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꽃비를 셰리와 올려다보며 (6~10화)

oTaku_enen 2022. 12. 26. 20:04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이벤트 기간 <2022.06.06~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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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폐쇄적인 마을에서, 그녀는 점차 마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고,

대부분 마을 사람도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주었다.

들은 얘기로는, 안 씨가 스스로 나갈 이유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일을 위해, 마을의 주변을 둘러싼 울타리도 확인했지만,

어느 곳도 튼튼하게 만들어져,

정기적으로 손질을 하고 있는지, 틈이나 흠집조차 없다.

 

레녹스 : 도구를 사용했다고 해도, 평범한 인간이 담을 부수기는 어렵겠지.

 

히스클리프 : 다른 출입구를 찾아보았지만, 역시 그 한 곳밖에 없는 것 같고…….

 

파우스트 :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입구 주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가 있다는 모양이다.

밤사이에 틈을 타서, 라는 것도 어렵겠군.

 

현자 : (그럼 대체, 그녀는 어디에……?)

 

신부가 마을에서 나간 이유도, 그럴 수단도 없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불가사의함이 깊어진 채, 합류 지점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조사를 끝낸 네로 일행이 돌아온다.

우리들은 마을에서 들은 그녀의 평판과, 역시 목격증언이 없다는 등의 내용을 전했다.

왠지, 그들은 쓸쓸한 얼굴을 띠운다.

 

카인 : 그렇구나…….

 

시노 : ……….

 

히스클리프 : 엘리엇 씨가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해준 덕분에,

얘기는 여러 가지 들었지만, 현재로서는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딱히…….

 

현자 : 그쪽은 뭔가 알아냈나요?

 

네로 : 아아, 하나 알았어. 아마도, 선생이 말했던 대로야.

 

파우스트 : ……무슨 말이지?

 

 

네로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꽃이 장식된, 귀여운 머리 장식이었다.

 

현자 : 이건…….

 

브래들리 : 신부의 집을 조사할 때 찾았어.

어렴풋하지만, 마력이 남아있어.

사라진 여자는, 마법사다.

 

현자 : 엣……!?

 

리케 & 히스클리프 : 마법사……?

 

레녹스 : 과연…….

 

파우스트 : 그런 건가.

 

놀라는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었던 것인지,

파우스트와 레녹스는 어딘지 납득이 가는 듯한 반응이었다.

 

브래들리 : 만일을 위해 기색을 지웠던 것 같지만,

그 머리 장식만에는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 여자의, 마도구 였을지도 모르지.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리케와 히스클리프는 머리 장식에 손을 뻗는다.

브래들리의 말대로, 마력이 조금 남아있던 듯,

두 사람은 말없이 끄덕거렸다.

 

현자 : 안 씨가, 마법사였다니…….

 

리케 : 생각지도 못했어요. 마을 사람들은 누구 하나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네로 : 마법사가 진심으로 정체를 숨기려고 하면,

인간이 알아채기는 어려워.

녹아들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 쉽게는 눈치챌 수 없어.

그렇지만, 이걸로 단서가 잡혔네.

신부가 인간이라면, 기묘한 사건임이 틀림없지만,

마법사였다면 얘기는 달라.

마법을 쓰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마을에서 나가는 법은 얼마든지 있어.

 

현자 : 확실히…….

 

마법사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다면, 더 간단한 일이었겠지.

즉 그것은, 신부가 자신 스스로 도망쳤다는 가능성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시노 : 결혼도, 약속의 일종이잖아.

한순간의 정에 휩쓸려서 결혼을 정하게 되어,

직전이 되어서야 두려움을 느낀 걸지도 모르지.

 약속을 하는 것의 위험성은, 마법사라면 잘 알고 있잖아.

 

히스클리프 : ………. 그렇네……….

 

약속을 한 마법사.

약속을 하지 않은 마법사.

모두가, 그 무게를 알고 있다.

 

파우스트 : 마을에서 나갔다고 한다면, 수색은 곤란하겠군.

 

카인 : 이 마을에서 마법관에 의뢰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열흘 이상은 지났으려나? 그렇다면, 아무래도…….

 

히스클리프 : ………….

 

 

리케 : 그런…….

그녀를 찾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건가요…….

 

침묵이 감도는 공기에, 리케는 점점 어깨를 떨어트린다.

풀이 죽은 그의 머리를, 브래들리가 툭툭 두드린다.

 

브래들리 : 그렇다면, 이걸로 임무는 끝이다.

진상을 저 애송이에게 알려주자고.

 

레녹스 : ……그것은, 신부가 마법사라는 걸 알리는 건가?

 

브래들리 : 그 남자, 충격을 받아서 신부를 찾을 마음도 없어질지 모르지.

그렇지만, 눈을 뜨게 하려면, 빠른 편이 좋지 않겠냐.

도망가든, 도망가지 않았든, 여자의 정체는 바뀌지 않아.

상대의 비밀을 알아서 끝날 관계라면, 거기까지라는 거지.

 

네로 : ………….

 

브래들리의 말은 진리를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따뜻함이 남은 겉옷을 벗겨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움직이면 되는 걸까.

어떤 선택지도, 뭔가를 부숴버릴 것 같아서 진정할 수 없다.

 

히스클리프 : ……결론을 내는 것은, 조금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뭔가 생각에 잠긴 모습의 히스클리프가, 마음을 먹은 듯이 얼굴을 들었다.

 

히스클리프 : 엘리엇 씨는 안 씨를 찾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마을의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돌아다니거나, 협력해달라며 부탁해줬어.

