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꽃이 뿌리내린 진료소의 랩소디 ~남쪽 나라 & 동쪽 나라~ (1~5화)

oTaku_enen 2022. 2. 2. 20:25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오역 지적 달게 받습니다.

 

 

이벤트 기간 <2021.10.03~202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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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도서실에서 현자의 서를 읽고 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은, 독서에 최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도서실은, 아까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피가로 : 여어, 파우스트잖아.

이렇게 많은 책을 쌓아두고, 뭔가 조사하고 있는 거야?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하네.

 

파우스트 : 너와는 관계없어.

 

피가로 : 자자, 나도 수업에 쓸만한 자료를 찾으러 온 참이야.

 

현자 : (……괘, 괜찮은 걸까. 이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 왠지 조마조마해……)

 

이전에 파우스트는, 혁명군으로서 싸웠을 때, 피가로를 스승으로 모셨다고 들었다.

그러나, 피가로는 제자인 파우스트에게서 멀어졌고, 그 후,

파우스트가 불에 타는 비극이 벌어졌다.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다.

파우스트는 피가로와 마주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피가로 : 헤에, 시험 문제를 만들고 있구나?

이게 문제의 후보야?

 

가시 돋친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피가로는 파우스트의 손을 들여다본다.

 

피가로 : 과연.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쉽지도 않고, 정중하고 알기 쉽네.

 

파우스트 : 어이, 적당히……

 

피가로 : 아, 잠깐만. 이 문제, 또 다른 사례를 본 적이 있어.

예전에는 이 방법이 제일 나았지만, 최근에는 이쪽이 일반적인 것 같아.

나도 지금은 이걸 쓰고 있어.

 

파우스트 : ……그런가?

그렇지만, 그 방법은 신체에 부담이 갈 텐데.

 

피가로 : 최근에는 이 약초와 나무 열매,

숲의 깊은 곳에서만 구할 수 있어.

북쪽의 따뜻한 곳이나, 동쪽에는 남아있지만.

이 약초를 얻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쪽을 대신 쓰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거라면 부작용으로 고통받아도, 며칠 정도야.

 

파우스트 : ……여전하군. 치료도 그렇게 험하게 하고 있나?

 

피가로 :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까.

……어라, 이 술식은 나도 시도해본 적 없네.

꽤 간략화되었네. 잘 됐어?

 

파우스트 : 아아. 긴급한 상황이라면, 이쪽이 쓰기 편해.

이 방법을 대체하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피가로 : 이 방법이라면 힘에 부칠 것 같네.

북쪽의 마법사를 상대할 때에는, 더 강한 매개가 필요할 거야.

 

파우스트 : 그런 사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지만……

역시 이쪽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고마워, 참고가 되었어.

 

평소보다 조금은 침착한 말투로,

피가로는 파우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차갑게 대했던 파우스트도,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며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현자 : (……다행이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온화한 분위기에,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히스클리프 :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시노 : 피가로, 여기 있나!

 

시노, 히스클리프, 레녹스 셋이 도서실에 뛰어 들어왔다.

 

레녹스의 팔에는, 축 늘어진 미틸이 안겨있었다.

 

파우스트 & 피가로 : !

 

현자 : 미틸!? 무슨 일인가요?

 

시노 : 우리와 함께 숲에서 마법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쓰러졌어.

 

히스클리프 : 저와 시노가 미틸을 옮기려고 하니까,

마침 지나가던 레녹스가 도와줘서……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이 여기 있다고 들어서,

그대로 데려왔습니다.

 

미틸이 살짝 눈을 뜨려고 했다.

 

미틸 : 선생님……?

 

피가로 : 선생님은 여기 있어. 걱정하지 말고, 눈을 감고 있어도 괜찮아.

 

피가로는 상태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미틸의 이마에 손을 댄다.

 

피가로 : ……응. 레노, 내 방까지 옮겨줄래?

 

레녹스 : 알겠습니다.

 

시노 : 피가로. 미틸은 괜찮은 건가?

 

히스클리프 : 혹시, 계속 몸이 안 좋았던 걸까.

빨리 눈치챘다면 좋았을 텐데……

 

피가로 : 괜찮아. 금방 나아질 거야. 둘 다, 고마워.

 

파우스트 : 그에게 맡겨두면 걱정은 없어.

나중에 죽이라도 만들어서, 가지고 가면 돼.

 

어른들이 달래주어서 조금은 침착해졌는지,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순순히 수긍했다.

 

시노 : 알았어.

 

히스클리프 : 병문안도 갈 겸, 나중에 가져갈게요.

 

시노 : 좋아, 히스. 미틸이 건강해질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죽을 만들자.

 

현자 : 시노, 죽은 잘 만들 수 있나요?

 

시노 : 네로가 잘하지.

 

레녹스 : 네로가 만드는 건가.

 

히스클리프 : 문병으로 가는 거고, 우리가 만들자.

만드는 방법이라면 내가 알려줄 테니까.

