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 ~남쪽 나라 & 동쪽 나라~ (6~10화)

oTaku_enen 2022. 2. 5. 19:05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오역 지적 달게 받습니다.

 

 

이벤트 기간 <2021.10.03~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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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평온하고 협조성 있는 남쪽 마법사 간의 충돌은 차가운 긴장을 가져왔다.

그만큼, 서로에게 양보할 수 없는 생각이 있는지도 모른다.

모른다, 고 피가로를 밀어낸 미틸처럼.

 

현자 : (……미틸, 괜찮으려나.)

 

자연스럽게 문 쪽을 쳐다본다.

슬픈 얼굴로 떠난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현자 : ……죄송합니다. 저, 미틸의 상태를 보러 갔다 올게요.

 

네로 : 그럼 나도 같이 갈게.

 

현자 : 감사합니다, 네로.

 

피가로와 모두도 걱정이지만,

우리는 미틸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에, 미틸이 앉아있었다.

루틸이 붙어있는 가운데,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고 있다.

 

미틸 : 저, 고집을 부린 걸까요.

그렇지만, 여기가 없어진다니…….

 

시노 : 고집이 아니야. 미틸의 미래 직장의 일이야.

너의 허락도 없이, 맘대로 없어지면 곤란하잖아.

 

히스클리프 : 그렇지…….

나라도, 갑자기 블랑셰 성을 치워버린다고 한다면,

아무리 나에게 결정권이 없어도, 놀라고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해.

 

시노 : 그런 걸 당하게 할까 보냐.

주인님 상대라고 해도, 목숨을 바꿔서라도 항의할 거야.

 

히스클리프 : 바로 목숨을 내놓지 마! 만약의 이야기야.

그렇지만, 지금의 미틸은 그런 기분을 안고 있는 거지.

 

미틸 : …….

 

현자 : 저어…….

 

루틸 : 현자님. 와 주셨군요.

 

히스클리프 : 네로도.

 

시노 : 다른 녀석들은?

 

네로 : 아-…….

아직 안에서 얘기 중이야.

 

현자 : 미틸, 조금 진정되었나요……?

 

나를 보고, 미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울었던 것인지, 울음기를 참은 것인지,

예쁜 초록색 눈동자가 지금은 새빨갛게 젖어있었다.

그 어깨를, 루틸은 다정하게 안고 있었다.

언제나 명랑한 형제는, 지금은 슬픈 듯이 속눈썹을 늘어트린 채로 같은 아픔을 견디고있다.

 

미틸 :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진료소를 포기한다는 말 밖에는,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까 혹시, 피가로 선생님이 저에게 말한 건

모두를 위한, 옳은 일 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역시 싫어요.

 

미틸은 코를 훌쩍였다.

 

미틸 : 여러 가지 방법을 시험해보고,

이제 다른 수단이 없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장소를 없앤다는 방법을, 가장 먼저 선택할 줄은 몰랐어요.

가능성이 하나라도 있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했으면 하는데.

저는, 그 장소를……,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를, 지키고 싶어…….

피가로 선생님이, 그걸 허락해주셨으면 해요…….

 

현자 : 미틸…….

 

시노&히스클리프 : …….

 

루틸 : 미틸, 형도 같은 생각이야.

이 장소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추억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미틸 : ……형님.

 

루틸에게 어깨를 안기면서, 미틸은 쓸쓸한 듯이 무릎을 꽉 껴안았다.

피가로를 대신하듯, 네로는 미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네로 :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큼,

피가로도 이곳에서 사는 모두를 보호하고 싶다는 걸지도 몰라.

그래서 더 어렵네.

 

네로는 주위를 살피며 한숨을 쉬었다.

바람이 약하게 불어, 호수의 위에 잔물결이 인다.

남쪽 나라는 자연이 험하고, 개척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땅이다.

이 마을도, 이렇게 살 수 있는 곳이 될 때까지 많은 고생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현자 : (……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진료소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문득 작은 화단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꽃은 보이지 않았지만, 꽃의 이름이 적혀있었을,

귀여운 판자가 나란히 있다.

 

히스클리프 : 현자님?

……아아, 저런 곳에 화단이 있었구나.

 

현자 : 지금 눈치챘어요. 꽃은 없는 것 같지만…….

 

미틸 : 저건, 예전에 저희가 만든 거예요.

 

현자 : 그런가요?

 

루틸 : 네. 레노씨가 도와주셔서, 흙을 옮기고 씨앗을 심고.

 

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듯,

미틸과 루틸의 얼굴이 약간 밝아진다.

 

미틸 : 물이 부족했던 건지, 흙이 맞지 않았던 건지

꽃은 금방 시들어버렸지만요…….

피가로 선생님이, 또 언젠가 키우자면서 화단을 그대로 남겨주셨어요.

 

시노 : 헤에.

 

네로 : 그래서 판자도 그대로 남아있었군.

 

루틸 : 저건 미틸이 적은 거예요.

글자를 막 외우고 있을 때여서,

자기가 쓰겠다면서 의욕적이어서.

 

히스클리프 : 아하하. 그렇게 어릴 때 만들었구나.

 

미틸 : 저, 어릴 때부터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에 자주 신세 지고 있었어요.

열이 내리지 않을 때나, 몸 상태가 안정되지 않을 때에는,

몇 번이고 묵게 하기도 해주시기도 했어요.

 

현자 : 진료소에 입원했던 적이 있는 건가요?

 

미틸 : 네. 가끔씩 이지만.

 

루틸 : 집에서는 바로 조치할 수 없으니까,

피가로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으면서, 당분간 지내곤 했어요.

 

미틸 : 그렇지만 힘들기만 했던 게 아니라,

즐거운 추억도 잔뜩 있어요!

여행의 흉내를 내서, 형님과 함께 진료소에서 자고 가거나.

 

루틸 : 어릴 때, 자주 했었지.

자고 가는 날은 다 같이 밥을 만들고, 밤에는 으레 담력 시험을 해서…….

