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꿈을 지키는 곡예단의 판타지아 ~ 서쪽 나라 & 중앙의 나라~ (6~10화)

oTaku_enen 2022. 9. 10. 23:35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이벤트 기간 <2022.06.22~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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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무르 : 저기, 왜 거짓말을 하는거야?

 

마리 :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무슨 소리야.

 

무르 : 봐, 또 거짓말을 했어!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게 취미야?

 

 

무르가 손가락을 딱 하고 울리면,

그 손끝에, 여러 체의 마리오네트가 나타난다.

무르에게 조종당한 인형들은,

마리 씨의 심정을 표현하듯이 당황했다가, 슬퍼했다가,

빙글빙글 행동을 바꾼다.

 

무르 : 네 눈은 계속 흔들리고 있고, 눈 깜빡임도 많아.

손으로 입가를 가리기도 하고 있네.

그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야.

 

마리 : …….

 

현자 : ……저기, 당신이 공중그네를 타지 않는 건,

의상의 문제가 아닌 게…….

혹시,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요.

 

마리 : 사정이라니…….

애초에, 당신들에겐 관계없는 일이잖아.

 

샤일록 : 확실히 관계는 없네요.

그렇지만 관계가 없기 때문에 비로소,

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 게 아닐까요.

고민을 입 밖으로 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예요.

무거운 짐을 모두와 조금씩 나눠 드는 것처럼,

당신이 혼자서 안고 있는 고민을,

저희와 아주 잠깐만이라도 나눠보지 않으실래요?

 

마리 : ………….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에

마리는 망설이듯이 입을 여닫는다.

라스티카도 부드러운 태도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라스티카 : 저기, 마리. 너와 저 사자상은,

둘만의, 둘도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현자 : 연결고리……?

 

라스티카 : 네. 조금 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무척 친한 친구와 같이 느껴졌으니까요.

 

마리 : ……맞아. 그는 나의 친구고, 은인이야.

내가 괴롭고 힘들었을 때 지지해준, 무척 소중한…….

그러니까 나, 그가 맘대로 멋대로 철거되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현자 : 엣!? 이 상, 철거되는 건가요?

도시의 중요한 상징인 게…….

 

샤일록 : 이 도시는 마법사의 쇼도 활발하고,

신비한 힘이나 현상에 관대한 지역입니다.

그래도, <거대한 재액>의 영향은 헤아릴 수 없어요.

나중의 근심을 없애고 싶다는 여론으로 기우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마리 : 게다가 어차피 오래된 것이니까,

이번 기회에 허물고, 새로운 도시의 상징을 세우자는 얘기도 있는 것 같아.

나,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눈을 돌려버리면, 눈치채지 못한 새에 그가 부숴지는 건 아닐까 하고…….

 

그래도 처음에는 여유 시간이 있으면,

잠깐 연습을 벗어나서 상황을 살피러 오는 정도였다는 것 같다.

 

마리 : 그래도, 점점 불안함이 커져서…….

밤의 공연에 나가버리면 빠져나올 수 없으니까,

최근에는 뭔가 이유를 붙여서 쉬고 있었던 거야.

 

클로에 : 그렇구나…….

마리에겐 그가 정말 소중한 거네.

 

깊은 한숨을 쉬던 입술이 벌어졌다.

추억을 사랑스럽게 여기듯, 마리 씨의 눈빛이 부드러워진다.

 

마리 : 응.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은인이니까.

……나는 말야, 어렸을 때, 나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었어.

부모님도 상냥했고, 소소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

 그렇지만 어느 날, 내가 마법을 쓸 수 있었다는걸 눈치채버려서…….

아이였지만,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다면서 바로 집을 나왔어.

그게, 마법사는 미움받잖아?

만약 내가 마법사라는 걸 누군가 알게 된다면,

가족에겐 민폐를 끼치게 되니까.

 

클로에 : ………….

 

그렇지만, 어린 마리 씨가 갈 곳 따위는 없고,

도시에서 도시로 계속 떠돌아다녀서,

괴로운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법을 써서 범죄에 손을 댄다던가,

구경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각오했을 때…….

순회공연 중인 코모스와 만났고, 마리 씨의 인생은 변했다.

 

마리 : 누군가 상처받지 않아도, 구경거리가 되지 않아도,

마법사이기 때문에 최고로 빛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

언젠가 그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좋은 만남이 있어서…….