 

시노 : 그렇네. 엄청나게 강한 죽을 만들어주지.

기다리고 있어, 미틸.

 

현자 : 강한 죽……?

 

파우스트 : 어이, 이상한 걸 넣지는 말라고……?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미틸의 상태는……

 

피가로 : 조금 열이 높네. 일시적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요즘, 열심히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으니까, 그 피로가 쌓인 거겠지.

미틸, 입을 열어봐.

피가로 선생님의 특제 슈가랑, 약초를 달인 약이야.

 

미틸 : ……

 

피가로 : 어때? 조금 개운해졌어?

 

미틸 : 네…… 조금 편해졌어요.

저, 훈련을 하고 있는데 다리가 휘청거려서……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피가로 : 미틸은 요즘 무척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몸이 조금 놀란 걸 거야.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레노씨.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민폐를 끼쳐버렸네요.

 

레녹스 :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리도, 모두도, 걱정한 것뿐이야.

 

피가로 : 조금 안정하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얼른 모두에게 건강한 얼굴을 보여서, 안심시켜주자.

 

미틸 : ……왠지, 옛날 같아요.

 

피가로 : 옛날?

 

미틸 : 네. 제가 어렸을 때,

항상 이런 식으로 진찰을 받았잖아요.

 

레녹스 : 어린아이는 곧잘 아프니까.

내가 마을에 있을 때는,

빗자루에 태워서 데려가기도 했지.

 

피가로 : 맞아 맞아, 루틸이 항상 걱정했었지.

대개는 하룻밤 사이에 회복하지만,

좀처럼 열이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감기에 걸렸을 때라거나,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돌봐줬었고.

 

미틸 : 피가로 선생님의 진찰소에서 지내던 시절,

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어요.

진료소의 창문에서 보이는 커다란 나무라던가,

약이 섞인 것 같은 묘한 냄새라거나……

아까, 약이랑 슈가를 마셨을 때,

그때가 생각이 나서, 왠지 그립구나 하고……

 

피가로 : 선생님도 생각났어.

진찰하려고 했더니, 미틸이 내 손을 꽉 움켜쥐었던 거.

그 때 미틸의 손, 작았지.

 

미틸 : 에엣? 그랬나요? 그, 그건 전혀 기억 안 나요.

 

피가로 : 지금보다 훨씬 아이였을 때니까.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불안했던 거라고 생각해.

 

미틸 : 우우…… 조금 부끄러워요.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특히 리케한테는……

 

피가로 : 아하하, 알았어.

여기에서만의 이야기야.

 

레녹스 : 아아, 비밀은 지킬게.

 

미틸 : 에헤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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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 : 생각해보면, 마법관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꽤 지났구나.

두 사람과 이야기했더니, 나도 그리워졌어.

지금은 의뢰도 많지 않고,

이번에 남쪽의 마법사들끼리, 남쪽의 나라로 돌아갈까.

그쪽에서 잠시 여유롭게 보내자.

 

미틸 : 엣, 그래도……

저희들은 현자의 마법사로서의 역할이……

 

피가로 : 역할이 있으니까, 야.

항상 힘내고 있는 만큼,

휴식도 잘 취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을 때 만반의 상태로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마법사는, 마음으로 마법을 써.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마음을 무리하게 하면 안 돼.

 

미틸 : ……네, 선생님. 알았어요.

 

피가로 : 착한 아이야.

아직 몸이 나른할 거야. 조금 쉬어둬.

 

미틸 : 네……

…………

 

레녹스 : ……잠든 것 같네요.

 

피가로 : 약효가 들 무렵이니까.

이번 사태는, 피곤한 것뿐만이 아닌,

이 아이의 마음에 원인이 있을 것 같아.

아마도 가벼운 향수병이, 몸에 영향을 미친 거겠지.

 

레녹스 : 그래서, 남쪽 나라에 돌아가자고 제안하신 거군요.

 

피가로 : 뭐, 그렇지. 지금 미틸에겐, 고향의 공기가 제일 좋은 약이 될 거야.

스스로는 자각이 없을지 몰라도, 애착이 있는 땅에 오래 벗어나는 건

상의를 벗어 던지는 것과 같아.

왠지 모르게 쌀쌀한 느낌이 들고, 때때로 마음이 기침을 해.

땅의 정령과 깊이 관련된 마법사라면, 더욱.

 

레녹스 : 그렇군요……

아무튼, 오늘 일은 루틸에게도 나중에 얘기해두겠습니다.

 

(노크 소리)

 

피가로 : ……어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 다더니.

 

레녹스 : 누군가가 걱정해서, 루틸에게 미틸의 일을 알려준 걸까요.

 

피가로 : 그럴지도.

 

피가로 : 야아, 루틸 어서 와. 마침 잘 됐어.

 

루틸 : 앗, 피가로 선생님.

 

현자 : 미틸의 상태는 어떤가요?

 

피가로 : 어라, 현자님? 혹시, 네가 루틸에게 알려준 걸까.