귀신 역의 피가로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 해서,

미틸을 울렸던 적도 있었나.

 

미틸 : 그치만, 정말 무서웠어요!

찬장을 열었더니, 피가로 선생님의 목이 떠 있어서……

 

히스클리프 : 그, 그건 무섭네.

 

네로 : 너무 기합을 넣었잖아.

 

루틸 : 그때 피가로 선생님, 굉장히 당황하셨지.

미안해, 귀신이 아니야, 하고.

미틸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필사적으로 사과하고.

 

미틸 : 레노 씨도 달래주려고 웃어주었는데,

그 얼굴이 무서워서, 더 울어버렸어요.

 

현자 : 아하하. 상상되네요.

레녹스도 같이 담력 시험을 했군요.

 

미틸 : 네! 양치기의 일이 없을 때 몇 번 정도, 자고 갈 때에 얼굴을 비춰주셨어요.

 

미틸과 루틸은 진료소에서의 추억을 잔뜩 들려주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사랑스러운 추억인지,

그 들뜬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소중한 누군가와 울거나 웃거나, 위로받거나.

돌이켜보면 모두 반짝이고 빛나는, 분명 보물 같은 시간이었다.

 

미틸 : 더 얘기하기도 부족할 만큼,

여기에는 추억이 잔뜩 있어요.

저희에게 있어서, 둘도 없는, 정말로 소중한 장소에요.

 

피가로 : 그런 일이 있었지, 그립네.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루틸 : 어느 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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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틸의 곁에 피가로가 서 있다.

그 뒤에는, 레녹스와 파우스트의 모습도 보인다.

 

피가로 : 담력 시험에서 울려버렸을 때는, 정말 초조해졌어.

루틸은 무서우면 무서울수록 기뻐하는 아이였으니까, 정도를 잘 몰랐어서.

눈알을 열 개 붙인 얼굴 이라던가도 준비했었는데,

그만둬서 다행이었어.

 

레녹스 : 그 외에도, 천장에서 피의 비를 내리려고도 했었죠.

 

루틸 & 미틸 : 엣, 그랬었나요?

그건…….

 

미틸 : 무서워!

 

루틸 : 재미있을 것 같네요!

 

현자 : 아하하.

 

네로 : 의견이 멋지게 갈렸네.

 

히스클리프 : 역시 피의 비는 자극이 강한 것 같네…….

 

피가로 : 그때는 즐겁게 해줘야지 하고,

조금 의욕을 내버려서.

 

파우스트 : 너무 의욕이 강하잖아.

애들을 앓아 눕힐 작정이냐.

 

피가로 : 다음부터는 조심했어.

모처럼 숙박하러 모인 거니까 즐거워야지.

기억나? 자고 갈 때에, 다 같이 만들었던 스튜.

 

미틸 : 물론 기억하고 있어요!

형님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조리 냄비에 넣어버려서…….

 

레녹스 : 채소와 사탕이 들어가거나 해서,

개성적인 맛이었지.

 

루틸 : 게다가 너무 크게 잘라서,

재료가 제대로 익지 않아서…….

 

피가로 : 먹을 때마다 모두의 입에서,

사각사각하는 딱딱한 소리가 들렸어.

 

남쪽 나라의 마법사들이 목소리를 맞춰 웃었다.

그들다운, 언제나와 같은 풍경이다.

따뜻하고 명랑해서 가슴이 뭉클한다.

언제까지나, 이런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미틸 : ……저, 또 옛날처럼, 모두와 함께 숙박회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화단에서 꽃을 키우고 싶어요.

그리운 추억으로 남기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피가로 : ……그렇네.

 

훅, 피가로의 눈이 상냥해진다.

 

피가로 : 둘 다 고마워.

이곳이 소중한 곳이라고 말해줘서.

진료소를 없애는 건, 일단 보류야.

그 전에, 파우스트가 말한 방법을 시도해보자.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루틸 : 정말인가요!?

 

피가로 : 단, 기한은 하루야. 그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그 기한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곳을 매개로 해서 이변을 막는다.

……레노도, 이걸로 됐지?

 

레녹스 : 충분합니다.

 

루틸 : 다행이다…….

다시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피가로 선생님!

 

네로 : 다행이네, 미틸.

 

미틸 : 네!

 

히스클리프 : 그런데, 파우스트 선생님이 말한 방법이란 건 뭔가요?

 

파우스트 : 과거, 산의 늪과 함께 지하 깊이 묻힌 마법사가 있어.

그 남은 사념을 흥기 시키고 있는 저주의 물건을 찾아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 는 거야.

 

미틸 : 산의 늪과 마법사의 저주……?

 

루틸 : 그런 게, 여기에 묻혀 있는 건가요?

 

레녹스 : 정확히는, 묻혀있는 건 이 장소가 아니라, 더 먼 곳이야.

그 마법사의 저주품이 저주를 불러,

산의 늪과 함께 이변을 일으키는 모양이야.

 

시노 : 귀찮은 이야기군. 누구야, 그 마법사를 묻은 놈은.

 

피가로 : 글쎄, 오랜 시절의 이야기니까 말이야.

 

네로 : 뭐 아무튼, 지하를 파헤쳐버리고,

저주의 물건을 찾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루틸 : 그런 거라면, 열심히 지하를 파헤치죠!

 

미틸 : 네! 저, 반드시 찾아낼게요……!

 

히스클리프 : 모두 함께 찾으면,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현자 : 그렇네요. 힘냅시다!

 

시노 : 우리가 협력하니까. 저주의 물건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파내고 발견하는 것쯤은 여유롭지.

 

파우스트 : 당연하지.

 

히스클리프 : ……후후.

 

레녹스 : 그렇네요.

 

시노 뿐만 아니라, 파우스트의 믿음직한 대답에

모두들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산의 늪이 묻힌 유적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생각보다 멀어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을 소비해 버렸다.

 

피가로 : 산의 늪이 묻힌 곳은 이 아래야.

 

도착한 것은, 바위산의 중턱 부근.