나는 견습으로서 코모스에 입단할 수 있었어.

 

입단 후, 그녀는 남보다 배로 노력했고,

젊은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공중그네의 상연을 담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리 :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무척 즐거워서,

손님들이 내 공연을 봐주는 것이 기뻤어.

그렇지만…….

 

무르 : 네 공중그네가 평판을 쌓으면 쌓을수록,

기대가 압박으로 바뀌었어?

 

마리 : ……응.

 

코모스의 순회 중에는, 거의 매일 공연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공연을 선보이는 그녀가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마리 : ……눈치채고 난 뒤엔,

정말 좋아했던 서커스를, 정말 좋아한다며 가슴을 펴지 못하게 되었어.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채, 이 거리에서의 개선 공연이 시작되었다.

 

마리 : 모든 것이 괴로워져서,

서커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이곳에 들렀어.

그러면, 그가 말을 걸어주었어.

 

말하면서, 그녀는 사자상의 앞발을,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마리 : '즐거워'라고 그가 말했을 때,

나에게는 '너는 지금, 즐거운가'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약한 소리도,

고민도 모두 그에게 털어놓았어.

그러면, 다음 날부터, 연습도 실전도,

전처럼 잘 풀리게 되었어.

그의 덕분에, 나는 서커스가 정말 좋다는 마음을 되찾았어.

 

클로에 : ……나도 알 것 같아, 그 기분.

 

클로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앨범을 바라보는 듯한 따뜻한 눈망울로,

사자상을 올려다본다.

그리운 기억에 슬며시 다가서듯이, 그는 한 걸음 사자상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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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클로에 : 지금보다 재봉사로서 더 미숙했던 시절에,

소중한 친구가 옷을 지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어.

물론 기뻐서,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어.

그는 기대하겠다며 웃어주었어.

그 순간, 무척 무서워졌던 기억이 나.

친구는 상냥하고, 우아하고, 멋있어서…….

이런 멋진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나 따위가 만들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해버렸어.

잔뜩 고민하고, 망설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게 되어서,

마지막에는 디자인을 고민하던 손이 멈춰버렸어.

 

마리 : …….

 

클로에 : 그래도, 그런 기분을 계속 혼자서 안고,

숨기면서 지내고 있으니까, 그가 말을 걸어준 거야.

친구가 '클로에는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해?'라고 물어봐서,

나는 놀라기도 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어.

그래도, 그때 깨달았어.

멋진 옷을 만드는 것에 너무 필사적이어서,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마음을 내버려 두었다고.

그다음엔 용기를 내서, 계속 고민하던 것도, 무서웠던 것도,

그에게 전부 털어놓았어.

옷을 만드는 게 좋아서, 소중한 친구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옷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클로에가 라스티카를 돌아보면,

소중한 친구를 자랑스러워하듯,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라스티카 : …….

 

마리 : 제대로 옷은 완성했어?

 

클로에 : 응.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분명 그건,

내게 있어서 자신이 되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전보다 더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아마 너도 같은 거겠지.

그러니까, 사자상을…….

 

마리 : …….

 

그때, 귀에 익숙한 발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카인 : 아아, 다행이다! 찾았구나.

 

현자 : 여러분…….

 

리케 : 클로에의 의상은, 마음에 들어 해주었나요?

 

클로에 : 그게 말이야…….

으음…….

 

마리 : ……괜찮아. 내가 말할게. 있지―.

 

아서 : 과연. 그건 고민스러운 문제구나…….

 

리케 : 저기, 도시의 사람들에게 상을 부수지 말라고 부탁하는 건 어떤가요?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라고 말하면,

알아줄지도 몰라요.

저 상이 철거되지 않으면, 마리 씨도 마음 놓고 서커스에 참가할 수 있는 거죠?

 

리케의 물음에, 그녀는 말하기 어려운 듯 입을 닫는다.

잠깐 동안의 정적을 깬 것은, 평소와 다름없는 기세의 무르였다.

 

무르 : 설령 부숴지지 않더라도, 엇갈리는 결말은 마찬가지야.

 

샤일록 : 무르.

 

카인&리케 : 에…….

 

말의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다.

그러자 샤일록이 씁쓸하게 웃으며 그의 말뜻을 알려주었다.