 

현자 : 네. 아까 루틸과 복도에서 마주쳐서.

 

나와 루틸의 얼굴을 보고, 파가로는 안심시키듯이 미소지었다.

 

피가로 : 이제 진정됐으니까 괜찮아. 금방 괜찮아질 거야.

 

레녹스 : 방금 피가로 선생님의 약을 먹고, 잠든 참이에요.

 

루틸 : 정말인가요? 다행이다……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얼굴은 긴장한 채로, 좀처럼 웃을 수 없었다.

 

현자 : 피가로. 실은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

 

피가로 : ……

한가로이 지내는 건, 좀 보류하도록 할까.

 

무언가 눈치챈 듯, 피가로는 우리를 방 안으로 들였다.

 

 

레녹스 : 남쪽 나라에서의 이변입니까?

 

현자 : 네. 두 분이 도서실에서 떠난 후, 조사 의뢰가 도착했어요.

루틸에게는 이미 설명을 했습니다만……

 

의뢰서에 따르면, 최근 남쪽 나라의 한 지역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절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지면에 묘한 구멍이 뚫리거나,

피해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부상자도 늘고 있다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한시라도 빨리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현자 : 피해 상황이 꽤 심각한데, 게다가 그 지역이라는 게……

 

루틸 :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가 있는 장소의, 바로 근처 같아요.

 

피가로 & 레녹스 : ……

 

피가로와 레녹스도 역시 놀란다.

 

레녹스 : 진료소의 근처에서 지진이……?

 

피가로 : 으-음, 그 근처는, 지진 같은 게 일어날 만한 장소가 아닐 텐데……

혹시, <거대한 재액>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만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

 

루틸 : 아무튼, 가서 조사해봅시다.

 

레녹스 : 그렇네. 일단은 현장 상황을 확인하고 싶어.

 

피가로 : 현자님. 출발은, 미틸의 회복을 기다린 뒤여도 괜찮을까?

 

현자 : 물론이에요. 준비도 해야 하고, 미틸의 상태가 완전해 지면 조사하러 가도록 하죠.

그리고, 이번에는 피해의 규모가 큰 것 같으니까,

서포트로 다른 나라의 마법사들을 동행하도록 하려고 하는데요……

 

그때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후, 잘 알고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파우스트 : 피가로. 있나.

 

피가로 : 파우스트? 드문 일이네, 네가 찾아오다니.

무슨 일이야?

 

의외라는 시선을 향해, 파우스트는 계면쩍은 듯 모자를 내렸다.

 

파우스트 : 미안하군, 환자가 있을 때.

 

피가로 : 괜찮아. 지금은 약을 먹고 쉬고 있어.

 

파우스트 : 그런가……

 

퉁명스러운 대답 속에, 희미하게 안도의 기색이 있었다.

 

파우스트 : 아까 슬쩍 들었는데,

남쪽의 마법사에게 의뢰가 왔다고 하더군.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동쪽의 마법사들이 동행해도 좋아.

그 뜻을 전하러 왔다.

 

덤덤하게 말하던 파우스트는, 한 번 침대 쪽을 흘깃 바라본다.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는 그가, 동행을 자처하는 것은 드물다.

제 상태가 아닌 미틸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현자 : 파우스트……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루틸 : 파우스트 씨……

 

파우스트 : 뭐, 뭐야. 둘러싸지 마.

필요하다면, 이라는 얘기야.

손이 부족하지 않다면, 딱히……

 

피가로 : 아니, 부디 부탁할게.

고마워, 파우스트. 너희가 와준다니, 무척 든든하네.

 

파우스트 : ……

 

기쁜 듯한 피가로에게, 파우스트는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며칠 뒤. 미틸의 회복을 확인하고

조사하러 출발한 남쪽과 동쪽의 마법사들은, 남쪽 탑에 도착했다.

 

레녹스 : 여기서부터는 빗자루를 타고 이동해야 해.

 

루틸 : 우리가 안내할 테니, 동쪽의 마법사분들은 따라와 주세요.

 

네로 : 아아, 잘 부탁해. 따라갈 수 있는 스피드로 부탁할게.

 

파우스트 : 그건 그렇고, 의상 때문인지, 의사 집단처럼 보이네.

 

현자 : 진료소에 출입할 거니까 환자들에게 친숙하도록, 하면서

클로에가 준비해주었어요.

 

피가로 : 착한 아이네. 배려심이 깊다고 할까.

 

미틸 : 오늘의 의상도 무척 멋있어요.

나중에, 클로에 씨에게 감사하러 가야지.

 

시노 : 미틸. 몸은 괜찮아?

 

히스클리프 : 혹시 몸이 안 좋다면, 사양 말고 말해줘.

 

미틸 : 감사합니다.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어요.

그때는, 두 분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해요.

병문안도 와주시고……

죽, 정말로 맛있었어요!

 

히스클리프 : 천만에.

 

시노 : 흐흥. 그렇지.

그렇지만, 무리는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약초를 달인 약을 가져왔으니까.