녹지는 적고,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파우스트 : 이제 유예는 없어. 바로 착수하지.

 

레녹스 : 목적은 상당히 깊은 위치에 있는 모양이야.

모두, 이 아래를 마법으로 파내줘.

 

루틸 & 미틸 & 히스클리프 : 네!

 

피가로 : 이 근처라면, 한동안 파내고 있으면

지반이 약해진 데가 있을지도 몰라.

거기라면 분명, 한 번에 파고들 수 있어.

레녹스라면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찾으면, 신호를 보내줘.

무너질 위험이 있으니까, 애들은 대피시키고.

 

레녹스 & 파우스트 & 네로 : …….

 

레녹스 : 알겠습니다.

 

그건 피가로가 제안한 절차였다.

여기에 오기 전에 어른들의 맞춘 작전은 이렇다.

저주를 찾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려면, 피가로가 마법을 쓰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렇지만, 피가로는 젊은 마법사들에게는 강한 마력을 가진 것을 숨기고 있다.

들키지 않도록 마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숨어서 마법을 쓰면서, 수상쩍지 않은 타이밍에 『지반이 약한 곳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그것을 신호로 아이들을 이동시키고,

그 틈을 타 피가로가 강한 마법을 쓸 예정이다.

 

피가로 : 우리는 이쪽에서 작업하자.

파우스트, 레녹스, 네로.

같이 부탁할게.

 

레녹스 : 네.

 

파우스트 : 레녹스의 안쪽에 서면 돼.

네로는 그쪽으로.

 

네로 : 알았어.

 

피가로 : 미안해. 동쪽의 섬세한 요리사고 마법사인 네게,

이런 걸 돕게 해서.

 

네로 : 아니 아니…….

남쪽의 약하고 상냥한 마법사의 부탁이라면,

나도 거절할 수 없으니까.

 

피가로 : 현자님은, 파헤친 곳에 그럴싸한 것이 없는지 봐줄래?

 

현자 : 알겠습니다.

 

피가로 : 미안해, 이런 데에 끌어들여서.

 

조금은 미안한 듯한 느낌으로 돌아본다.

진료소를 남기는 번거로움을 위한,

이것은 거래다.

미틸의 진료소를 구하고 싶다는 욕망과,

피가로의 형제들 앞에서는 남쪽의 마법사인 피가로로 있고자 하는 욕망.

그 둘 다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좀 더 무리가 필요했다.

 

미틸 : 좋아. 형님, 해보죠!

 

루틸 : 응. 가자!

 

미틸 : 《오르토닉·세아르시스피르체》

 

루틸 : 《오르토닉·세토마오제》

 

히스클리프 : 시노, 우리도.

 

시노 : 아아.

 

히스클리프 : 《렙세바이프루프·스노스》

 

시노 : 《멧차·스디파스》

 

기합을 넣은 젊은 마법사들이 각자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크고 작은 갖가지 구멍이 서서히 지면에 생기기 시작했다.

어른들도 그 뒤를 이어간다.

 

레녹스 : 《포세타오·메유바》

 

파우스트 : 《사티루크나토·무르크리드》

 

네로 : 《아도노디스·옴니스》

 

피가로 : 《폿시디오》

 

주문에 따라, 굴착기로 판 것처럼 구멍이 점점 깊어지고,

지하로, 지하로 흙이 쓸려나간다.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지층을 거슬러 올라가고,

바위가 섞인 흙을 파내는 것은, 꾸준하고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마법사들은 이마에 땀을 흘려가며, 오로지 구멍을 파헤쳐간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이 주변은…….

 

피가로 : 아직이야, 조금 더.

 

현자 : (아직 피가로의 마법이 자연스럽게 보일 타이밍이 아닌지도 몰라.

젊은 마법사들을 위해서라도, 레녹스는 빨리 작업을 끝내주고 싶겠지만……)

 

피가로의 힘을 빌리는 것도, 본래를 말하자면 아이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다.

사정을 알고 있는 세 명은, 말을 꺼내기 힘들겠지.

 

히스클리프 : ……보이지 않네요.

 

현자 : 그렇네요. 아직까지는, 그럴싸한 것은…….

 

시노 : 꽤나 파냈는데, 정말 이 아래에 있는 거겠지.

 

미틸 : 아직 부족하다는 거네요…….

얼마나 깊이 묻혀있는 걸까요…….

 

구멍으로부터 보이는 하늘이 멀어져도,

산의 늪과 함께 묻힌 저주의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

피가로가 말한 대로, 산의 늪은 쉽게는 파헤칠 수 없는, 깊은 곳 같다.

 

피가로 : 모두, 몸 상태는 괜찮아?

조금 휴식도 취하지 않으면.

 

미틸 : 아직 괜찮아요! 그것보다, 피가로 선생님은 괜찮으신가요?

 

피가로 : 엣?

 

루틸 : 아까 아이도 치료해주셨고, 피곤하시죠?

 

피가로 : ……아하하. 고마워.

그렇지만, 나도 힘내야지.

 

수차례 피가로가 쉬자고 이야기를 해도,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구멍을 파헤쳤다.

마법사들의 주문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린다.

남쪽의 마법사 피가로의 주문도, 작고 조심스럽게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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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시시각각 때는 지나고……

이윽고,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 무렵.

 

히스클리프 : 이제, 힘이 나지 않기 시작했어…….

 

네로 : ……히스, 잠깐 물러나 있어.

여긴 내가 계속할 테니까.

 

히스클리프 : 네로. 그렇지만…….

 

파우스트 : 네로가 말하는 대로야.

빗자루로 날아가기 위한 마력은 남겨두도록 해.

시노는 괜찮나?

 

시노 : 아아. 아직 할 수 있어.

 

인간이 육체노동을 하면 지치는 것과 같이,

마법사도 계속 마법을 쓰면 소모된다.

피가로에게 선뜻 대답하지 못하던 마법사들도 계속 쉬지 않고 구덩이를 파서,

역시 지쳐가고 있었다.

 

미틸 : ……하아, 하아…….