 

샤일록 : 유감이지만, 이 상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머지않아 삭아버리겠지요.

 

마리 : 역시……. 왠지 모르게 눈치채고 있었어.

내가 여기에 다니는 동안에도,

점점 금이나 깨짐이 많아졌어. 말도 지금은 거의 할 수 없어.

그러니까 적어도……. 최후까지는 조금이라도 옆에 있고 싶어.

 

현자 : 정말 어떻게든 안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상을 마법으로 수리한다든지…….

 

오즈 : 수리는 쉽다. 생김새도, 상태도, 새로운 것으로 손색없이 갖춰지겠지.

하지만 <거대한 재액>으로 인해 상에 깃든,

희박하고 불안정한 마법도, 원상태로 돌아간다.

 

현자 : 그렇다면…….

지금, 상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이, 수습된다는 건가요?

 

샤일록 : 네.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가,

말하는 사자상은 조용하고 평범한 사자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원래대로 돌아간 그는,

마리의 친구가 된 그 자체는 아닙니다.

 

샤일록은 흘끗, 무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눈치챈 무르가, 들고양이처럼 냐아 하고 웃는다.

 

무르 : 왜에?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있는 거야?

 

샤일록 : 글쎄…… 누구일까요.

 

한숨처럼, 샤일록은 중얼거렸다.

 

샤일록 : 어쨌든, 상을 복구하든, 복구하지 않든,

마리가 수다스러운 친구를 잃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거예요.

 

현자 : 그런…….

(비록 의사나 소통이 되지 않아도, 마리 씨는 그의 말로 구원받았는데……)

 

마리 :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은, 행선지도 없이 어둠에 녹아든다.

그렇게, 주변이 침묵에 휩싸였을 때―.

 

사자상 : ……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사자상은, 말한다고 들었던 것과 정반대의 뜻을 가진 말을 큰 소리로 반복하기 시작했다.

 

사자상 :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카인 : 무슨 일이지……!?

분명이 이 녀석은, '즐거워'만 말한다고…….

 

마리 : 맞아.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언성을 높이는 것도 처음이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마리 씨는 걱정스러운 듯 그의 앞발을 쓰다듬는다.

하지만, 호소하는 듯한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사자상 :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즐겁지 않아!

 

리케 : 오, 오즈. 이것도 재액의 영향인가요?

 

오즈 : ………….

 

라스티카 : ……그는 슬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리가 그를 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분명 그도, 마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그녀가, 자신이 없어지는 것을 슬퍼하고,

좋아하는 서커스에 나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마리 : 그래서, 이 아이는 즐겁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그래도, 나는…….

 

떨리는 목소리에, 고뇌가 배어있다.

 

클로에 : ……아.

 

걱정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클로에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다.

 

클로에 : 그거라면, 사자상에게 마리의 쇼를 가까이서 보여주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마리는 사자상에서 떠나지 않아도 되고,

쇼에도 나갈 수 있어.

무엇보다, 마리의 소중한 서커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자상에게도 보여줄 수 있잖아?

 

마리 : ……확실히, 그게 가능하다면 멋질 것 같지만…….

단장이 허락해 줄리가…….

 

클로에 : 제대로 사정을 말해보자.

혼자서 말하는 게 무섭다면 내가 도와줄게.

너희들의 힘이 되고싶어.

그러니까 마리, 조금만 용기를 내.

너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라도.

 

마리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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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우리들은 일단 광장을 떠나, 단장과 이야기하기 위해 회장에 돌아왔다.

 

무르 : 단장 발견! 저쪽이야!

 

마리 : 저기! 단…….

 

단장 : 마리! 돌아오는 게 늦잖아.

이제 텐트를 닫으려던 참이었다고.

 

마리 : 부탁해, 내 이야기를…….

 

단장 : 만족할만한 옷은 받았니?

입어는 봤어? 쇼는 나갈 수 있겠어?

 

카인 : 여전히 성질이 급하구만…….

 

마리 : 그게 아니라, 나, 공중그네를…….

 

단장 : 뭐야, 역시 이제 그만두고 싶은 거야?

그거라면 공중그네는, 정식적으로 상연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어.

내일부터는 다른 상연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걸로 하자.

오늘은 이제 그만 쉬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단장은 바쁜 듯이 빠른 말로 얘기해서, 끼어들 틈도 없다.