그의 마음에도, 불안이나 갈등이 잔뜩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우리에게 맡기려고 했던 그의 마음에, 나는 끝까지 보답하고 싶어.

 

히스클리프가 말을 끝내는 것을, 입을 다물고 빤히 듣고 있던 브래들리는

내동댕이치듯 양손을 들었다.

 

 

브래들리 : 큰소리를 쳤으니까 네가 끝을 내도록 해, 도련님.

여자가 마력을 없애고 살아서 그런지, 마을에 기색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그렇지만, 그 머리 장식을 사용하면 거처가 잡힐지도 모르지.

뭐 열심히 해봐.

 

입술 끝으로 웃고, 그대로 떠나간다.

 

현자 : 앗, 브래들리……!

 

카인 : 가버렸네…….

 

리케 : 정말, 맘대로 없어지다니,

북쪽의 마법사는 정말 무책임해요.

 

레녹스 : 내가 이따가 말을 걸러 가볼게. 그도 죄인의 신세야.

임무가 끝날 때까지, 맘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테니까.

 

네로 : 정말, 저 자식은…….

귀찮게 해서 미안해, 양치기군.

 

시노 : 왜 네로가 사과하는 거야?

 

네로 : 아, 아니…… 단순한 위로야.

양치기 군에게 평소의 감사를 담아서…….

 

시노 : 그런가. 나도 레녹스가 항상 승부의 상대를 해주고 있으니까.

확실히 신세를 지고 있을지도 몰라.

 

리케 : 레녹스는 가끔 오즈와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 같으니까,

저도 위로 해야 할지도……

감사합니다, 레녹스.

 

레녹스 : 천만에.

 

파우스트 : ……위로 중에 미안하다만, 얘기를 진행해도 괜찮나?

 

네로 : 앗, 응. 부탁해.

 

파우스트 : 신부가 마법사였다는 것을 알릴지 어떨지는 나중에 생각해보는 것으로 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찾는 조사를 진행하고 싶어.

없어진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지만

어느 것도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어.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행방을 찾는 것이지,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니까.

 

모두, 얌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부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녀의 정체가, 그녀의 전부는 아니다.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브래들리를 발견하면, 저는 바로 엘리엇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안에 대해서, 우리들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카인 : 그렇다면, 동행하게 해줘.

나도, 조금 더 엘리엇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리케 : 저도 갈래요. 브래들리가 도망가버리지 않도록, 감시가 필요할 테니까요.

 

 

레녹스 : 아아, 고마워. 그런 것으로, 이쪽은 맡겨주세요.

 

파우스트 : 알았어.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알리도록.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민가를 향해 갔다.

 

히스클리프 : 저희는, 그녀의 행방을 찾아봐요.

 

히스클리프는 네로에게서 받은 머리 장식에 시선을 돌렸다.

 

히스클리프 : 브래들리가 말한 대로, 이 머리 장식에 남아있던 마력을 따라가면,

행방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엘리엇 씨가 말한 대로 마을 안에서 사라진 건지, 아니면…….

추적의 마법이라면, 어느 정도는 쫓을 수 있을 거야.

 

현자 : 그래도, 괜찮나요?

이 마을에서 마법은 쓰지 않는 편이 좋은 게…….

 

파우스트 : 이 정도의 마법이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눈치채지 못할 거야.

다만, 이 꽃의 향 때문에, 평소보다 마력의 발현이 불안정할 거다.

내가 하지.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파우스트가 손을 대자, 머리 장식이 희미하게 빛을 뿜었다.

 

파우스트 : 여기저기에 기분 나쁜 마력의 잔향이 흩어져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파우스트는 눈을 감았다.

작은 소리를 잡아내듯이,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

잠시 뒤, 눈꺼풀을 치켜든다.

 

파우스트 : ……희미하지만, 마력의 흔적이 느껴져.

마을 한 구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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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파우스트에게 이끌려 기색을 쫓아가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덥수룩하게 잡초가 무성해서,

평소에도 사람이 가까이 오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네로 : 이 근처는…….

 

히스클리프 : 뭔가 알고 있어?

 

네로 : 아까, 신부의 집을 조사하러 가던 중에, 우연히 지나간 마을 사람한테 들었어.

여긴, 복잡한 사정이 있는(いわくつき) 장소라는 것 같아. 예의 나쁜 마법사가 죽었던 장소라고 말이야.

발을 디디면 저주받는다거나, 상을 당한다든가, 그런 섬뜩한 소문이 있어서

이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야.

 

히스클리프 : 여기서, 그 마법사가…….

 

히스클리프는 희미하게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시노 : 괜찮아, 히스. 그 녀석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

나온다고 해도 그냥 유령이야.

 

히스클리프 :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은데…….

 

나도 조금 무서워졌다.

복잡한 사정이 있는 곳이라는 걸 들으면, 불길한 장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노 : 파우스트. 정말 안의 기색은 여기에서 나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파우스트 : 아아. 틀림없어.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주문과 동시에, 눈앞의 풍경이 흐물흐물 일그러진다.

직후, 아무것도 없었을 장소에, 갑자기 낡은 우물 같은 구멍이 나타났다.

 

현자 : ……! 이건…….

 

네로 : 환술과 사람을 피하는 마법인가.

 

파우스트 : 이 근처에 걸려있던 것 같네.

간단한 거지만, 인간에겐 충분하지.

 

히스클리프 : 그 마법을 걸은 건, 혹시…….

 

파우스트 : 아아. 마을 곳곳에서 느낀, 꺼림칙한 마력의 잔향이 어렴풋하게 묻어나고 있어.

이걸 만든 것도 그 죽은 마법사겠지.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마법이 남는 경우는 드물어.