 

레녹스 : 미틸. 괜찮아?

잠깐 쉬는 게 어때.

 

미틸 : 괜찮, 아요…….

그것보다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시노 : 거의 마력이 나오지 않고 있어.

네 몫은 내가 할 테니까.

 

루틸 : 미틸은 막 회복한 참이니까,

여기는 형에게 맡겨줘.

 

레녹스 : ……모두, 무리는 하지 마.

내가 대신 할게. 교대로 휴식을…….

 

현자 : (그만큼 마법을 썼으면, 분명 엄청난 피로를 느낄 텐데……)

 

이제 그만하자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지하에 묻혀있는 저주의 물건을 찾아서,

마법사들은 한마음으로 구멍을 파고 있다.

앞으로도, 그 장소에는 피가로의 진료소가 있기를 바라니까.

 

피가로 : …….

큰일 났네.

 

한숨의 기색이 느껴져,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마법사들이 서로 격려하며 구덩이를 파는 모습을,

피가로는 바라보고 있었다.

 

피가로 :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둘이 뭔가를 가져와서……, 아아, 꽃씨였나.

화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어.

그래도, 진료소의 땅과는 맡지 않은 종류였으니까.

나는 말렸어. 시들 거라고.

그래도 두 사람은, 그때도 화단을 만들자고 했어.

그 아이들이 놀러 오지 않는 동안에도,

화단에 꽃이 피어있으면 내가 외롭지 않을 거라고.

 

현자 : ………….

 

두 사람의 기분은, 나도 알 것 같았다.

내가 한 일을, 이 사람이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

내가 없을 때에, 조금이라도,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옆에 있으면서도 어딘가에도 없는 것 같은 피가로의 모습은,

때때로 나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한다.

진료소도 같은 거겠지.

소중한 장소가 없어지면, 피가로가 외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른들도, 그 마음을 헤아려주었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들이,

소중한 장소가 없어지면 외로울 것이라고

그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랐을 뿐일지도 모른다.

 

피가로 : 예상대로, 꽃은 시들어버렸어.

그 아이들도 유감스러워했지.

나도 실망하게 해서 안타까웠어.

나는 오랜 기간 살고 있고,

솔직히 꽃이 있든 없든 외로워할 건 없어.

놓아주기 아까운 것도 별로 없어.

하지만 누군가가 대신해서, 내 뭔가를 아껴주는 건…….

조금 기쁘려나.

 

현자 : 피가로…….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흙이 달라지고 있어요.

슬슬 지금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하던 우리의 뒤에, 레녹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가로가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인다.

예의 신호다.

네로와 파우스트도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눈을 맞춘다.

 

파우스트 : 좋아. 여기는 우리끼리 파 내려가도록 하지.

 

레녹스 : 알겠습니다. 모두, 일단 저쪽으로.

 

시노 : ……읏, 나도 할래.

 

루틸 : 저도 돕겠습니다.

 

네로 : 너희들도 꽤 한계가 왔잖아.

일단은 앉아서 쉬고 있어.

여기는 어른이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니까.

마력의 페이스 분배도 기술 중에 하나야.

여기는 연공(年功)이 힘을 쓸 때야.

 

루틸 : 네로 씨…….

 

시노 : 네로, 멋지네.

 

히스클리프 : 응, 멋있어.

 

 

네로 : 그렇게 계속 부르지 마.

부끄러워지잖아…….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계속 파 내려가는 건 역시 힘들지.

너희들도, 잘 해줬어.

 

네로의 칭찬에, 다들 겸손해하며 얼굴을 마주 보고 기쁜 듯이 웃는다.

아이들을 대피시킨 레녹스가 돌아오자, 어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파놓은 땅을 만졌다.

 

피가로 : 그럼, 간다.

파우스트, 네로, 레녹스도.

힘을 빌려줄래?

 

네로 : 힘을 빌린다니?

당신이 일할 때가 아닌가?

 

피가로 : 그건 그렇지만.

이 이상 저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고,

단숨에 끝내버리고 싶어.

 

파우스트 : 물론, 상관없어.

얼른 아이들을 안심시키지.

피가로, 인도해줘.

 

피가로 : 알았어. 그럼, 나부터…….

《폿시디오》

 

파우스트 : 《사티루크나토·무르크리드》

 

레녹스 : 《포세타오·메유바》

 

네로 : 《아도노디스·옴니스》

 

루틸&미틸&히스클리프 : ……에!?

 

레녹스&파우스트&네로 : !?

 

엘리베이터가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몸이 뜨는 감각이 있었다.

올려다보면, 둥글게 잘려 나간 하늘이 건너편으로 보인다.

지금 한순간에, 구멍이 터무니없는 깊이까지 파인 모양이다.

 

시노 : ……뭐야, 방금.

 

미틸 : 네 명의 마력으로, 이렇게 된 건가요……?

 

네로 : 어이 어이…….

모두, 너무 과한 거 아냐?

 

파우스트 : 너야말로, 거의 전력이었잖아.

……무심코, 힘이 들어간 모양이야.

아이들은 괜찮은가?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들키지 않도록,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피가로 : 미안, 미안.

농땡이 친 만큼 만회하고 싶어서 그래.

고마워 모두, 덕분에 살았어.

 

네 명은 함께 웃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조금, 피로함도 보였다.

피가로는 물론, 모두, 강한 마력을 썼다는 걸 알았다.

열심히 한 아이들이, 계속 신경 쓰였던 거겠지.

지축을 흔드는 듯한 진동이 가라앉자,

대기하고 있던 젊은 마법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방금은…….

 

피가로 : 미틸. 모두 다치진 않았어?

꽤 지층이 약해져 있었으니까,

단번에 무너진 것 같아.

알아차린 레녹스의 덕분이네.

 

히스클리프 : 그런 거였나요……?

 

루틸 : 레녹스 씨, 대단해요!

 

시노 : 꽤 하잖아.

 

레녹스 : ……아니, 모두가 여기까지 힘내 준 덕분이야.