마리 씨의 눈이 슬픔으로 젖는다.

 

현자 : (위험해, 이대로는 사자상에게 마리 씨의 공중그네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저기……!

 

어떻게든 하자 싶어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숨을 들이켰을 때.

 

라스티카 : 단장, 잠깐 휴식을 취하는 건 어떠신가요?

저와 느긋하게 차라도…….

 

단장 :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마리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당신들의 용건은 나중에―.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단장 : 왓……!?

 

현자 : (라스티카가 마법을 써서 꺼낸 테이블의 위에 티포트와 컵과, 과자가 잔뜩……!?)

 

서커스의 회장의 한쪽에,

당장이라도 다과회가 시작될 것 같은 화려한 광경이 펼쳐졌다.

 

단장 : 뭐, 뭐야!? 우와아아아……!?

 

단장에게도 마법을 건 것인지, 그는 춤을 추는 듯이 빙글빙글하면서,

멋진 의자에 앉는다.

 

라스티카 : 자아, 여기 꽃다발을 받으세요.

부드러운 향이 당신을 진정시켜줄 거예요.

 

단장 : 아, 아아……?

 

라스티카가 부드러운 색의 꽃다발을 내밀면,

테이블의 주변, 단장의 머리나 옷까지 다양한 곳에 꽃이 수놓인다.

 

현자 : (단장이 꽃으로 만들어진 설인같이 되었어……)

 

클로에 : 라, 라스티카. 단장이 떨고 있어……!

엄청 화난 게…….

 

단장 : …………하핫.

하하, 하하핫! 뭐야, 이건! 아하하핫!

 

샤일록 : 무척 신나 보이네요.

 

무르 : 멋진 웃는 얼굴이네!

 

단장 : 이건 멋지네! 다음의 공연 연출에 쓸 수 있겠어!

 

라스티카 : 즐겨주셔서 다행입니다.

 

단장 : 그래! 관객들도 이런 연출을 본다면 성대하게 기뻐하겠지.

 

라스티카 : 그건 다행이네요. 당신은, 서커스를 즐길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하고 계시겠지요.

 

주전자에서 꽃향기가 나는 홍차를 따르면서,

라스티카는 클로에게 눈짓을 보낸다.

 

클로에 : ……!

 

클로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단장에게 전하듯 말을 건다.

 

클로에 : 단장, 들어줘!

서커스를 좀 더 즐겁게 하기 위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단장 : 호오. 어떤 얘기인가요.

당신의 의상을 이용한 쇼?

그것도 아니면 방금의 꽃과 같은 서프라이즈인가요?

멋진 것이라면, 당장 내일부터 쇼에 도입하지요.

아니, 새로운 중심으로 하는 것도 좋겠네.

 

마리 : 기다려, 단장! 그 얘기는, 클로에 씨가 아니라,

내가 할게.

 

단장 : ……네가?

 

현자 : (아, 제대로 들어주려고 하고 있어……!)

 

긴장한 모습으로, 그래도 또렷이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클로에와 라스티카가 지켜보고 있다.

 

마리 : 단장. 내게 아직, 공중그네를 타게 해주세요.

 

단장 : ……뭐?

 

마리 : 내가 계속 쉬고 있었던 건, 소중한 친구가 걱정되어서야.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공연에 구멍을 만들어선 안 됐어.

관객에게도, 단원 모두에게도,

그리고 단장에게도 무척 실례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열심히, 지금까지의 경험을 단장에게 전했다.

헤어짐이 가까워진 친구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서 공중그네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단장 : ………….

 

마리 : 이렇게 공연에 구멍을 만들었는데도, 아직 쇼에 나오고 싶어,

친구에게 쇼를 보여주고 싶어라니, 제멋대로라서 죄송해요.

그래도, 이제까지 보인 공중그네 그 이상으로 분위기를 띄워볼 테니까…….

부디, 부탁합니다!

 

긴장으로 목소리를 상기시키면서도, 마리 씨는 크게 고개를 숙인다.

입을 다물고 이야기를 듣던 단장은,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단장 : ……알았어. 공중그네는 코모스의 간판이야.

너의 쇼를 기다리는 사람은 잔뜩 있어.

사자상에 대한 것도 알았어. 내부에는 내가 얘기해두지.

 

마리 : 단장……!