 

히스클리프 : 아, 그거……

이전에 시험에 나왔던 약이지.

 

시노 : 맞아.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는 것 같아.

파우스트가 말한 대로, 이론도 가끔은 도움이 되네.

 

루틸 : 후후. 미틸에게 상냥한 형들이 잔뜩 생겼네.

 

네로 : 저 녀석들, 미틸을 계속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세 명의 교류를 지켜보던 루틸과 네로는, 보호자의 눈빛을 하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젊은 마법사들이, 친구가 되어 미틸을 보살피는 모습은,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는 것 같이 마음이 치유된다.

 

피가로 : 슬슬 출발할까.

미틸은 막 나은 참이니까,

페이스 배분을 위해서, 선생님과 같이 날아가자.

 

미틸 : 네!

 

레녹스 : 현자님은, 저의 빗자루에.

 

현자 :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피가로의 진료소가 있는 러셀 호수는,

구름의 거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것 같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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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 : 자, 도착이야.

모두들 수고했어.

 

현자 : 여기가 피가로의 진료소……

 

커다란 호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러셀 호수는 호반을 중심으로 한 마을인 모양이다.

주민들의 집들이 호수 주변에 모여있다.

피가로의 진료소는, 그 호수를 마주 보고 세워져 있다.

소박한 모습은, 친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미틸 : 왠지 오랜만이네요.

 

루틸 : 최근엔 올 기회가 없었지.

그래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리운 풍경에 둘러싸여, 미틸과 루틸은 기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레녹스의 표정도 부드럽다.

 

현자 : 레녹스도 역시, 그리운 느낌인가요?

 

레녹스 : 그렇네요. 저도 오는 것은 오랜만이니까요.

 

시노 : 호수가 가깝네. 나쁘지 않아.

 

히스클리프 : 예쁜 전망이네.

몸을 돌보기에는, 딱 맞는 환경일지도.

 

루틸 : 무척 예쁜 곳이죠?

피가로 선생님의 진료소에는, 예전부터 계속 신세를 지고 있답니다.

저희뿐만이 아니라, 이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피가로 선생님을 의지하고 있어요.

 

미틸 : 약을 받거나, 상처를 봐주거나, 질병의 상담을 하거나……

모두에게 있어서, 무척 든든하고 중요한 곳이에요.

 

피가로 : 그렇게 칭찬해주면 부끄러운데.

 

피가로가 지켜보는 사이에,

미틸과 루틸은 웃는 얼굴로 가슴을 폈다.

그것은, 고향인 구름의 거리로 돌아갔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같았다.

자랑스러운 듯, 안도감에 가득 차 있다.

 

현자 : (미틸과 루틸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집 같은 걸지도……)

 

그렇게 생각한 직후, 현기증 같은 감각이 엄습했다.

 

(지진소리)

 

현자 : …읏!

 

시노 & 미틸 & 히스클리프 : !?

 

네로 : 우왓?

 

파우스트 : 지진인가……!

 

흔들림은 생각보다 컸다.

몸부림치는 땅에, 몸이 흔들린다.

갑작스러웠던 탓에, 모두 크게 휘청거렸다.

나도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으나, 레녹스가 받쳐주었다.

 

레녹스 : 현자님, 잡아주세요.

 

현자 : 고, 고맙습니다……!

 

곧 흔들림은 가라앉았다. 일동, 크게 숨을 내쉰다.

 

루틸 & 미틸 : 깜짝 놀랐네……!

 

시노 : 히스, 괜찮아!?

 

히스클리프 : 으, 응. 괜찮아……!

 

파우스트 :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네.

 

네로 : 도착하자마자, 마주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꽤나 규모가 큰걸.

 

모두 긴장한 얼굴을 했다.

이야기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느껴보지 않으면 그 무서움은 알 수 없다.

우리는 몸으로, 이변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레녹스 :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몇 번이고 발생한다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루틸 : 이미 무너진 건물도 있다는 것 같아요.

이대로 지진이 계속된다면, 진료소도 무사하지는 못할지도……

 

미틸 : 그런……

얼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 이상 큰일이 나기 전에, 저희가 이변을 멈춰요!

 

루틸 : 응! 모두의 소중한 장소를, 우리가 지켜야지.

 

친숙한 곳이기도 해서 그런지, 미틸과 루틸은 평소보다 더 의욕이 넘치고 있다.

한편, 피가로는 쪼그려 앉아, 땅에 손을 대고 있다.

일어났는가 하면, 신묘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피가로 : ……

 

현자 : 피가로?

 

파우스트 : ……어이, 이 땅은.

 

피가로 : 파우스트.

일단은 진료소 안에서, 향후 조사 방침에 대해서 상의하고 싶어.

그리고,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까.

멀리서 온 손님들을 조금 환영해주고 싶은데.

 

피가로에게 초대받아, 우선은 진료소에 들어가기로 했다.

건물은 그다지 넓지 않다.

