매우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브래들리 : 어이.

 

네로 : 아아.

 

눈짓을 주고받은 브래들리와 네로가, 동시에 빗자루의 속도를 높였다.

집단에서 뛰쳐나와, 두 사람이 선두가 된다.

 

브래들리 : 솜씨는 무뎌지지 않았겠지.

 

네로 :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지금 나는 그냥 요리사야.

 

브래들리 : ……흥. 발목 붙잡지 말라고.

 

상의도 없이, 네로와 브래들리는 팟 하고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숲을 빠져나가는 사자는, 회오리 같았다.

보리 이삭이라도 밟아 넘어뜨리듯, 쉽게 나무들이 쓰러져간다.

브래들리와 네로는 끼어들듯이, 후방에서 그것을 쫓아간다.

 

브래들리 : 자, 달려라 괴물! 《アドノポテンスム》

 

총을 겨누고, 브래들리는 몇 발이나 공포탄을 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릴 것 같은 흉포한 소리가, 두 번 세 번 울린다.

사자는 공격을 경계하고, 진로를 네로 쪽으로 돌린다.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가늠하는 듯이, 네로가 공격을 가한다.

거대화한 커트러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꽂힌다.

사자의 퇴로가 끊겨간다.

점점 사자는 몰린다.

도망가는 진로는 점차 좁아지고, 늠름한 나무들이 우거진,

울창한 길로 유도되어간다.

 

스노우 : 마물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어!

 

화이트 : 이쯤에서 발을 묶어두도록 할까.

《ノスコムニア》 !

 

화이트는 사자를 향해, 아찔한 섬광을 쏟아낸다.

사자는 겁에 질려, 움직임이 한순간 둔해진다.

 

스노우 & 화이트 : 미스라, 오웬!

그 녀석의 마력을 무효화 하는걸세!

 

미스라 : 숨통을 끊으면 되는 건가요?

《アルシ》…….

 

오웬 : 그러면 죽잖아.

마법진으로 마력을 일시적으로 뺏으면 돼.

설마, 못하는 거야?

 

미스라 : 하? 누구한테 말하는 건가요?

 

오웬 : 그럼 얼른 해.

실패해서 죽여버리면, 네 몫은 없으니까.

《クーレ・メミニ》

 

미스라 : 《アルシム》

 

오웬과 미스라의 주문이 겹친다.

사자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떠올라, 지면을 찢고 하얗게 빛난다.

사자의 체구를 둘러싸고 있던, 폭풍우와 같은 기색이 급격히 시들어간다.

 

사자 : 크오오……!

 

사자는 크게 울부짖고, 몸을 뒤틀었다.

다시 도망치려고 발을 움직여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닿는 것만으로도 쓰러졌던 나무들은,

무력화된 사자에게는 이제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딪혀도 끄떡없이, 완고하게 그 앞을 막는다.

 

파우스트 : 히스. 지금이야.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두 사람의 주문에 맞춰서, 나무의 가지들이 스르르 사자를 향해 뻗어나간다.

뻗어나가면서 가지는 가늘어지고,

그물 모양으로 가늘게 퍼져, 사자를 감싸듯이 가두었다.

 

시노 : 좋아, 잡았군.

 

현자 : 됐다……!

 

사자 : 크으……!

 

새장에 갇힌 짐승처럼, 사자는 온몸의 털을 세우고 있다.

스노우가 지키고 있던 점주는,

빗자루에서 내리자 쏜살같이 사자의 곁으로 달려갔다.

 

점주 : 아아,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옳지 옳지…… 놀랐구나.

무서운 경험을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사자는 처음엔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했지만,

점주가 말을 건네는 사이에 점점 풍기는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점주 : 괜찮아. 겁내지 않아도 돼.

길을 잃은 너를 데리러 왔어. 자,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사자 : ……크응…….

 

이윽고, 사자는 털썩 주저앉아, 고양이와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 사자는 약하고, 맥없고, 바람에도 겁을 내는 아이로도 보였다.

 

현자 : 거짓말 같아……. 그렇게 날뛰었는데…….

 

화이트 : 어찌 됐든, 막 태어난 것에는 틀림없지.

아기란 것은, 새로운 세상이 무서워서 울부짖는 법이야.