 

단장 : 내일부터는, 어느 누구도 너에게 확 꽂힐 정도의,

최고의 쇼를 부탁하지!

 

마리 씨는, 단장의 말에 만면에 미소를 띠며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이 일하러 돌아간 뒤,

우리는 내일을 위한 작전회의를 하고 있었다.

 

클로에 : 으음,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건…….

 

샤일록 : 크게는, 주빈인 사자상을 여기에 모시는 것과,

자리의 마련 두 가지일까요.

그의 크기라면, 우리가 앉는 좌석으로는 조금 비좁을 테니까요.

 

아서 : 그럼, 내가 도시의 상을 이동시키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고,

좌석까지 데려올게. 이런 협상에는 익숙하니까.

 

카인 : 그건 고맙지만, 괜찮겠어?

협상 중에 중앙의 왕자라는 걸 들켜버리면, 외교 문제가 될 거야.

 

아서 : 알고 있어. 내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거듭 주의할 생각이야.

그는 도시의 상징이고, 백성이나 관광객을 위해서도

낮에는 광장에 있는 게 낫겠지. 이동은 일몰 후에 하도록 하자.

 

현자 : 그럼, 쇼가 시작하기 직전에 회장에 도착하는 느낌일까요?

 

아서 :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즈님, 그때는 힘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의 상태를 생각하면, 안내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싶어요.

마법의 조절을 지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오즈 : 좋다.

 

오즈는 일몰이 되면 마법을 쓸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본래는 그에게 사자상을 마법으로 옮겨달라고 하는 것이 가장 순조롭기는 하다.

그걸 알고 있기에, 아서는 오즈에게 지도를 부탁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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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샤일록 : 그럼 좌석에 대해서는, 제가 단장과 상담하도록 하죠.

 

라스티카 : 나도 도울게. 그는 무척 유쾌한 분이었으니까,

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무르 : 나도 갈래!

 

클로에 : 그럼 나는…….

마리.

네 친구에게도, 내일을 위한 의상을 만들어주어도 괜찮을까?

 

마리 : 의상을……?

 

클로에 : 응. 내일은 너와 그에게 있어 특별한 시간이 될 거잖아?

그러니까, 그에게도 특별한 옷을 준비해줄 수 있었으면 해서!

 

마리 : ……정말 멋지지만,

정말 부탁해도 괜찮아? 벌써 시간도 이렇게 되었는데.

 

클로에 : 물론!

 

카인 : 우리도 도울 테니까, 안심해.

분명 내일 공연까진 시간을 맞출 거야.

 

리케 : 저도 도울게요! 원단도 가위로 잘 자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현자 : 클로에. 저도 돕게 해주세요.

 

클로에 : 고마워. 셋이 있다면, 무척 든든해!

 

마리 : ……저기, 클로에 씨.

아까 보여줬던 내 의상을, 다시 한번 봐도 될까?

 

클로에 : 물론. 그건 너를 위한 의상이니까.

 

클로에는 다시 마법으로 의상을 꺼내, 그녀에게 건넨다.

마리 씨는, 이번이야말로 제대로 옷을 받아,

보물처럼 끌어안는다.

 

마리 : 아까는, 트집을 잡아서 미안해.

실은 바로 이걸 입고, 공중그네에 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옷이라고 생각했어!

 

클로에 : 정말!? 에헤헤, 그렇다면 다행이야!

 

의상을 다시 가슴에 안은 그녀를 보고,

클로에는 진심으로 기쁜 듯이 눈을 접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 다음날 공연 전.

나는 사자상의 의상 제작을 도운 뒤,

마리 씨에게 보여주겠다는 클로에 일행과 떨어져

모두의 상황을 확인하러 왔었다.

 

현자 : (와, 상이 둥실둥실 공중에 떠 있어!)

 

텐트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즈와 아서가 사자상을 옮겨주고 있었다.

 

아서 : 현자님, 기다리셨죠!

 

오즈 : 아서, 집중해.

조금만 더 마력을 강하게 하면, 상이 부서진다.

 

아서 : 왓…….

죄송합니다, 오즈님. 현자님과 합류해서, 그만 마음이 풀려서요.

 

현자 : 역시, 옮기는 건 힘들어 보이네요…….

 

오즈 : 이건 보는 것 이상으로, 안이 무너져가고 있다.