재액의 영향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그녀가 이 안에 있을지도 몰라.

 

우물과 같은 것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사다리가 걸려있어,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있다.

 

네로 : 어떻게 할래? 일단, 그 녀석들에게 알릴까?

 

파우스트 : 아니, 일단 우리끼리 확인하러 가자.

허탕일 가능성도 있어.

 

시노 : 가자고. 히스와 현자는 내 뒤에서 내려와.

 

현자 : (꽤 깊은 것 같은데…….)

 

들여보아도, 바닥까지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큰 입에 삼켜지는 기분이 들어서, 겁에 질렸다.

 

히스클리프 : 현자님은,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는 편이…….

 

핫 하고 고개를 돌리자, 그의 파란 눈이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고 있었다.

불안이 얼굴에 드러난 걸지도 모른다. 분발하듯, 표정을 다잡는다.

 

현자 : 아뇨, 괜찮아요.

도움이 될 일은 적을지도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함께 가게 해주세요.

 

히스클리프나 엘리엇 씨처럼, 무섭기 때문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스스로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돌아보면,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이, 그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히스클리프 :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은 제가 반드시 지킬게요.

 

사다리를 내려가, 아래까지 다다르면, 우물의 바닥은 이외로 넓었다.

네로가 마법으로 불을 켜준 덕분에, 안의 모습이 보인다.

 

히스클리프 : 이건…….

 

시노 : 지하감옥인가.

 

돌을 쌓아 올린, 차가운 잿빛의 벽. 천장은 낮고, 좁은 상자에 갇힌 것과 비슷한, 폐색감이 있다.

우리들의 앞에, 가늘고 길게 늘어진 통로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건지 막다른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 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듯이, 묵직한 쇠창살의 문이 늘어서 있다. 어둡고, 습하고, 춥다.

 

네로 : 그나저나 참기 힘드네, 이 향은……

 

어디서부터 씨앗이 스며 들어온 것인지 마을과 마찬가지로,

그 하얀 꽃이, 돌담의 틈을 메우듯이 활짝 피어있다.

밀폐된 공간인 탓에, 뿜어나오는 향기는 마을에서 맡았던 것보다 한층 짙고 강렬하다.

숨막히는 달콤함에,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마법사들도 한결같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그들은 강한 불쾌함을 느끼고 있겠지.

 

히스클리프 : 거의 햇빛도 받지 못할 텐데, 잘도 이만큼 꽃들이…….

 

현자 : 정말이네요. 발밑을 가득 채울 정도로…..왓!

 

나도 모르게 튀어 올랐다. 발밑에 보이던 하얀 것은, 꽃이 아니었다.

움푹 들어간 구멍이 두 개, 멍하니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인간의, 두개골이다.

눈여겨보면, 하얀 꽃들에 섞여, 몇 개의 사람의 뼈 같은 것이 떨어져 있다.

 

히스클리프 : ………….

 

옆에서, 히스클리프도 숨을 삼켰다.

하지만, 꾹 하고 입을 다물고, 파랗게 질린 내 등에, 살며시 팔을 감싼다.

그리고, 내 몸째로 끌어안듯이 당겼다.

조심스러운 그 치고는 대담하고, 힘찬 몸짓이었다.

아까의 말했던 대로,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지킬 수 있도록.

그런 그의 강한 마음이 팔로 전해진다.

 

파우스트 : 마을을 지배했던 마법사는, 마법에 사는 많은 여성이나 아이를 납치했다고 들었어.

어쩌면, 이 지하감옥에 유폐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현자 : 그럼 이 해골은, 그 피해자의…….

 

뼈뿐만이 아니다. 녹슨 쇠사슬이나 목줄, 칼날…….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로움을 받았는지가,

싫어도 상상이 되어 숨이 막혔다.

 

네로 : 현자 씨, 괜찮아? 안색이 나쁘다고.

 

현자 : 죄송해요. 조금 동요해서…….

 

네로 : ……심한 꼴이네. 이 마을의 녀석들이, 마법사를 원망하는 이유겠지.

 

지하감옥에는, 분명하게 어린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작은 뼈도 떨어져 있다.

네로의 눈에 혐오가 떠오른다.

 

네로 : 이런 것은, 그다지 보려고 하지 않아도 돼.

당신은 상냥하니까,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어버리잖아.

힘들어질 것 같으면, 눈을 피하던가, 아예 감아버려.

 

네로는 잠시 불을 내려주었다.

부드럽게 등을 두드려주어, 점차 호흡이 편해진다.

 

현자 : 감사합니다. 조금 진정되었어요…….

 

파우스트 : 현자. 너무 무리는 하지 마.

 

현자 : 걸음을 멈춰버려서 죄송해요. 이제 괜찮아요.

가요. 안 씨를 찾아야죠.

 

파우스트 : ………….

 

파우스트는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본 뒤, 작게 주문을 외웠다.

피로가 풀리듯이, 둥실하고 몸이 가벼워진다.

 

파우스트 : 혹시 몰라서, 가볍게 가호의 마법을 걸어두었어.

너는 너무 열심히 하는 데가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진다면 바로 얘기하렴.

 

현자 : 파우스트…….

감사합니다.

 

동쪽의 마법사들의 상냥함에 도움을 받으며, 지하감옥을 나아간다.

얼마나 인질을 잡아 왔는지, 감옥은 무수하게 늘어서 있다.

안을 하나하나 살펴봐 가며, 긴 통로를 나아간다.

가끔 보기 힘든 것들이 눈동자에 비친다.

그럴 때는 네로의 충고대로 눈을 감았다.