 

미틸 : 그렇지만, 이렇게 깊게 파내도,

마법사의 저주품은 나오지 않았네요…….

 

파우스트 : 그렇지만, 그 낌새에는 가까워지고 있어.

이대로 계속 파내면, 아마 다다를 수 있겠지.

 

네로 : 즉, 보물찾기의 구멍 파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건가.

 

현자 : 모두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쉬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요……?

 

히스클리프 : 맞아, 시노. 지금이야말로 그거를 쓸 때 아냐?

 

시노 : 그거? ……아아, 그렇네!

다들, 마셔. 내가 만든 피로회복제다.

 

레녹스 : 고마워.

 

 

루틸&미틸&히스클리프 : ……써!

 

현자 : 피, 피가로의 차보다 써……!

 

파우스트 : 약초를 얼마나 넣은 거야……?

 

시노 : 두 배 정도. 어때, 효과가 있지.

 

네로 : 그, 뭐냐. 아무튼 잠기운은 날아간 것 같네.

 

미틸 : 에헤헤…….

덕분에 조금 기운이 나요.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녹스 : 남은 시간은 얼마 안 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 파자.

 

루틸 : 힘내자, 아자-!

 

시노&미틸&히스클리프 : 아자-!

 

미틸 : ……갑자기 양이 울어대고 있지 않나요?

 

구덩이를 계속 파고 있던 중, 레녹스의 양이 삐익삐익 울기 시작했다.

 

레녹스 : 진짜네.

뭔가에 겁을 먹은 것처럼…….

 

미틸 : 뭔가를 느끼고 있는 걸까요.

 

미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틸 : 어라? 뭐죠. 저기 무언가가…….

 

현자 : 저기?

 

미틸이 가리킨 곳에, 벽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이상한 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미틸 : 혹시, 저게 마법사의 저주품……?

 

파내기 위해, 미틸이 마법을 써서 주변의 흙을 털려고 했다.

그 순간, 저주의 물건은 화려한 빛을 내며 벽 속에서 튀어나왔다.

 

현자 : ……!

 

네로 : 아무래도 찾은 것 같네!

 

파우스트 : 아아, 저주의 본체다……!

 

레녹스 : 선생님, 저것은…….

 

피가로 : 검게 물든 구리의 작은 상자…….

피술자의 치아와 손톱을 벗겨서 채워 넣은, 악취미의 저주품이네.

돌이 된 마법사의 마도구일 거야.

 

작은 상자는 허공에 떠올라, 주위에 까만 안개를 뿌렸다.

번쩍번쩍, 사악하게 빛나며 소리를 낸다.

호응하듯이, 발밑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틸&히스클리프 : ……읏!

 

균열이 지면을 달려간다.

그 틈에서, 진흙 같은 것이 쏟아져 나왔다.

구리의 작은 상자와 같은 색의 그것은,

사람의 손처럼 의지를 가지고 움직였고, 우리 쪽으로 향했다.

 

시노 : 어이, 뭐야 이거. 우릴 노리고 있어!

 

피가로 : 산의 늪이야. 저주와 동화되어서 조종당하고 있어.

 

네로 : 서 있기만 해도 습격당할 거야.

일단 날아서 도망쳐!

 

히스클리프 : 현자님, 제 빗자루에!

 

현자 : 네!

 

일제히 날아가려던 그때,

산의 늪 덩어리가 미틸을 덮쳤다.

 

미틸 : 와앗!

 

레녹스 : 미틸!

 

지체 없이 레녹스가 손을 뻗어, 미틸을 껴안으며 상공으로 날아간다.

 

레녹스 : ……읏.

 

루틸 : 레노 씨!

 

현자 : 레녹스, 어깨가……!

 

날아갈 때, 산의 일부가 닿았는지,

어깨가 그을려있다.

 

미틸 : 괘…… 괜찮으신가요!?

 

레녹스 : 아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로처럼, 나도 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미틸 : 레노 씨…….

 

 

더보기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 산은, 멈추지 않고 근처를 삼켜간다.

그뿐 아니라, 기어오르려고 하고, 지면 자체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삼켜지는 바위와 돌이, 얼음처럼 쉽게 녹아내리는 모습은

위에서 보고 있어도 소름이 끼친다.

 

피가로 : 큰일이네. 기세를 타고, 지상에 올라가려고 하는 모양이야.

얼른 원흉인 마도구를 쓰러트리자.

 

파우스트 : 그러고 싶은 참이지만, 산의 늪이 방해야.

마도구를 지키려는 듯이 둘러싸고 올 거야.

 

피가로 : 막무가내로 봉인하는 건 리스크가 크지.

조금, 저걸 얌전하게 해줄까.

 

고개를 끄덕인 파우스트는 후방에서 날고 있는 네로와 레녹스를 돌아봤다.

 

파우스트 : 네로, 레녹스. 산의 늪을 억제할 수 있나?

아주 잠깐이라도 괜찮아. 레노는 치유가 필요하다면…….

 

레녹스 : 아니요, 문제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정도의 상처는 무리 없이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 : ……그렇군. 미안하다.

 

네로 : 요리사에겐 무거운 일이네.

뭐, 하겠지만.

 

미틸 : 저기……!

레노 씨를 대신해서, 제가 하게 해주시지 않으실래요!?

 

미틸이 피가로의 옆으로 날아온다.

 

미틸 : 물론, 저로서는 힘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절 감싸는 바람에 레노 씨가 다쳤어요. 그러니까…….

 

레녹스 : 미틸…….

 

루틸 : 저도 하게 해주세요. 저와 미틸이라면 레노 씨의 몫을 보충할 수 있어요.

세 명의 힘을 합치면, 분명 길게 억제할 수 있을 거예요.

 

네로 : ……아니, 안돼.

 

짧은 머뭇거림 후에,

피가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네로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그로서는 드문 거절의 말에,

모두가 네로를 돌아본다.

 

미틸 : 네, 네로씨……..

 

네로 :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물러서 있어.