어젯밤, 유창하게 말했던 건 기적 같은 일이다.

 

현자 : 그렇다면, 얼른 좌석에 안내해야겠네요.

 

아서 : 네. 좌석의 준비는 되었나요?

 

무르 : 현자님-! 좌석이 준비됐어!

 

현자 : 말하고 있으면 바로…….

모두들, 감사합니다!

 

샤일록 : 단장이 객석 한쪽에,

우리와 그만이 앉을 수 있는 특등석을 마련해주셨어요.

 

라스티카 : 단장, 감사…….

 

단장 : 아니오. 어제 우리의 서커스에 멋진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답례입니다.

 

라스티카 : 합니다. 서커스가 끝나고 나면, 저와 다과…….

 

단장 : 네! 오늘의 공연 뒤에는,

제가 모으고 있는 술을 내어드리죠!

 

샤일록 : 어머나, 그건 멋지네요.

 

현자 : (대화의 템포는 여전하지만, 제대로 통하고 있어……)

 

라스티카 : 그럼, 슬슬 주빈을 자리로 모실까요?

저희가 안내하죠.

 

현자 : 와아……! 특등석, 굉장히 전망이 좋네요!

 

아서 : 여기라면 공중그네가 잘 보일 것 같습니다.

 

현자 : 그럼, 다음은…….

 

클로에 : 모두들, 기다렸지! 의상을 가지고 왔어!

 

리케 : 클로에, 얼른 입혀주죠!

 

클로에 : 응! 《スイスピシポ・ヴォイティンゴーク》 !

 

클로에가 주문을 외우면, 그의 마도구에서 의상이 펄럭하고 떠오르며

사자상을 부드럽게 감싼다.

 

 

서커스다운 화려한 케이프가 줄무늬 리본으로 묶이고,

금빛 왕관이 씌워지면서 낡은 상은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라스티카 : 훌륭한 솜씨야. 나도 모르게 눈을 빼앗겨 버렸어.

오늘에 어울리는 의상이네.

 

 

카인 : 아아. 남자답네, 당신.

이 도시를 계속 지켜봐 온, 훌륭한 왕 같은 기품이 있어.

 

카인은 사자상에게 말을 걸어, 소탈하지만 상냥함이 느껴지는 손으로

그 갈기를 쓰다듬었다.

 

아서 : 혹시, 의상의 분위기를 그녀의 의상과 맞춘 건가?

 

클로에 : 정답! 마리의 의상과 세트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어.

 

클로에는 수줍게 볼을 붉히고 부끄러워한다.

그때, 서커스의 개연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샤일록 : 그럼, 저희도 자리에 앉읍시다.

 

현자 : 드디어 시작이군요! 카인, 의상을 보여줄 때, 마리 씨와 미리 악수는 하셨나요?

 

카인 : 아아, 문제없어.

다른 단원들과도 조금씩 얘기를 나눴으니까, 그들과도 악수하고 왔어.

그래서 아마, 상연의 절반 정도는, 당신과 같은 경치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현자 : (그렇다는 건, 단원의 절반과는 악수했다는 건가…….

역시 카인이야……)

 

사자상의 옆에 준비한 좌석에 앉아, 모두와 스테이지를 주목한다.

이윽고 회장이 어두워지면, 스테이지에 강한 빛이 비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커스가 시작되었다.

 

리케 : 와아……!

 

현자 : 대단해……!

 

맹수처럼 연기자에게 불길이 덮치는 불의 고리,

로프가 격렬하게 물결치는 줄 건너기.

아무렇게나 쌓아둔 의자에 물구나무를 서고,

마법으로 의자의 종류가 계속 바뀌어가는, 스릴 넘치는 공연 등…….

흥미진진하고 두근거리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가,

우리의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리케 : 현자님! 마법사가 고양이로 변해서, 춤을 추고있어요!

 

현자: 너, 너무 귀엽네요……!

 

중반이 되면, 관객을 무대에 초대하는 퍼포먼스도 시작되어,

회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연기자 : 거기의 요염한 형씨! 나와 저글링 하자!

 

샤일록 : 어라, 저를 지목한 건가요?

 

무르 : 에-. 나도 가고 싶어!

 

샤일록 : 후후. 유감이네요 무르. 아무래도 저 청년은,

제가 취향인 것 같아요.