저 아이도, 분명 불안했던 거겠지.

그렇지만, 이제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가 어딘지, 알게 된 것 같구먼.

 

나뭇가지의 우리 안으로 손을 넣어, 점주는 은빛 털을 쓰다듬어주었다.

사자는 머리와 날개를 문지르고, 목을 울리며 어리광을 부린다.

점주의 발밑을 따라오던 양계장의 닭들과,

왠지 많이 닮아있었다.

 

 

점주 : 정말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결계까지 고쳐주셔서…….

 

파우스트 : 전에 있던 것보다, 결계를 강화해뒀어.

이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 사자가 다소 날뛰어도 문제는 없겠지.

 

스노우 : 반은 우리 애들이 망가트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화이트 : 작은 서비스라네.

 

미스라 : 힘껏 감사해주세요.

 

브래들리 : 너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

 

은의 달걀 가게로 데리고 돌아온 사자는,

태어났던 때와는 달리 얌전하게,

양계장의 구석에서 오도카니 앉아있다.

은의 달걀에서 태어난 탓인지,

닭들과도 순순히 어울려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점주 :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이 답례의 물건입니다.

 

무사히 해결한 보답으로서, 은의 달걀도 받았다.

귀중한 보물을 손에 얻어, 마법사들은 모두 기뻐 보인다.

 

오웬 : 이거, 오즈도 가지지 못한 거지?

기분 좋네. 기사님한테라도 자랑해줄까.

 

브래들리 : ……미스라. 너 뭐 하고 있는 거야. 머리에 계란을 올려두고.

 

미스라 : 잃어버리면 귀찮을 것 같아서요.

여기라면 굴러서 부서질 일도 없을 거고,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오웬 : 괜찮잖아. 바보 같아서.

 

스노우 & 화이트 : 은의 달걀이야, 은의 달걀이야.

 

화이트 : 기대되는구먼.

어떤 것이 태어나줄까.

 

스노우 : 같은 은세공이 태어나주면 좋겠구먼.

 

화이트 : 소망이 태어난다고 했지.

무엇이 태어나도, 원망하기 없기라네.

 

스노우 & 화이트 : 호호호.

 

파우스트 : ……뭐야, 시노. 빤히 쳐다보고.

 

시노 : 파우스트의 달걀, 우리들 것보다 조금 크지 않아?

 

파우스트 : 아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시노 : 아냐, 그래. 네로. 잠깐 비교해보자.

 

네로 : 괜찮대도 괜찮대도.

크기 같은 건 변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용물이잖아.

 

시노 : 확실히 그렇네. 네로, 좋은 말을 하는군.

파우스트, 중요한 건 내용물이라고.

크기가 아니니까.

 

파우스트 : ………….

 

현자 : (모두들 기뻐 보이네……)

 

오래 산 마법사도, 젊은 마법사도 똑같이 들떠서,

각자의 은의 달걀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은, 자신만의 은의 달걀.

강한 마력이라는 매력은 물론이고,

마법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특별한 감회가,

분명 이 알에 있는 거겠지.

 

히스클리프 : 현자님.

 

모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히스클리프가 곁으로 다가온다.

 

히스클리프 : 오늘 아침에는 정신이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실은 키우던 은의 달걀이 부화했어요.

 

현자 : 그런가요!?

 

목소리가 힘껏 뛰쳐나간다.

황급하게 볼륨을 낮추고, 숨을 내쉰다.

안도와 기쁨이 가슴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현자 : 축하드립니다…….

히스가 열심히 키운 덕분이네요.

 

히스클리프 : 감사합니다. 현자님께도,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히스클리프는, 품에서 살며시 꺼낸다.

손바닥에 얹혀있는 것은, 표범의 모습을 한, 작은 은의 장식물이었다.

 

현자 : 와아, 멋있어……!

게다가, 무척 예쁘네요.

 

거침없이 칭찬하면, 히스클리프는 부끄러운 듯이, 그러나 그 이상으로 기쁜 듯이 웃었다.

 

히스클리프 : 네로도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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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현자 : 네로가?

 

히스클리프 : 네. 제 달걀의 상태를 계속 신경 써 주었으니까,

태어났을 때, 제일 먼저 네로에게 보여주러 갔어요.