한정된 공간에, 사용을 위한 책상과 의자,

침대와 약들이 보기 좋게 줄지어있다.

어느 곳도 햇빛이 잘 들고 청결하다.

약해진 심신에는, 분명 다정한 공간이겠지.

 

피가로 : 좁은 곳이지만, 부디 편하게 쉬어.

 

현자 : 피가로, 차까지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 : 이거, 무척 향이 좋네.

 

피가로 : 마음에 들어 해서 기쁘네.

약초를 달인, 피로회복의 차야.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지쳤지?

 

네로 : 고마워.

 

히스클리프 : 잘 마실게요.

 

현자 : ……쓰……

 

시노 : 써!!

 

루틸 : 오랜만이네, 피가로 선생님의 쓴 차.

 

미틸 : 우웃……

이 차, 언제 마셔도 쓰네요.

 

모두 고전하는 중에,

파우스트와 레녹스는 묵묵하게 차를 마셨다.

 

네로 : 둘 다, 잘도 평온하게 마시고 있네.

쓰지 않아?

 

파우스트 : 쓴맛이 나는 차는 익숙하니까.

 

히스클리프 : 레녹스도?

 

레녹스 : 아니, 써.

 

현자 : (쓰구나……)

 

미틸 : 맛은 조금 개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쓴 차, 정말로 몸에 좋아요.

이걸 마시고, 하룻밤 자고 나면 아주 건강해져요.

 

루틸 : 맞아 맞아. 그리고 계속 마시고 있으면,

이 맛이 버릇이 된다고나 할까……

미틸도 자주 차를 마시러 여기에 왔었지.

 

미틸 : 네, 그립네요!

 

피가로 : 엣, 혹시 둘이 여기에 자주 왔던 건, 그 차가 목적이었던 거야?

피가로 선생님을 만나러 와준 거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쓸쓸하네.

 

루틸 & 미틸 : 아하하, 농담이에요.

 

미틸 : 저는…… 피가로 선생님도,

이 진료소도 정말 좋아해요.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으면, 아무래도 불안해지잖아요.

여기는 그걸 괜찮아, 안심해, 하고 받아주는 곳이니까.

그러니까, 미래에는 선생님의 진료소에서 약사로써

도우면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하고 생각해서…

 

피가로 : 미틸……

 

미틸 : 실은, 그 공부도 겸해서

진료소에 왔던 것도 있어요.

앗. 물론, 피가로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에요!

 

피가로 : 아하하. 고마워. 미틸의 마음, 무척 기뻐.

그럼, 네 책상을 여기에 두는 건 어때?

 

미틸 : 엣……?

괘, 괜찮나요?

제가 여기서 일하게 되어도……

 

피가로 : 물론. 약장과 작업대를 옆으로 옮긴다면, 일하기 편하려나.

 

미래의 이야기를 하면서 부드럽게 웃는 피가로에,

미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걸 지켜보던 마법사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현자 : (이 진료소는, 남쪽의 마법사들에게 있어 무척 소중한 장소구나……)

 

남성 : 저, 실례합니다……!

 

여성 : 피가로 선생님 계신가요!?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진료소의 문이 두드려진다.

찾아온 것은, 젊은 부부 같아 보이는 남녀.

남성의 팔에는 아기가 안겨있다.

두 사람은, 피가로의 얼굴을 보자

확연히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남성 : 다행이다, 계셨군요……!

여러분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발견해서,

혹시 하고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여성 : 선생님, 부디 이 아이를 봐주세요!

어젯밤부터 계속해서 울다가, 우유를 먹여도 토해내고 있어요.

 

피가로 : 정말이네, 괴로운 듯이 울고 있어.

자, 안으로 들어와.

 

부부는 이 근처 마을에 살고있는 모양이다.

마을에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이곳이 가장 가까운 진료소인 것 같다.

 

남성 : 정말 하늘이 도우셨어요.

피가로 선생님이 우연히 와계시다니.

젊은 선생님이 있는, 구름의 거리의 진료소에 가면 좋겠지만,

역시 조금 멀어서……

 

현자 : 젊은 선생님? 구름의 거리에도 의사 선생님이 있는 건가요?

 

미틸 : 네. 젊은 선생님이라면, 클라크 씨의 얘기죠?

 

여성 : 맞아. 그분이야. 가끔 피가로 선생님을 대신해서

이 진료소에 와서 진찰해주고 있어.

그래서, 젊은 선생님이 여기에 오는 걸 기다릴까,

기다리지 않고 구름의 거리로 갈까, 남편과 상의하고 있었는데…

일단 호수 근처까지 와보니까, 피가로 선생님의 모습이 보여서 급하게 뛰어왔어.

 

피가로 : 그건 마침 잘됐네.

병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 아이도 바쁜 몸이니까, 그렇게 자주 여기에 오지는 못 할 거야.

 

레녹스 : 구름의 거리의 환자분들이 의지하고 있어요.

젊은데 솜씨가 좋다고, 평판이 좋은 것 같네요.