이윽고 가장 안쪽의 감옥에 다다르려던 때, 선두를 걷고 있던 시노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시노 : 뭔가 있어.

 

파우스트 & 네로 : …….

 

시노가 날렵하게 대낫을 꺼냈다.

순식간에, 공기가 팽팽해진다.

히스클리프가 내 앞에 서서 감싸주었다.

 

히스클리프 : 현자 님, 제게서 떨어지지 마세요.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감옥 쪽으로 네로가 등불을 향했다.

 

네로 : ……!?

 

거기에는, 여자가 한 명 쓰러져 있었다.

두 팔이 묶인 채, 옆에는 본 적이 있는 부서진 돌 같은 것이 떨어져 있다.

 

현자 : (마나석……? 어째서 이런 곳에)

 

순간 신경을 뺏겼지만, 그것보다 그녀의 안부다.

우리는 서둘러서 여성에게 달려갔다.

 

네로 : 어이, 당신 괜찮아?

 

말을 걸어도, 깨어날 것 같은 상태가 아니다.

숨은 붙어있는 것 같지만, 피부는 파랗게 질려, 약해져 있다.

 

현자 : 파우스트, 이 사람은…….

 

파우스트 : 아아, 마법사다.

하지만 쇠약해져서, 상당히 마력이 약해져 있어.

 

파우스트가 서둘러 슈가와 물을 먹이면,

서서히 혈색이 돌아오고, 여성이 눈을 뜬다.

 

여성 : ……? 여기는…….

 

몸을 일으킨 그녀는, 우리를 보고 몸을 굳혔다.

 

여성 : 다, 당신들은…….

 

현자 : 저, 부디 안심해주세요.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테니까요.

……잠깐 얘기해도 괜찮을까요?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클리프 : 실은 지금, 사람을 찾고 있어서…….

 

히스클리프가 품에서 머리 장식을 꺼낸다.

 

히스클리프 : 여기에 남겨진 마력을 추적해서,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당신이, 안 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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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머리 장식을 쳐다본 그녀는, 바로 안색을 바꿨다.

그렇지만, 곧바로 꾸며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

체념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 장식을 두 손으로 받았다.

 

안 : 네……. 안은 저예요.

정신이 없었던 걸까……. 마도구를, 집에 놔두고 가다니.

 

그녀는 머리 장식을 매만지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현자 : (이 사람이 안 씨……)

 

조금 수척하지만, 엘리엇이 얘기했던 대로

몹시 포근한 분위기의 여성이었다.

다정한 눈동자 속에, 총명함이 보인다.

 

파우스트 : 미안하지만, 쉬엄쉬엄해도 괜찮으니까,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겠어?

 

네로 : 마을에서는, 네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으로 되어있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사정을 묻자, 그녀는 사건이 일어난 일을 띄엄띄엄 얘기해주었다.

 

안 : 이웃 아이들과 숨바꼭질하고 있던 때……

숨을 장소를 찾으려고 걷던 중,

갑자기 묘한 마력의 기색을 느꼈어요.

그것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가까이 가선 안 된다며 경고받았던 장소에, 발을 들여버렸어요.

그랬더니, 나를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서…….

정신을 차려보니, 우물 속에 끌려들어 버렸어요.

 

현자 : 끌려들어 갔다……?

대체 누가 그런 일을…….

 

안 : ……예전에, 이 마을을 지배했다고 하는 마법사예요.

 

시노 & 히스클리프 & 현자 : !?

 

네로 : 잠깐 기다려. 그 녀석은 예전에 죽었잖아?

그 얘기는 마치…….

 

신부가 사라진 날부터, 이 마을에는, 불온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나쁜 마법사가 살아나, 신부를 납치했다’

 

파우스트 : 설마……. 진짜로 되살아난 건가?

 

안 : ……아뇨, 그렇지 않아요.

백 년 전에 마법사는 독에 당해 퇴치했다고,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는, 죽지 않았어.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안 : 그는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어요.

빈사의 몸을 이끌고, 이곳에 도망쳐,

긴 시간, 살아있었던 것 같아서…….

 

아연실색했다.

마을에 전해지던 꺼림칙한 일은, 아무도 모르게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히스클리프 : 설마, 되살아나기는커녕…….

 

시노 : 백 년, 여기서 계속 살았던건가?

 

네로 : 용케도…….

상당히 집념이 강한 녀석이었구나.

 

그러나, 죽음은 면했으나

마을 사람에게 당한 독은 상당히 강한 것이었다고 한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수십 년 이어졌다.

그동안,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들여온 흰 꽃이

지하 감옥에서도 번식을 시작했고, 그 달콤한 향은 그의 회복을 더욱 늦췄다.

 

안 : 생각처럼 마력은 돌아오지 않고,

충분히 움직일 수도 없는, 그런 상태로…….

그는 원한을 품고서, 여기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할, 그 순간을.

 

네로 : 그 기회가, 당신이었다는 건가.

 

안 : 네. 이 마을에 마법사가 있는 것을, 낌새로 알아차린 것 같아요.

마력을 되찾기 위해서, 그는 저를 돌로 하기로 음모를 꾸며서, 이 지하감옥에…….

 

안씨의 옆에 떨어져 있는 마나석을, 파우스트가 힐끔 쳐다보았다.

 

파우스트 : 그러나 그것으로 힘을 다했고,

너를 손에 넣기 전에 자신이 돌이 되어버렸군.

 

안 : 네…….

지금까지의 원한을 얘기하면서, 힘이 다해서, 그대로 돌로…….