 

샤일록도 신이 난 모습으로,

연기자의 권유로 스테이지 위에 오른다.

 

연기자 : 그럼, 제가 저글링 한 공을 당신에게 패스할 테니까 잡아보세요.

 

샤일록 : 네, 알겠습니다.

 

연기자가 여러 개의 공을 공중에 던져,

공기놀이처럼 손바닥으로 리듬감 있게 오가게 한다.

마법으로 공이 꽃이나 병, 사탕이나 채찍 등 다양한 것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으면,

무르가 웃음을 자아낸다.

 

무르 : 저 사람, 신인이네. 샤일록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

 

아서 : 저렇게 자유자재로 공을 조종하고 있는데, 신인인가?

 

무르 : 응. 그럴게, 긴장한 것처럼 시선이 안정되어있지 않고, 움직임도―.

 

아서 : 앗!

 

샤일록에게 패스한 볼 중 하나가,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다.

청년의 얼굴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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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러나, 샤일록이 문득 웃음 짓는 순간―.

 

클로에 : 와아……!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 공이, 공중에서 무수한 비눗방울로 바뀌었다.

비눗방울은 회장 전체로 날아올라,

터짐과 동시에 달콤한 꽃향기를 풍긴다.

 

관객 : 어머나, 정말 좋은 향기야……!

 

관객 :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갔을 때는 아찔했는데,

이런 연출이었구나!

 

환호성에 저글링 청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객석을 올려다보고 있다.

샤일록이 그에게 장난스럽게 눈짓 한다.

 

 

연기자 : ……! 여러분, 오늘 밤만의 특별한 연출은 재미있으셨나요?

도와주신 이 형씨에게 부디 성대한 박수를!

 

샤일록 : 후후. 멋진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꿈같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지만―.

 

아서 : 마리의 순서는 아직 먼 걸까.

이대로라면, 사자상이…….

 

서커스가 개연하고 나서, 사자상은 확실하게 무너져가고 있다.

아주 잠깐이라도 만졌다면,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

 

무르 : 공중그네는 이 다음이지만,

그때까지 사자상이 유지될지는 미묘하네.

 

현자 : 그런……!

모처럼의 마리 씨의 쇼를, 보여줄 수 없다니…….

 

오즈 : ……지금이라면 아직, 마법으로 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상은 무너져내린다.

결착을 내린다면 지금이다.

 

리케 : 그렇지만…… 마법을 걸면,

마리 씨의 친구였던 사자상이 아니게 되는 거죠?

 

클로에 : ………….

 

아직 아무도 없는 스테이지와 무너져가는 사자상의 모습을 번갈아보며,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그 어깨에 살짝, 부드러운 손길이 얹힌다.

 

 

라스티카 :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혹시 내가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좋아하는 옷 만들기를 즐기고 있는 클로에를 좋아해.

분명 사자상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야.

그와 나는 닮았으니까, 잘 알아.

저기, 클로에. 우리의 마법으로, 친한 친구의 경사스러운 무대를 그에게 보여주자.

 

클로에 : 읏, 응…… 알았어.

라스티카, 고마워.

사자상에게 수리 마법을 걸자.

 

라스티카 : 여러분도, 그걸로 괜찮을까요?

 

현자 : 물론이에요. 부탁할게요, 클로에. 라스티카.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사자상을 부드럽게 만진다.

눈을 마주 보며, 두 사람은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클로에 : 《スイスピシポ・ヴォイティンゴーク》

 

라스티카 :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사자상을 마법의 빛으로 감싸, 조그마한 흠까지 복원해 나간다.

둥실하고 그 빛이 사라지면

새것이나 다름없는 사자상의 모습이 있었다.

 

카인 : 이건 대단하네. 너덜너덜하고 부서지고 있었던 게 거짓말 같아.

 

무르 : 이변의 영향도 거짓말처럼 깔끔하게 사라졌어!

이제 이 사자는, 평범한 사자상이야.

 

 

 

클로에 : 그렇네…….

하지만, 비록 이젠 말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마리의 친구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

 

사자상 : ………….

 

클로에 : 우리랑 같이, 최고의 쇼를 즐기자.

 

그때, 와 하고 객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마리 씨가 스테이지에 나온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림자가 있는 표정에서 돌변해,

지금 그녀는 당당하게 스테이지의 위에 서 있었다.

 

마리 : ――.