 

루틸 : 역시 피가로 선생님의 제자님이네요!

 

파우스트 : ……제자?

 

시노 : 제자라고 하면, 그 녀석도 마법사인가?

 

피가로 : 아니, 인간이야. 의사가 되고 싶어 했으니까,

내가 여러 가지 지도해 주었을 뿐이야.

자, 그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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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눕혀도, 아기는 불이 붙은 듯 계속해서 울고 있다.

 

피가로 : 자, 자, 착하지.

 

피가로는 아이를 달래며,

목과 눈을 들여다보며, 상태를 살핀다.

 

피가로 : ……응.

어딘가 앓고 있는 게 아니네.

 

피가로는 조그만 몸에 손을 대고,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펑펑 울던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간다.

 

피가로 : 조금, 나쁜 게 들어간 것 같아.

회복의 마법을 걸었으니까, 금방 나아질 거야.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에는 건강해질 거야.

 

남성 : 정말인가요!?

 

여성 : 아아, 다행이다……!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부부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인다.

 

여성 :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지 하고, 우리들……

 

피가로 : 괜찮아. 쉽게 지지 않는 강한 아이야.

그렇지? 아가씨.

 

아기의 코를 상냥하게 쿡 찌른다.

아기가 한순간 웃고, 부부도 긴장이 풀렸는지 흐뭇하게 미소짓는다.

 

남성 : 맞아, 피가로 선생님.

일이 진정되면, 부디 우리 마을에 들러주세요.

이웃 사람들을 모아서 대접할 테니까요.

 

여성 : 응, 응. 부디 대접하게 해주세요.

저희 어머니도 선생님도 선생님에게 진찰받은 이후로,

요통이 좋아졌다고 저한테 몇 번이고 말씀해주세요.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세요.

 

피가로 : 아하하. 고마워.

다음에 천천히 들르도록 할게.

 

올 때는 불안해하던 부부는, 완전히 환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를 안은 손에서도 안심함이 느껴진다.

피가로를 신뢰하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미틸의 말이 생각났다.

 

현자 : (……든든하고, 소중한 장소……)

 

오늘뿐만이 아니라, 부부는 그동안 여러 번,

피가로에게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분명, 여기서 지내는 사람 모두가 그렇게 말할 것이다.

 

현자 : (이곳은 모두에게 있어서, 안심이 되는 소중한 장소구나……)

 

 

부부가 진료소를 떠나고, 겨우 진정할 무렵.

 

피가로 : 그럼, 본격적으로 조사 쪽을 진행할까.

 

미틸 : 피가로 선생님, 뭘 하면 될까요?

 

루틸 : 저희, 뭐든 할게요!

 

피가로 : 응. 두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그리고, 시노와 히스클리프와 네로에게도.

다섯은 우선, 이 주변을 날면서,

무언가 두드러진 이변이 없는지 확인하고 와주었으면 해.

그동안, 우리도 조사를 좀 할 테니까.

 

루틸&미틸&히스클리프 : 네!

 

시노&네로 : 알았어.

 

현자 : 모두, 조심하세요.

 

루틸 :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섯 사람이 뚜벅뚜벅 나가고,

진료소의 문이 닫힌다.

예상한 듯이, 파우스트가 말을 꺼냈다.

 

파우스트 : ……너, 이미 이 이변의 원인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현자 : 엣…… 그런가요?

 

피가로는 어깨를 움츠렸다.

 

피가로 : 아마도, 이 지진의 원인은 산(酸)의 늪이야.

 

레녹스 : ……산의 늪?

 

피가로 : 초목은 물론, 닿는 모든 것이 녹아버리는 위험한 늪이야.

남쪽 지역에서 살아가는 생물에게, 맹독 그 자체야.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지반은 안정되지 않고,

각종 재해를 일으켜. 끓이는 것도, 태우는 것도 먹히지 않아.

 

현자 : 그렇게 무서운 늪이 있는 건가요……?

 

피가로 : 정확히는 있었다, 이려나. 먼 옛날에 묻었으니까.

개척하기 시작했을 시절의 오래된 이야기가 되겠지만,

산의 늪 주변을 메우기 전에, 여러 이변이 일어났어.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거나, 땅에 갑자기 구멍이 뚫리거나 하고.

 

파우스트 : 이번 이변과 거의 같군.

 

피가로 : 응. 우연의 일치라고는 생각할 수 없지.

매립한 늪이 새삼스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현자 : ……

 

무의식중에, 시선을 발아래로 떨어트린다.

지저에 매립된 꺼림칙한 늪을 머릿속에서 상상했다.

 

레녹스 : ……피가로 선생님.

그런 위험한 장소에, 이 진료소를 세웠던 건가요?

 

피가로 : 설마!

 

유감이라는 듯이, 피가로는 크게 고개를 젓는다. 

 

피가로 : 산의 늪이 있었던 건 여기가 아니야.

꽤 먼, 외딴곳이야.