 

혼자서 남겨진 그녀도 짙은 향에 중독되어,

몸을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밧줄을 풀 힘조차 남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할 수 없고,

그 사이에, 의식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현자 : (누구의 눈도 닿지 않는 장소에서,

그런 심한 일을 당하다니……)

정말 불안하셨겠네요…….

서 있을 수 있겠어요? 힘드시다면 누워계시는 편이…….

 

안 : 괜찮아. 슈가를 받은 덕분에, 조금 편해졌으니까.

 

씩씩하게 웃은 안 씨의 발밑에는, 산산조각이 난 마나석이 빛나고 있다.

한 발 잘못 딛었다면, 돌이 된 것은 그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도, 의식을 잃은 채 이 지하감옥에서,

영원과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고 소름이 돋은 동시에, 그녀를 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새삼 안도했다.

 

히스클리프 : 찾아오는 게 늦어져서 죄송해요. 저희는 현자의 마법사입니다.

엘리엇 씨로부터, 당신을 찾아달라고 하는 의뢰를 받고 마을에 왔어요.

 

안 : 엘리엇이…….

 

엘리엇 씨의 이름을 들은 순간,

안씨의 표정이, 소녀처럼 달아오른다.

처음 호흡을 하는 것처럼, 후 하고 크게 숨을 내쉰다.

 

안 : 아아……이러면 안 되지. 미안해, 그의 이름을 들을 수 있는 게, 기뻐서.

나도 참, 아직 감사의 인사를 하지 못했네.

구해주어서, 정말로 고마워.

 

현자 :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무튼 일단은 보고도 할 겸, 엘리엇 씨에게 안 씨를…….

 

동쪽의 마법사들 : ………….

 

그 이야기를 한 순간, 마법사들의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두, 곤란한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현자 : 저기…….

 

당황하는 내게, 파우스트는 난처한 표정을 했다.

내키지 않는 얼굴로 입을 연다.

 

파우스트 : ……거기서 돌이 된 마법사에게, 이 마을은 과거, 오래 괴롭힘을 당했어.

그 원망이 아직 강하게 남아 계속되고 있어.

그 원흉이 되살아나기는커녕, 계속 살아있었다.

거기다, 녀석의 무도함을 뒷받침하는 듯한, 이 엄청난 희생자의 유골…….

이 모두가 마을 사람에게 알려진다면, 점점 더 원망과 분노가 강해져.

마법사와의 불화는 깊어지기만 하겠지.

 

히스클리프 : 그런 마을에서, 어느 순간 그녀가 마법사라는 것을 드러낸다면…….

 

무기와 함께 향해진 적의.

찾아간 곳에서 던져진 흰 꽃.

이 마을에 온 뒤의 일을 생각하면, 어떤 취급을 당할지, 슬플 정도로 상상이 갔다.

안 씨의 경우, 잠시 인간이라고 속였던 만큼, 더욱 거센 반발을 부를지도 모른다.

 

네로 : ……저기, 당신.

차라리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두고, 이대로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어?

 

네로는 살펴보는 듯한 얼굴로 제안했다.

 

네로 : 마을의 녀석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친절하게 대해준 녀석도 있었겠지.

그렇지만, 그건 당신이 ‘인간’이라서야.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장소에서,

존재를 허용되지 않는 자가 소중한 것을 만드는 건,

아마도…… 나중이 힘들어질 거야.

네가 바란다면, 신랑 씨나 마을의 녀석들에게는, 우리가 잘 얘기해둘 테니까.

 

시노 : 애초에, 잘도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네.

사시사철, 꽃냄새로 가득 차 있는 마을이야.

그냥 지내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잖아.

그대로 그 녀석과 결혼하고, 이 마을에 남는다면,

그 앞도 그 인내가 계속돼.

자신을 숨기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괴로워하고,

마력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지 않으면 안 돼.

너, 그렇게까지 해서 여기에 있고 싶은 건가?

 

동쪽의 마법사들은, 이 나라에서 인간의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고생도,

마법사로서 살아가는 괴로움도, 몸에 배어 있다.

그들의 말은 규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것임을, 그녀도 분명 알고 있다.

 

안 : ………….

 

안 씨는 속눈썹을 내리고, 무릎 위에서 손을 잡았다.

 

안 : ……걱정해줘서, 고마워. 당신들의 말이 맞아.

이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를 진심으로 꺼리고 싫어하고 있어.

내가 이곳에서 계속 사는 것은, 죽음을 옆에 두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래도 그의…….

엘리엇의 곁에 있고 싶어.

 

어른스러운 미소에, 엘리엇 씨가 얘기했던 것을 떠올린다.

안 씨는 견문이 넓고, 박식하다고.

젊은 외형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나, 총명함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그녀도 역시,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마법사다.

 

안 : 마법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있어.

나이가 들수록, 손발을 다루듯 마법을 쓸 수 있게 될수록, 실감했어.

엘리엇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그의 성실함과, 상냥함이 내 마음을 바꿔주었어.

그는 내가 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모두를 열심히 설득해주었어.

그리고, 결혼하자고 말해주어서…….

그때 느낀 기쁨은, 분명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마법사들은, 조용히 안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오랜 삶을 산 파우스트나 네로도,

아직 어린 히스클리프와 시노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마법사가, 그럼에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는 것.

그것은 오랜 시간을 사는 그들에게 있어,

우리보다 더, 귀중하고,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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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안 : 인간인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길어야 수십 년.

금방 이별이 찾아온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지금은 마력을 잃는 것보다,

그의 손을 놓아버리는 일이,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중한 사람의 곁에 있을 수 없는 것,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상처입히는 것…….

나에게는 무엇보다 그게 가장 무서워.

 

입술을 깨물고, 안 씨는 고개를 들었다.