그랬더니, 대단해 대단해! 하고, 무척 기뻐해 줘서…….

마치, 자기 알이 부화한 것처럼.

너무 칭찬해주니까, 저도 기뻐져서 선물하려고 했는데,

네로는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건 히스가 키운 것이니까, 히스의 것이야.

소중하게 여겨줘.

나는, 내가 키운 달걀을 소중하게 여길 테니까.

그는 히스클리프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현자 : 그랬나요…….

 

따뜻한 무언가가, 서서히 치밀어오른다.

나는 그것을 목구멍에서 삼키고 있었다.

젊은 히스클리프도, 늙은 가게주인도,

한결같이 열심히, 잃어버린 달걀을 지켰다.

히스클리프가 부화시킨 달걀도,

점주가 애정을 기울인 달걀도,

네로가 언젠가 놓아줬던 달걀과는 다르다.

깨진 달걀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먼 옛날, 손에서 흘려보낸 네로의 마음은 조금 구원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알을 부화시키자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히스클리프 : 그래도, 결국 네로는…….

은의 달걀을 놓아주게 되었어요.

 

현자 : 앗…….

 

문득 히스클리프가 슬픈 듯이 눈을 내리 깐다.

그는 사자를 잡는 대가로,

북쪽 마법사에게 자신의 은의 달걀을 내놓았다.

 

오웬 : 자, 빨리 해.

 

미스라 : 저는 기다리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네로 : 하하…….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알고 있어.

 

네로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이제 막 미스라와 오웬에게 몰려있는 중이었다.

 

현자 : (모처럼 네로가 다시 은의 달걀을 키워보자고 생각해 줬는데……)

 

브래들리 : ……흐응?

 

뒤돌아보니, 브래들리가 뻔뻔한 미소를 짓고 있다.

히스클리프와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히죽히죽 웃으며, 브래들리는 네로에게 재빨리 다가가,

그 머리를 쿡 찔렀다.

 

브래들리 : 어이, 동쪽의 요리사!

동쪽의 꼬맹이가 말한 대로, 네 알, 꽤 작은 것 같구만.

혹시, 너한테 어울리는 불량품이라도 집은 거냐.

 

네로 : 하!? 적당히 트집잡지마. 네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

……아니, 작은가. 자세히 보면 확실히 엄청 작네.

 

브래들리 : 아아. 그런 작은 알,

키워봤자 어차피 티끌 같은 게 태어날 뿐이다.

삶아서 먹는 정도밖에 가치가 없겠네.

북쪽의 마법사는 그런 달걀을 받을 정도로 별 볼 일 없는(落ちぶれる) 녀석들이 아니라고.

그렇지, 형제?

 

오웬 & 미스라 : ………….

확실히……?

 

현자 : (완전히 억지로 설득시켰어……!?)

 

네로 : 너희한텐 나쁜 짓을 해버렸네…….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마법관에 돌아가면, 좋아하는 건 뭐든 만들어줄게.

산더미 같은 크림이든, 숯이든, 프라이드치킨이든 말이지.

그걸로 어때?

 

오웬 & 미스라 : 산더미…….

 

미스라 : ……어쩔 수 없네요.

불량품의 달걀을 받아도, 처리가 더 귀찮을 것 같고요.

 

오웬 : 네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림을 잔뜩 만들게 할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

 

북쪽의 마법사들이 말을 주고받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히스클리프와 함께

휴우, 하고 숨을 내쉰다.

 

히스클리프 : 다, 다행이다……!

네로도 제대로 알을 키울 수 있겠네요.

 

현자 : 네, 그런 것 같아요……!

 

미스라와 오웬이 그 자리를 떠난 뒤,

브래들리는 넉살 좋게 어깨에 팔을 올리고,

네로가 들고 있는 은의 달걀을 힐끔 본다.

 

브래들리 : 아쉽네. 네가 필요 없다는 태도라면,

예정대로 이 몸이 가져가 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네로 : ……그래도, 정말 괜찮은 건가.

이거, 내가 받아도…….

 

네로의 말에 브래들리는 의미심장하게 한쪽 눈을 가늘게 뜬다.

 

브래들리 : 아까도 말했잖아.

그런 쪼그만 달걀, 받을 정도로 북쪽의 마법사는 별 볼 일 없지 않다고.