원래도 생물이 살기엔 적절하지 않은 땅이었지만,

노출해두는 것도 위험하니까 말이야.

지하 깊숙이 봉인한 셈.

그래서 지금은 안전하고, 꽤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진료소 주변에까지 영향을 주진 않을 텐데.

 

파우스트 : 그렇지만, 실제로 이렇게 이변이 발생하고 있어.

짐작 가는 곳이 있을 텐데.

 

조금 겸연쩍은 듯이,

피가로는 팔꿈치의 뒤를 긁적였다.

 

피가로 : 나에 대한 복수려나.

 

레녹스 : 복수, 인가요.

 

피가로 : 아아. 당시에, 사람을 속이거나,

마법으로 도둑질을 하는, 마음가짐이 나쁜 마법사가 있었지.

돌로 만들어서 함께 늪에 묻었어.

골칫거리를 한 번에 걷어치웠다고 할까.

 

피가로의 말에 나는 흠칫했다.

 

현자 : ……고, 골칫거리?

 

깔끔한 말투는, 험악한 기색도 없다.

 

현자 : (평소에는 상냥한 분위기니까 잊어버릴 뻔하지만……)

 

피가로는 수천 년을 산 마법사다.

빗방울이 목덜미에 떨어진 것처럼, 확실하게 실감한다.

 

레녹스 : 그럼 이번 이변은, 그 마법사가 일으켰다는 건가요.

 

피가로 : 그렇다고 생각해. 방아쇠는 아마, <거대한 재액>이지.

그 달의 영향으로, 마법사가 남긴 원한이

무언가에 깃들어서 산의 늪 정령과 연결이 된 게 아닐까.

약한 만큼, 집념이 강한 남자였으니까.

자아는 오래전에 사라졌을 텐데,

나를 찾아 지맥을 기어 다녀, 이 진료소 지하까지 이동했겠지.

정말, 한결같은 녀석이야.

 

그렇게 말하고, 피가로는 주문을 외웠다.

 

피가로 : 《폿시데오》

 

현자 : ……우왓?

 

다시, 크게 땅이 흔들렸다.

동시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눈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현자 : (……에? 뭐지……?)

 

레녹스 : 이건……

 

갑자기,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

무심코 귀를 막았다.

온몸에 얽혀오는 듯한 불쾌감.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

실제로 말이 들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소리에서는, 강한 원한과 증오가 느껴졌다.

고통스럽게 몸부림쳐라……

모든 것을 뺏어버리겠다, 고.

 

피가로 : 미안해, 무섭게 해서.

 

딱, 하고 피가로가 손가락을 울린다.

그러자, 검은 안개도, 원한의 기색도

꿈처럼 사라졌다.

 

현자 : ……방금은……

 

파우스트 : 아까 느꼈던 저주의 기미는 이거였나……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눈치채고 계셨나요?

 

파우스트 : 어딘가 불온함을 느꼈던 정도야.

이 남자처럼,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냐.

 

파우스트는 피가로를 빤히 쳐다본다.

 

<파우스트 일러>

 

파우스트 : 거기까지 알고 있었다면, 해결 수단도 있겠지.

 

피가로 : 그렇네……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집념의 대상은 나야.

나와 땅의 연결이 강한 것을 매개로 한다면,

당장이라도 소멸시킬 수 있어.

즉, 이 진료소야.

 

현자 :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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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 : 지하에 묻혀있는 산의 늪은,

마법사의 저주에 끌려 이동하고 있어.

이 근처에서 이변이 발생하는 것이 그 증거야.

마을이나 거리의 거주지까지 미치면 큰일이야.

너무 늦기 전에 손을 쓰는 것이 나아.

 

레녹스 :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당황해서 흔들리는 가운데,

레녹스가 무겁게 묻는다.

 

레녹스 : ……그건, 이 진료소를 없앤다는 건가요……?

 

피가로 : 그렇게 되겠네.

 

현자 : ……그런……

 

피가로 : 이미 여기저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파우스트 & 레녹스 : ……

 

우리는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진료소에서의 미래에 대해

기쁘게 얘기하던 실내의 공기가 확 식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가로의 말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이변을 막아야 할 것이다.

 

현자 : (……그래도)

 

이 풍경을 그립다며 기뻐하던 루틸이나,

언젠가 이곳에서, 피가로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으며 꿈을 말하던 미틸.

그리고, 피가로를 의지하여 찾아온 부부의 얼굴.

그들이 피가로의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소짓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주 짧게 머물렀던 중에도,

여기가 둘도 없는 장소라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현자 : (그런 소중한 장소를, 없앤다니……)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이변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결정해버리고,

후회하지 않을까.

 

피가로 : 그렇게 무겁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진료소를 포기할 뿐이야.

 

미틸 : 기다려주세요!

 

루틸 : 무슨 일인가요!?

 

레녹스 : 미틸, 루틸.

 

파우스트 : 너희들, 벌써 돌아온 건가?