 

안 : 그러니까, 부탁이야!

내가 마법사라는 것에 대해선 조용히 해줘.

지금처럼 숨기고 있는다면, 분명히……!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눈빛에서는, 엘리엇 씨에 대한 깊은 마음이 전해져온다.

무엇을 저울질하더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다는 바람보다 무거운 것은,

지금의 그녀에게는 없는지도 모른다.

설령 자신을 속이는 일이 되어도, 언젠가 마력을 잃을지 모른다고 해도.

 

현자 : (그렇지만…… 그걸로 괜찮은 걸까)

(정체를 숨긴 채 맺어진다고 해도, 두 사람 다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그녀 자신이 바라고 있는데도 무언가가 목에 걸려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히스클리프 : ………….

안 씨의 기분, 조금 알 것 같아요.

 

이제까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던 히스클리프가 살짝 입을 열었다.

멈추는 것도, 경고하는 것도 아니다.

옆의 의자에 살짝 걸터앉는 것 같은 말투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눈을 향했다.

 

히스클리프 : 저는 자신이 마법사로서 태어났다는 것에, 계속 부담을 느끼고 있었어요.

동쪽의 나라는 특히 마법사에 대한 편견이 강하니까…….

무신경한 말을 수근거리는 경우도 많아서.

제가 평범한 인간으로서 태어났다면,

부모님이나 집안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시노 : ………….

 

히스클리프 : 그래도, 주변에 있어 주는 사람들은,

제가 마법사라고 해서, 저를 거절하지는 않았어요.

저 자신을 마주 봐주는 사람이 잔뜩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저의 긍지를 지켜준, 상냥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저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건네받은 온기를 돌아보듯이,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안 씨의 쪽을 바로 바라보았다.

 

히스클리프 : ‘진정한 나’로 있는 것이 괴로워서, 힘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숨긴 채로 있고 싶은 마음은 잘 알아요.

털어놓아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상처받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은, 무척 무서운 일이지만…….

당신이 꺼낸 성실함이나 진심에, 같은 것을 돌려주려 애써주는 사람이라면,

당신을 상처입히거나 하지는 않겠죠.

……게다가, 엘리엇 씨는, 당신을 누구보다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히스클리프는 쭈뼛쭈뼛 미소 지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 버리지 못하는 것, 사실은 믿고 싶은 것, 그 전부에 손을 얹는 듯한 부드러움이었다.

 

안 : …………

 

안 씨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히스클리프의 말을 꽉 물듯이, 다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파우스트가 소식을 날려 보내,

레녹스, 브래들리, 카인, 리케가 엘리엇 씨와 함께 지하 감옥으로 내려왔다.

안 씨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엘리엇 씨가 달려 나갔다.

무사한지 확인하듯이, 그녀의 뺨이나 얼굴을 만진다.

 

엘리엇 : 안……! 다행이다, 정말로…….

 

안 : 미안해, 걱정을 끼쳐서.

 

엘리엇 : 괜찮아, 네가 무사하니까……!

여러분, 그녀를 찾아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카인 : 다행이네, 엘리엇.

 

브래들리 : 그나저나, 대단찮은 장소구만. 신물이 나네.

 

레녹스 : 여기는 감옥이죠. 어째서 그녀가 이런 곳에?

 

네로 : 실은…….

 

카인 & 리케 & 레녹스 : 마법사가 살아있었다고……?

 

시노 : 그 녀석이 신부를 납치해서, 가둬놓고 있었어.

그리고 마력을 다 써버려서, 멋대로 죽었어.

 

카인 : 거기에 있는 마나석이, 그 마법사의 영락의 끝인가…….

 

브래들리 : 마을에 기색이 남은 이유지.

아주 최근까지 살아있었으니까.

 

엘리엇 : 믿을 수 없어……. 그 마법사가 수십 년을 여기서…….

 

진상을 들은 엘리엇 씨는 멍하니 있었지만, 바로 정신을 차렸다.

 

엘리엇 : 이래선 안 돼, 안을 발견했다고, 마을 사람에게 알리고 올게요.

이 지하감옥에 대해서도 보고하지 않으면……!

 

안 : ……읏. 기다려!

 

발길을 돌리려는 엘리엇 씨를, 안 씨는 순간 만류했다.

뭔가 말하려, 입술이 희미하게 벌어진다.

그렇지만, 결국 말이 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엘리엇 : 안?

 

안 : ………….

 

히스클리프 : …….엘리엇 씨. 괜찮다면 마을에 돌아가기 전에,

안 씨와 조금만 더 얘기해주시지 않겠어요?

이 지하 감옥에서, 안 씨는 무서운 경험을 하셨어요.

그렇지만, 당신의 이름을 들은 순간, 무척 안심한 얼굴을 했어요.

분명 그녀는, 아직 불안함 속에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이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 안심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엘리엇 씨는 그제야, 안 씨의 어깨가 작게 떨리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의 양 손을, 그녀의 손 위에 다정하게 얹는다.

 

엘리엇 : 안……. 괜찮아. 이제 절대로 무서운 일은 겪지 않도록 할게.

안이 없어져서 아플 정도로 알게 되었어.

네가 없는 인생은,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어.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만나는 게 기적같이 기뻐. 무사히 있어 줘서,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이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는지, 참다못해 엘리엇 씨가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로 뺨을 적시면서, 그 역시 떨고 있었다.

안 씨가 발견될 때까지, 그가 가슴속에서 얼마나 불안감과 싸워왔는지를 엿본 느낌이었다.

그의 모습을 본 안 씨는, 마음을 정한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안 : ……나,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그 목소리는, 감옥에서 깨어났을 때보다 훨씬 더 겁에 질려있다.