무슨 일이 있을 때, 산의 늪을 억제하면서는,

너희들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양치기 씨의 상처를 봤잖아. 너희가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도록,

피가로는 진료소를 없애자고 했던 거야.

 

루틸&미틸 : 아…….

 

레녹스 : ………….

 

생각에 잠겨,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과거를 보냈던 장소이면서,

누구보다 진료소를 생각하지 않는 피가로의 태도는, 나도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합리성의 저울 한쪽에는, 모두의 안전이 올라가 있다는 것이 생각난다.

형제가 후회를 띄우며 빗자루를 움켜쥔다.

피가로는 그것을 털어 버리듯, 밝고 다정한 목소리를 건넨다.

 

피가로 : 지금은 달라.

모두가 남기고 싶어 했던 진료소를,

내 스스로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미틸과 루틸이나 레녹스가, 나를 말려준 덕분이야.

추억이 깃든 진료소는 남기고, 모두와 협력해서 산의 늪을 한 번 더 봉인한다.

레노의 부상은 내가 나중에 치료하고, 감사의 인사를 들을게.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 너희가 제안해 주었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렇지, 현자님.

 

피가로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 표정은, 어딘가 맑게 갠 것 같아 보인다.

이 곳의 모두가, 보상을 받은 것 같은 기쁜 마음이 북받쳐 올라서, 나도 웃으며 끄덕였다.

 

현자 : 네……! 부탁합니다, 피가로.

 

파우스트 : 좋아. 그럼, 루틸과 미틸은 후방으로.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현자의 몸을 지켜.

 

히스클리프 : 네.

 

시노 : 해보자고, 미틸.

 

미틸 : 네…….

레노 씨, 피가로 선생님, 조심하세요!

 

루틸 : 모두,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형제를 재촉하면서,

시노와 히스클리프의 빗자루가 산의 늪이 분출하는 구멍을 떠나 상승한다.

손을 올려서 배웅하던 피가로는, 남은 세 명에게 눈길을 보냈다.

 

피가로 : 그럼 시작해볼까. 레녹스, 네로.

 

피가로의 눈짓으로, 두 사람이 마도구를 꺼낸다.

 

네로 : 해보자고.

 

레녹스 : 아아.

 

네로 : 《아도노디스·옴니스》 !

 

레녹스 : 《포세타오·메유바》 !

 

두 사람이 주문을 맞추자, 투명한 막으로 지면 전체가 뒤덮인다.

강하게 억눌려서, 내뿜던 산의 늪이 기세를 잃는다.

 

시노 : 좋아!

 

히스클리프 : 산의 늪이 집어삼키는 걸 멈추고 있어……!

 

직후, 검은 안개에 휩싸였던 작은 상자가 거세게 빛난다.

억눌린 땅이, 항거하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녹스 : 큭……!

 

네로 : ……읏……!

 

두 사람이 동시에 얼굴을 찌푸린다.

그럭저럭 억누르고 있긴 하지만, 산의 늪의 저항이 상당히 거센 것 같다.

 

네로 : ……이걸로 벅차네.

그쪽은 서포트 못 해!

 

피가로 : 내가 주술 주변의 사기를 떨어트릴게.

정화는 그쪽의 전문가에게 맡기지.

 

파우스트 : 뭐가 전문가야.

 

피가로 : 신뢰하고 있어.

《폿시디오》

 

저주의 물건을 둘러싼 검은 안개가, 흩날리듯 금세 사라진다.

사기가 벗겨진 마도구는,

허공에 뜬 채로 떨리고, 괴로운 듯 허덕인다.

간발의 차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운다.

 

파우스트 : 《사티루크나토·무르크리드》

 

그러자, 하얀 가닥 같은 것이 나타나, 마도구를 휘감는다.

가닥은 마도구를 꽉 조이고, 비명 소리는 더더욱 커진다.

원한의 목소리에 눈을 가늘게 뜨고, 피가로는 뭔가 중얼거린다.

 

피가로 : 돌이 된 뒤에, 이렇게도 집착만 남아 있었다니.

네가 조금 부러워.

뭔가를 생각하고, 아쉬워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큰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것을,

나는 앞으로 만날 수 있으려나.

 

파우스트 : 뭘 중얼거리고 있어. 마무리다.

그쪽도 소임을 다하라고.

 

피가로 : 알고 있어.

 

파우스트 : 《사티루크나토·무르크리드》

 

 

피가로 : 《폿시디오》

 

터질듯한 반짝임 가운데, 돌이 부서졌다.

동시에,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바람이 밑에서 뿜어져 나온다.

 

현자 : ……읏…….

 

한 순간 보인 것은, 오브를 손에 들고, 사나운 바람의 중심에 떠오른 성스러운 피가로의 모습.

 

현자 : ………….

……?

 

다음 순간에는, 산의 늪도, 불길한 마도구도,

눈 앞에서 사라져 있었다.

 

현자 : ……어라…….

 

미틸 : 구멍이 없어져 있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울퉁불퉁한 바위산 풍경이 눈 아래에 펼쳐져 있다.

 

루틸 : 이건…….

 

시노 : 잘 모르겠지만, 결국 잘 된 건가.

 

파우스트 : 아아, 끝났어.

 

피가로 : 이제 괜찮아.

마도구는 정화했고, 산의 늪도 다시 지하로 돌아갔어.

 

히스클리프 : 다행이다…….

 

네로 : 정말, 한시름 놓았네.

 

미틸 : ……저기, 피가로 선생님.

아까 마법, 피가로 선생님이 한 건가요?

 

루틸 : 어쩐지, 어마어마한 걸 본 기분이 드는데요……

 

피가로 : …….

설마! 파우스트가, 잠깐 힘을 보태주었어.

그렇지 않았으면, 저주의 물건과 산의 늪을 동시에 봉인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파우스트 : …….

그렇……지…….

 

루틸 : 뭐야, 그랬던 거군요.

파우스트 씨가, 힘을 빌려주셨군요.