열심히 해서 괴물이 태어나지 않도록 기도나 하고 있어.

동쪽의 요리사.

 

네로 : ……시끄럽네.

 

훗하고 웃으며, 브래들리는 기분 좋게 떠난다.

독설을 들은 네로의 입가에도, 웃음이 떠오르고 있다.

네로는 받은 달걀을 슬그머니 내려다보며,

통통, 하고 두 번,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두드렸다.

 

네로 : ……잘 부탁해.

 

 

동쪽 나라의 임무에서 돌아온 며칠 후.

 

네로 : 현자 씨, 잠깐 괜찮아?

 

현자 : 네로? 네, 들어오세요.

 

네로 : 아니, 여기면 돼.

용건이 끝나면 바로 장 보러 갈 거니까.

실은, 그때의 달걀이 무사히 부화해서 말이야.

 

현자 : 엣, 은의 달걀이요?

 

네로 : 응. 그래서, 당신한테도 보여주려고.

 

앞치마로 손가락을 닦고 나서,

네로는 주머니에서 꺼냈다.

 

현자 : ……앗.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나타난 것은, 작은 디저트 스푼이었다.

 

현자 : ……대단해, 예쁜 스푼…….

 

네로 : 역시 은의 달걀에서 부화시킨 은세공은 다르네.

이렇게 질 좋은 수저, 좀처럼 없다고.

 

네로가 말한 대로, 한눈에 고급스러움이 전해지는 듯한,

아름다운 수저였다. 화려한 장식은 거의 없는데도,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네로 : 이거, 당신한테 줄게.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딱 좋잖아?

 

현자 : 엣? 그런.

네로가 모처럼 키워서 부화시킨 건데…….

 

황급하게 사양하자, 네로는 손가락을 울렸다.

그의 마도구인, 손에 익게 쓴 커트러리들이 에워싸듯 나타난다.

 

네로 : 나는 됐어. 손에 익은 도구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 은의 달걀은 무사히 태어났어.

뭐랄까, 그걸로 목적을 달성한 것 같은,

아쉬움이 없어진 것 같은…….

뭐, 어쨌든 만족한 거야.

 

개운한 얼굴로 네로는 웃었다.

이제 비가 내릴 것 같은 얼굴도, 밤의 연못을 바라보고 있을 때의 얼굴도 아니었다.

네로가 안고 있던, 상처받은 단단한 껍질도,

은의 달걀과 함께 부화하면서 깨졌던 거겠지.

 

현자 : ……감사합니다.

스푼, 소중하게 아낄게요. 네로의 마음과 함께.

 

정성껏 감사의 말을 하자,

네로는 겸연쩍은 듯한 얼굴을 지으며,

그럼, 하며 방을 떠났다.

 

현자 : ……정말 예쁜 스푼이네.

 

창문으로 비치는 빛에, 수저를 가져다 댄다.

반짝반짝 동그랗게 빛나,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백은의 반짝임을 발하고 있다.

은의 달걀은, 기른 마법사의 소망이 형태가 된다고 한다.

이 수저는, 네로의 어떤 마음으로 따뜻하게 데워져, 태어난 것일까.

 

현자 :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요리사로서의 마음의 표현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조리기구인 쪽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그때, 문득 히스클리프가 알려준 주술이 머리를 스쳤다.

어린이와 여행자의 안전을 지키는 은수저.

 

현자 : (어쩌면……)

 

부엌에 서서, 마음 깊은 곳에서 네로는 항상 바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의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들의 무사함을.

아무 일 없이 건강하고 편안하고,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란다고.

달걀을 감싸듯이, 수저를 부드럽게 움켜쥔다.

손바닥의 온도에 데워져, 살짝 따뜻하다.

그것은, 네로의 요리를 입에 담았을 때의 기분과,

같은 따뜻함이었다.

 

현자 : (……다른 마법사들의 달걀도, 슬슬 부화할 때일지도)

 

그들이 데우고, 기른 달걀은,

어떤 은세공이 되었을까.

어떤 소망이 달걀에서 부화했을까.

 

현자 : 모두에게 물어보러 가볼까?

 

나는 수저를 서랍에 넣고, 가슴이 크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방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