 

안 : ……나는, 마법사야.

계속 인간인 척 하고있었지만…….

이제까지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금방 이해가 안 되는지, 고해진 말을 음미하듯이 엘리엇 씨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엘리엇 : 마법사……?

……네가……?

 

안 씨는 대답 대신 조그맣게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그러자 엘리엇의 눈앞에 펜과 종이가 나타난다.

펜은 저절로 움직여, 짧은 글자를 다 적자,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던 신기한 힘이다.

눈앞에서 그것을 본 엘리엇 씨는, 뺨을 맞은 듯 허공을 향해 눈을 뜨고 있다.

 

엘리엇 : ………….

 

지하 감옥이 싸아, 하고 조용해졌다.

극도의 긴장으로, 안 씨의 몸이 굳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리엇 : 그런…….

계속 숨기고 있었다니…….

 

침묵 속에서, 안 씨의 부축을 받던 엘리엇 씨의 손이 슬그머니 떨어졌다.

 

안 : ……엘리엇.

 

쫓아가듯이 흘러내린 안 씨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체온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 순간, 작은 오열이 울려 퍼진다.

 

엘리엇 : 미안…… 눈치채지 못해서.

 

그는 어깨를 떨며,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엘리엇 : 너에게 있어서 이 마을은, 정말 괴로운 장소일 텐데…….

오랫동안 혼자서 힘들게 했지. 숨김없이 얘기해줘서, 고마워.

 

큰 키를 숙이고, 엘리엇 씨는 그녀를 껴안았다.

 

안 : ……읏…….

 

긴장한 활시위가, 겨우 휘어지는 것을 허락받은 듯이,

안 씨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떨어졌다.

목이 메어, 엘리엇 씨의 등에 매달린다.

오랜 세월 속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인연에 매달리듯이,

결코 손을 놓지 않을 것처럼.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언제까지나 서로를 껴안고 있다.

그 모습은, 어두컴컴하고 무서운 지하 감옥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결말을 장식하는 삽화 같았다.

 

현자 : (잘됐다……. 정말 잘됐어……)

 

히스클리프 : ………….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똑같이 기쁜 듯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히스클리프와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친다.

우리는 말을 나누는 대신,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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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 후, 안 씨가 무사히 발견된 것을 마을 사람에게도 보고했다.

 

마을 사람 : 뭐라고? 저 장소의 아래의 지하 감옥이……!?

 

마을 사람 : 옛날, 마법사가 만들었대.

그런 무서운 게 남아있었다니…….

 

‘옛날, 마법사가 만든 지하 감옥의 구멍이,

어느 새에 열려서, 헤매던 안이 우연히 떨어졌다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이야기가 되었다.

안 씨가 마법사라는 것,

죽였을 터인 마법사가 살아있다는 것.

마을에 끼칠 영향을 생각해서 그것들은 우리의 가슴속에 묻었다.

 

카인 : 지하 감옥의 유골은 모두 모아서, 정성을 다해 묻어두었지.

 

네로 : 마을 한 구석에 말이야.

해골이 된 녀석들도, 마법사의 조의를 받고 싶진 않겠지만 말이지.

 

히스클리프 : 응…….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네.

 

사건의 무대가 된 지하 감옥은, 안전을 위해 봉인해두기로 했다.

봉인을 맡은 것은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나이 많은 마법사인 레녹스, 네로, 브래들리.

그들은 이미 준비하고있다.

 

마을 사람 : 어이. 마법사 따위에게 맡겨도 괜찮은 거야?

 

마을 사람 : 반대로 저주를 받아버린다면…….

 

브래들리 : 목숨이 아깝다면 사라져.

네 녀석들도 함께 봉인해줄까.

 

마을 사람 : 히익……!

 

네로 : 일부러 겁주지 마.

 

브래들리 : 공교롭게도 나쁜 마법사라서.

 

파우스트 : 그렇지만, 의외군…….

네가 이런 제안을 앞장서서 할 줄이야.

 

이대로 방치하면, 소문대로 마법사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위협하며,

지하 감옥의 봉인 얘기를 꺼낸 것은 브래들리였다.

 

브래들리 : 흥. 이 마을 녀석들은 음침한데다 반항적이야.

사면을 목적으로 온 건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쌍둥이한테 시달리면, 못 견딘다고.

지하 감옥의 하나라도 봉인해둔다면, 조금은 감사의 마음을 가질지도 모르잖아.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가 마을에 간섭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지만,

다시 재앙이 닥칠 것을 두려워해, 결국엔 이를 허가했다.

마을을 뒤흔들었던 나쁜 마법사는,

이제야말로 영원히 땅 밑에서 잠들게 되었다.

 

파우스트 : 그럼, 봉인의 의식을 시작한다.

 

파우스트의 신호로 네 사람은 주문을 거듭한다.

마법진이 하얗게 떠오르고,

마을에 둥지를 틀고 있던 괴물의 입이 점점 닫혀간다.

그것을 떨어진 곳에서부터 지켜보고 있으면,

히스클리프가 목소리를 낮춰서 알려주었다.

 

히스클리프 : 엘리엇 씨에게서 들었는데요,

결혼식은 며칠 뒤, 마을 사람들을 모아서 거행한다고 해요.

그래서, 안정되었을 때,

둘이서 마을을 나갈 예정이라고…….

 

현자 : 그렇군요…….

 

약한 바람이 불어서, 달콤한 향기가 빠져나간다.

엘리엇 씨가 안 씨를 받아들인다 해도,

안 씨가 정말 자신으로서 있을 수 있는 장소가, 이 마을에는 없다.