 

미틸 : 설마 피가로 선생님은 대단한 마법사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피가로 : 아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피가로 선생님은, 단지 상냥한 의사선생님인 마법사니까.

그렇지, 레노.

 

레녹스 : 그렇네요.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이변은 가라앉았습니다.

 

미틸 : 그럼 이걸로, 진료소를 없애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피가로 : 응. 지금까지 대로,

저 곳에서 진료소를 계속할 수 있어.

모두의 덕분이야. 고마워.

 

 

루틸&미틸 : 됐다!

 

빗자루의 위가 아니었다면, 미틸과 루틸은 분명 뛰어오르며 기뻐하고 있었겠지.

우리도 함께했을 거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손을 마주치고, 성공을 축하했다.

그 쾌활한 소리에 섞여, 시노의 배에서 성대한 소리가 울린다.

 

시노 : ……배고파.

 

파우스트&히스클리프 : ……훗.

 

루틸 : 아하하!

 

네로 : 확실히, 계속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

 

미틸 : 듣고 보니까,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요.

 

피가로 : 좋아. 굶어 죽기 전에, 얼른 돌아가자.

 

산의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 기분 좋은 피로감을 어루만진다.

황혼을 쫓듯, 마법사들은 그 장소를 뒤로했다.

 

 

진료소에 돌아온 뒤, 이변의 해결을 축하하며,

우리는 조그마한 파티를 열었다.

한데 모은 진료소의 테이블에는,

솜씨를 발휘한 네로의,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놓인다.

 

루틸&미틸 : 와, 맛있겠다!

 

레녹스 : 푸짐하네.

 

현자 : 네로, 감사합니다.

 

네로 : 밥을 거르고 일했으니까 배가 고팠지.

간단한 것들뿐이지만, 잔뜩 먹어줘.

 

시노 : 한 그릇 더.

 

네로 : 빠르잖아!?

 

시노 : 오늘 하루, 계속 배가 고픈 채였으니까.

접시에 내지 말고, 빨리 내 입에 바로 넣어줬으면 할 정도야.

 

파우스트 : 병아리인가……?

 

히스클리프 : 바로 입에 넣으면 화상을 입을 거야.

 

피가로 : 하하. 젊은 사람의 위장은 든든하네.

 

남쪽의 마법사도 동쪽의 마법사도, 이변을 해결했다는 같은 안도감에 휩싸여,

파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크기도 모양도 맞지 않는 제각각의 잔을 손에 들고,

모두 스스럼없이 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미틸 : 형님, 이거 기억나시나요?

선생님께서 잘 보관해 두셨어요.

 

루틸 : 와아, 그립네!

 

시노 : 뭐야?

 

 

더보기

 

히스클리프 : 앗, 스케치북이네.

 

루틸 : 응. 우리가 더 어렸을 때,

여기서 자주 그림을 그렸어.

 

미틸 : 여러 가지를 둘이서 같이 그렸지요.

산이나 호수, 물고기나 나비.

물론 피가로 선생님이나 레노 씨의 그림도.

 

시노 : 헤에. 물고기는 이건가?

 

루틸 : 아니! 그건 피가로 선생님을 그린 거야.

 

히스클리프 : 엣? 그럼 이건? 분명 피가로 선생님을 그린 거겠지 했는데…….

 

루틸 : 그건 꽃이 춤을 추고 있는 그림!

 

시노&히스클리프 : …………?

 

미틸 : 형님은 본 것을 그대로 그리지 않으세요.

느낀 그대로를 그림으로 그리니까, 조금 개성적이게 되어버리는 것같아서…….

어떻게 아는 건지 신기하지만, 피가로 선생님이나 레노 씨는, 가끔 맞췄어요.

 

시노 : 그런 건가. 심오하네.

 

히스클리프 : 아하하.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알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네.

 

피가로 : 약도 발랐고, 치유의 마법도 걸었으니까 문제없겠지.

이제 아픈 데는 없어?

 

레녹스 : 네. 감사합니다.

 

피가로 : 그 산은 강하지.

아주 잠깐이라고는 하지만, 심한 통증을 느꼈을 거야.

 

레녹스 : 그래서 더 다행이었습니다.

미틸이 거기에 맞지 않고 끝나서.

 

피가로 : 아아, 감사하고 있어.

…………. 오늘은, 레노의 완고함에 도움을 받았어.

그 아이들도 울지 않고 끝났지.

 

레녹스 : 저야말로. 그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평생 후회했을 거예요.

이번 일은 선생님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주제넘은 행동을 해서 죄송했습니다.

 

피가로 : 그만해줘.

또 비슷한 일이 있을 때는, 오늘처럼 포기하지 말고 말해줘.

앞으로도 싸워나가자. 가능한 하트풀하게.

 

현자 : ……괜찮아 보이네요.

 

파우스트 : 아아.

 

네로 : 그런 것 같네.

 

레녹스의 부상과, 두 사람의 화해.

양쪽을 신경 쓰고 있던 우리는,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로도 파우스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과실주를 들이킨다.

동쪽의 마법사는 걱정이 많고 마음씨가 착하다.

 

현자 : 오늘은 모두가 지원하러 와주신 덕에 정말 도움받았어요.

 

파우스트 : 뭐, 우연히 손이 비어있었으니까.

 

네로 : 어떻게든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었어.

막 몸이 나았던 미틸도, 괜찮았던 것 같고.

아…… 그러고 보니,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선생님만 두고 가버려서 미안했어.

 

파우스트 : 정말이지…….

갑자기 남겨진 이쪽의 입장도 되어보라고.

 

현자 : (확실히 미안한 짓을 했을지도……)

 

피가로 : 누구의 입장이 되라고?

 

네로 : 우왓.

 

파우스트 : 갑자기 뒤에 서지 마.

 

현자 : 피가로, 레녹스. 치료 수고하셨어요.

괜찮다면, 여기 앉으세요.

 

레녹스 : 감사합니다.

 

피가로 : 그럼 사양 않고, 현자님의 옆에 앉을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현자 : 어, 그러니까, 동쪽의 마법사들이 와줘서 다행이었구나, 하고…….