 

그녀가 주문 같은 소리를 입에 올리면,

새하얀 줄과 의자로 만들어진 그네가 손아귀로 내려온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그네에 발을 걸치고, 그녀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마법사들 : 와아……!

 

발레처럼 우아하게 공중을 춤추는 아름다움에,

회장의 누구나가 눈을 떼지 못한다.

그것은 스테이지의 위에 머물지 않고,

그녀는 객석의 상공에도 마법으로 그네를 꺼내,

종횡무진으로 날아갔다.

 

아서 : 정말 대단해. 저 어린 나이에, 이렇게 탁월한 기술을…….

 

카인 : 마리의 공중그네가 코모스의 간판이라는 것도 납득이 되네.

 

사자상 : ………….

 

말 없는 사자상이, 빤히 공중그네를 바라본다.

그런 그가 있는 곳에, 마리 씨가 가볍게 날아가며 다가왔다.

수리된 그의 모습을 눈치챈 것일까.

우리의 정면으로 날아오던 마리 씨의 눈이, 순간 번쩍 뜨인다.

 

클로에 : ……마리…….

 

그 순간이었다.

 

사자상 : ……즐……거……워.

 

클로에 : 에……?

 

사자상 :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즐거워!

 

사자상이 순식간에 무너져간다.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말을 짜내는, 그 반동인 것처럼.

'즐거워' 그건 분명, 사자상이 목숨을 깎아내면서도,

사랑하는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겠지.

마리 씨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처럼

구깃구깃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그렇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웃었다.

 

마리 : ――!

 

노래를 부르는 듯이 주문을 외운 그녀는,

손을 절친한 친구에게 똑바로 뻗어 내민다.

그러자 손가락의 끝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리케 : 와아, 꽃밭 같아……!

 

상을 둘러싸듯이 형형색색의 꽃이 활짝 피고,

공중 그네가 만든 산들바람에 팔랑팔랑 꽃잎이 날아오른다.

 

사자상 : ……즐거워……즐거워!

즐……워…….

 

기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왕관만을 남기고 상은 그 형태를 무너트려 간다.

무대에서, 그네에서 내린 마리 씨가 인사했다.

 

관객 : 와아아아앗!

 

큰 함성과 기립박수가, 서커스의 텐트를 뒤흔든다.

갈채를 받으며, 텅 빈 특등석을 똑바로 올려다보는 마리 씨의 입술이,

'고마워'라고 움직인 것 같았다.

 

큰 함성 속, 공연이 끝난 뒤.

스테이지 의상 그대로 온 그녀가 호화로운 시트에서

왕관을 집어 올리는 것을,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마리 : ……모두, 고마워.

모두의 덕에, 마지막에 그와 제대로 이별할 수 있었어.

그러니까……지금은 슬프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최고의 쇼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거야.

그가 '즐거워'라고 기뻐해 줄 만한 쇼를 하는게, 가장 큰 보답인걸.

클로에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클로에 : ……! 응, 물론이지!

 

사랑스러워하듯이, 마리 씨는 왕관을 가슴에 꼭 안는다.

 

마리 : ……나, 당신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녀의 친구는, 이젠 그곳에 없었지만.

가슴에 안은 왕관이, 대답하듯이 번쩍이는 기분이 들었다.

 

마리 : 당신들이 준 특별한 시간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클로에 : 나야말로. 최고의 쇼를 보여줘서 고마워, 마리.

 

마리 : 있지, 이 의상도 왕관도, 나의 보물로 해도 괜찮을까?

 

클로에 : 물론! 그렇게 얘기해주면, 나도 재봉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야.

 

마리 : 개선 공연은 이제 곧 끝나.

그 뒤에는, 또 어딘가 먼 도시에서 흥행을 이어가게 돼.

그러니까, 다음에 만나는 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내 쇼를 보러 와줘.

 

클로에 : 응! 다시 만나자, 마리.

 

클로에는 똑바로 그녀에게 손을 뻗는다.

마리 씨는 그 손을 잡고, 힘찬 미소를 돌려주었다.

이 도시의 쇼가 이끌어내는 사람들의 웃음과,

조금 색다르지만 둘도 없는 우정은,

우리들의 가슴에 활기차고 다정한 기억을 남겼다.

 

색색의 꽃들과, 언제까지나 빛나는 왕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