 

시노 : 언젠가 분명, 저 녀석들은 헤어지게 될 거야.

 

무리에서 벗어나, 나무의 아래에 주저앉아있던 시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시노 : 마음이 바뀌지 않아도, 인간과 마법사는 살아가는 시간이 다르니까.

 

엘리엇 씨는 그녀가 꺼낸 ‘진실’을 받아들여,

인간과 마법사의 부부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그 이외의 것을 내려놓고.

누군가가 보기엔, 그 선택은 비겁하고 불행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현자 : 그래도…….

그때, 울면서 서로를 껴안는 두 사람은

진심으로 행복한 것처럼 보였어요.

 

히스클리프 : 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힘이,

제 눈에는 무척 눈부셨어요.

저는 선뜻 단념하지는 못하니까…….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도 잔뜩 있어요.

 

천천히 시노에게 시선을 향한다.

 

히스클리프 : 저는, 저에게 있어서 약속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독촉받은 대로, 약속을 나눠버렸어요.

그걸 후회하고 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자신의 의지로 약속을 할 때에는,

저 두 사람처럼, 무언가를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가슴을 펴는 모습에는, 상냥한 그의 마음에 있는,

각오와 긍지가 보여서, 무척 늠름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카인과 리케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네로 : 무슨 이야기 했어? 다들 히죽거리고.

 

브래들리 : 나쁜 계획이라면 나도 끼우라고.

 

현자 :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봉인은 잘 되었나요?

 

레녹스 : 네. 모두 문제없이.

 

파우스트 : 마나석째 엄중하게 봉해놓았어.

저 장소가 햇빛을 보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지하 감옥의 입구는, 말끔하게 사라져 있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였을 우물이, 이제 어디에 있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눈처럼 보이는 하얀 꽃들이,

아무 말 없는 과거를 애도하듯,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마을을 떠나려고 할 무렵.

엘리엇 씨와 안 씨가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현자 : 엘리엇 씨, 안 씨.

 

안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감사를 말하고 싶어서.

 

엘리엇 : 여러분께는, 정말로 신세를 졌습니다.

이렇게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모두 당신들의 덕분이에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엘리엇 씨는 히스클리프의 양손을 잡았다.

히스클리프가 그를 격려해주었을 때의 답례 같았다.

 

히스클리프 : 아뇨, 저희는 도와드린 것뿐이에요.

두 분이 서로를 믿고, 포기하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요.

 

엘리엇 : 이 은혜는 잊지 못할 거예요.

마을을 나간 후에도, 계속.

 

안 : 가능하다면, 여러분도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네로 : 그렇게까지 우리도 뻔뻔하지 않아.

 

파우스트 : 아아. 마음만 받아둘게.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의 참석을 환영하지 않을 것은,

모두가 충분히 알고있었다.

미안해하는 듯한 두 사람에게, 히스클리프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히스클리프 : 저기, 괜찮다면……

지금 여기서 축하하게 해주시겠어요?

결혼식 참석은 할 수 없지만, 저희도 두 분께 축복을 드리고 싶어서요.

 

안 : 어머……!

 

엘리엇 씨와 안 씨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뒤,

기념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 다가와, 앉은 자세를 바르게 했다,

 

엘리엇 : 네, 물론! 영광이에요.

당신들 같은, 멋진 마법사에게 축하받을 수 있다니.

 

기쁜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두 사람을 따라,

나도 마법사들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온화한 분위기 속에, 가장 먼저 히스클리프가 입을 열었다.

뛰어나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듯이,

그는 천천히 주문을 외운다.

 

히스클리프 :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순간 흐린 하늘이 맑아지고,

그의 눈동자와 같은 빛의 맑고 푸른 하늘이 들여다보인다.

구름을 가르고, 빛이 비친다.

거기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처럼, 옅은 색의 꽃잎이 춤추며 떨어진다.

 

히스클리프 : 앞으로 두 사람이 계속 행복할 수 있기를……

 

네로 :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네로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주문을 외운다.

 

네로 : 당신들이 더 이상 헤어지는 일이 없기를……

 

파우스트 :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어딘가 상냥한 목소리로,

파우스트도 그들을 위해 축복을 보낸다.

 

파우스트 : 서로가 서로를 지킬 수 있기를…….

 

그에 이어서, 다른 마법사들도 차례차례 주문을 외운다.

 

시노 : ≪マッツァー・スディパス≫

 

브래들리 : ≪アドノポテンスム≫

 

레녹스 : ≪フォセタオメユ

 

리케 :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카인 : ≪グラディアスプロセラ≫!

 

잠깐 맑아진 하늘 아래로 보이는 여덟 사람 몫 마법사의 축복이,

꽃잎이 되어 엘리엇 씨와 안 씨의 곁에 떨어진다.

부드러운 색의 꽃잎들에 둘러싸인 그 모습은,

커다란 부케에 싸여있는 것 같았다.

 

안 : 예쁘다…….

 

엘리엇 : 대단해……!

나, 이런 아름다운 마법을 본 건 처음이야…….

 

두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법사들의 선물에 눈길을 빼앗긴 채다.

손을 펼치고, 서로 웃으며, 떨어지는 꽃잎을 받고 있다.

자신이 축복을 받은 것처럼, 히스클리프는 미소 지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다.

 

히스클리프 : 결혼 축하드려요. 부디, 언제까지나 행복하세요.

 

이야기에는 항상 계속이 있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후에도, 페이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나눈 약속이 어떤 운명을 가져오는가,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마법사의 축복을 나누는 신부와 신랑은, 역시 무척 행복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