 

레녹스 : 확실히, 그 말대로네요.

동쪽의 마법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번의 이변을 멈추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피가로 : 딱딱하네-.

 

레녹스 : 그런가요……?

 

네로 : 딱딱해, 딱딱해. 식전의 연설이 아니니까.

 

피가로 : 같은 현자의 마법사니까,

모두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정도면 되지 않아?

 

파우스트 : 그건 또 어떨지 싶지만…….

 

레녹스 : 감사합니다.

피가로 님과…… 모두의 소중한 장소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주셔서.

의외였습니다. 어느 쪽이라고 하면, 파우스트 님도,

피가로 님 쪽의 생각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자 : 에? 그랬나요?

 

파우스트 : 확실히, 나도 내가 지냈던 곳이라면, 매개로 해서 멈추는 방법을 택했겠지.

그렇지만 그 장소에서는, 어느 쪽의 말도 조금씩 이해가 됐어.

외부인이 의견을 낼 수는 없었으니까.

 

네로 : 맞아, 맞아.

남쪽의 마법사들끼리 정해 줘서 다행이었어.

 

모두가 나지막하게 얘기하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뺨과 옷에 진흙을 묻히고, 땀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도 그대로였지만

어깨에 힘이 빠진 모습에서는, 출발 전의 가시 돋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약간 상상이 됐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개척에 도움을 주고, 이 풍경을 키워온 피가로의 모습을.

 

현자 : (……지키고 싶었던 건, 분명 같은 거였어)

 

지금까지의 피가로는, 그런 식으로 남쪽의 나라를 계속 지켜왔던 걸까.

모두를 위해, 조금씩 무언가를 포기하고 잘라내면서.

그게 때때로,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 일지라도.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레노 씨!

 

피가로&레녹스 : 응?

 

미틸 : 지금, 형님과 어릴 때의 스케치북을 보고 있었는데요.

제일 신경이 쓰이는 게 이 그림인 것 같아요.

뭘 그렸는지 아시겠어요?

현자님도,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말하고, 미틸은 스케치북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종이의 중앙에, 선명하고 참신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현자 : ……이, 이건…….

 

네로 : ……뭐지? 구부러진 야채……?

 

파우스트 : 마법 생물이 아닌가?

 

피가로&레녹스 : …………

……개가 낮잠을 자는 거?

 

루틸 : 정답이에요!

 

시노&히스클리프 : 진짜로 맞췄어……!?

 

현자 : 두 분 다, 용케 아시네요!?

 

네로 : 어떻게 아는 거야?

 

레녹스 : 예전에, 이 근처에서 발견한 개와 함께 미틸과 루틸이 자주 놀았던 것 같은 기억이…….

 

피가로 : 맞아, 맞아. 다음은, 뭔가 없어?

 

시노 : 그럼, 이것도 알겠나?

 

히스클리프 : 이 그림도?

 

그대로 테이블의 위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모두 함께 그림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미틸의 스케치북이나 추억이 담긴 물건도 늘어놓아서,

옛 이야기에 꽃이 핀다.

 

피가로 : 현자님. 잔이 비어있어. 나랑 같은 주스로 괜찮아?

 

현자 : 네, 감사합니다.

……어라? 피가로, 술이 아니네요.

 

피가로 : 응. 오늘 밤은, 취하지 않아도 괜찮으려나 싶어서.

 

놀라거나 웃거나, 잔뜩 목소리가 퍼지는 가운데,

피가로는 계속 기뻐 보였다.

진료소를 지킬 수 있어서, 안심하고 있는 것은

분명 미틸 뿐만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도 이 장소는,

날개를 쉬어 갈 수 있는 큰 가지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자 : (이 장소가 없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웃는 소리가 끊임없는, 즐거운 밤이 깊어진다.

시노의 요청에 응한 네로가 식후 디저트를 오븐에서 꺼내고,

파티는 아직 지금부터라고 하는 무렵.

 

네로 : 자, 레몬파이가 구워졌어. ……어라.

 

루틸&미틸 : ……새액…….

 

시노&히스클리프 : 쿨쿨…….

 

레몬파이의 완성을 기다렸던 네 명은, 어느샌가 잠에 빠져있었다.

테이블 위에 엎드려, 평화롭게 숨을 내쉬고 있다.

 

피가로 : 결국 잠들어버렸나.

 

레녹스 : 오늘 하루 피로가 쌓인 거겠죠.

 

파우스트 : 반나절을 가까이 구덩이를 팠으니까. 무리도 아니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네 사람의 자는 얼굴은, 갓 태어난 것처럼 편안하다.

 

네로 : 그건 그렇고, 이 녀석들 꽤 사이가 좋네. 모두 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어.

 

현자 : 아하하. 깨어나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파우스트 : 왜 깨우지 않았냐고 하면서, 화내는 녀석은 있겠지.

 

피가로 : 놀던 중에 잠들어버린 아이는 뾰루퉁해져 있지.

좀 더 놀고 싶었는데, 하고.

 

네로 : 그리고 오늘은 갓 구운 레몬파이를 먹지 못했으니까.

 

레녹스 : 미틸은 유감스러워하고, 시노는 억울해하겠네.

 

잠에 든 숨소리가 네 개,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같이 느껴진다.

그것이 끊이지 않도록, 어른들은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웃음을 터트린다.

 

현자 : 또 하나, 새로운 추억이 생겼네요.

 

네로 : 확실히, 오늘 일은 잊지 못하겠네.

 

파우스트 : 이 아이들이 졸음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녹초가 되면서 지켜냈어.

 

레녹스 : 네. 여기는 이제, 저희 남쪽 마법사뿐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 소중한 장소입니다.

 

피가로 : ……응. 그렇네.

 

밤의 시간이, 느긋하게 내일로 흘러간다.

언젠가, 오늘 일을 웃으면서 돌아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때는 나도, 보물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소중한 보물이, 소중한 누군가와의, 새로운 추억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