 

히스클리프 : 죄송해요, 시노가 도중에 배고프다고 해서……

 

시노 : 갑자기 생각났어.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네로 : 그것보다, 지금 이야기는 뭐야?

진료소를 포기한다니……

 

피가로 : 말한 대로야.

진료소는 처분하게 됐어.

 

미틸 : 그런, 어째서……

 

피가로 : 이변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나도 이 진료소에는 애착이 있고, 추억도 많아.

그래도, 이대로라면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상처받거나 슬퍼하거나 할 수도 있어.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야.

 

미틸 : 어, 어떻게든 남길 수는 없는 건가요?

그치만, 이곳은 저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추억이 잔뜩 있는데……

 

미틸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동요가 느껴졌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피가로는 지극히 차분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대답한다.

 

피가로 :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위험을 수반하고, 꽤 손이 많이 가.

여기에는 미틸의 휴양도 겸해서 와있는 거고 말이야.

의뢰는 빨리 해치우고, 모두와 여유롭게 지내고 싶잖아.

 

미틸 :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의 말을 듣고, 미틸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피가로는 무척 오래 산 마법사다.

그런 그에게 있어, 자신의 집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진료소도 긴 시간을 살아오는 중에 얻거나 잃는 것 중에 하나.

그러나, 미틸에게 있어서는,

어린 시절부터의 추억이 많이 남은 곳이고

아까까지 모두와 함께 화기애애하게 지내던 곳이다.

그런 장소를 갑자기 없앤다고 들으면,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슬픔과 반발심이 느껴졌다.

 

미틸 : 그리고……

제가 미래에 약사가 된다면,

여기서 일하게 해 준다고, 아까……

 

피가로 : ……미틸.

너는 똑똑한 아이니까, 이해해줄 거지?

 

미틸 : ……

모르겠어요.

 

무척 슬픈 듯이 눈썹을 내리며,

미틸은 고개를 저었다.

 

미틸 : 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이해하고 싶지 않아요……!

 

시노 & 히스클리프 : 미틸!

 

루틸 : 기다려, 미틸.

죄송해요. 선생님의 진료소인데.

그래도, 미틸에게도 추억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틸을 쫓아, 세 사람이 빠르게 나간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잠시 동안, 진료소는 조용해졌다.

 

피가로 : 납득할 수 없는 걸까.

역시 남쪽의 젊은 마법사들은, 땅에 집착하는 게 있지.

 

레녹스 : 지금은 당신도 남쪽의 마법사잖아요.

 

레녹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숨을 내쉬는 듯한 태도로,

피가로가 천천히 그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레녹스 : 저도 미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현자 : 레녹스……

 

피가로 : 뭐야. 레노까지 반대하는 거야?

 

레녹스 :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포기하고 싶어요.

당신에게는 헛수고처럼 비칠지 모르겠지만.

 

피가로 : 시간이 있다면, 헛수고나 번거로움도 사랑할 수 있어.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다소 희생은 따르기 마련이야.

손을 놓고 큰 나무를 시들게 할 정도라면,

나는 병든 가지를 부러트릴 거야.

 

레녹스 : 가지도 고통은 느낍니다.

그 가지를 거점으로 하고, 날개를 쉬고 있는 새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것을 반복하고 있으니까, 잃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닌가요.

저는 당신처럼 확실하게 나눠서 대할 수는 없어요.

 

레녹스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반항적이었다.

 

피가로 : 너도 꽤나 말하네.

 

그에 대해, 피가로는 지긋지긋한 왕처럼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두 사람 사이에, 험악한 기운이 감돈다.

 

네로 : ……저기, 잘은 모르겠지만,

수단이라는 건 그거 하나밖에 없는 건가?

 

네로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파우스트에게 향한다.

레녹스는 파우스트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레녹스 : 파우스트 님. 달리, 저주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잠시 생각한 후, 파우스트는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 : ……

없는 것도 아니야.

일단, 당시 산의 늪과 그 마법사를 묻었던 장소로 향해,

그 땅을 파헤치고, 원흉이 된 물건을 찾는다.

피가로는 뭔가에 원한이 머물러 있다고 말했지만,

아마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나 마도구가 원인이겠지.

별로 좋지 않은 것일 거야.

저주로 변한 그걸 발견하고, 잘 정화할 수 있다면

이변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현자 : 정말인가요……!?

 

희망이 보여서, 일순간 마음이 북받친다.

하지만, 피가로의 한숨이 그것을 무너트린다.

 

피가로 : 지상에 영향이 없도록,

산의 늪은 상당히 깊은 지하에 묻었어.

저주의 물건을 찾는다면, 엄청난 시간과 수고를 들이게 돼.

그러는 동안에도, 저주가 산의 늪을 이끌고,

마을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어.

보아하니, 아마 이틀 정도야.

저주의 물건이 나온다는 가능성도 낮고,

애초에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레녹스 : ……

 

모두에게 설명하면서, 피가로의 눈은 레녹스를 향한다.

 

현자 : (……설마, 이 두 사람이 대립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