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속/이벤트 스토리

기억의 물가에 춤추는 기라성 (6~10화)

oTaku_enen 2023. 8. 1. 23:45

의/오역 有, 개인 백업용이라 후레로 갈겼으니 자세한 건 게임 내 스토리를 읽어주세요.

 

 

이벤트 기간 <2023.07.09~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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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프랑 : 아, 저기……! 레일라 있나요?

 

문이 열리자, 안에서 나온 것은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였다.

 

??? : 어머, 당신들은……?

 

프랑 : 어, 저기, 저희는…….

 

??? : 앗…….

 

갑자기, 할머니는 현관문의 턱에 발이 걸려,

가까이 있던 카인의 가슴에 쓰러졌다.

 

카인 : ……어이쿠, 괜찮아?

 

??? : 미안해, 덕분에 살았어. 그래서…… 당신들은?

 

프랑 : 저, 저는…….

………………!

 

얼굴을 든 프랑 씨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돌처럼 굳어버린다.

침묵이 몇 초 지나고, 아서가 대신 말문을 꺼냈다.

 

아서 :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미안.

이 집에 레일라라는 여성이 있을까?

 

??? : 응, 있어.

레일라는 나인걸.

 

현자 : 엣……?

 

클로에 : 그, 근데, 레일라와 프랑은 비슷한 나이였을 텐데…….

 

히스클리프 : 그러고 보니 저희는…….

프랑 씨의 나이를 물어보지 않았죠.

 

히스클리프와 얼굴을 마주하며, 한 사실을 기억해 낸다.

 

현자 : (마법사는, 겉보기와 실제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

 

프랑 씨의 언동이 천진난만해서서,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가 클로에와 비슷한 연령대일 거라고.

 

현자 : (읏, 맞아. 프랑 씨는――)

 

예상외의 전개에 황급하게 프랑 씨를 돌아본다.

그는 레일라 씨를 바라본 채,

봇물 터지듯 말하기 시작했다.

 

프랑 : 역시, 그 밤하늘 같은 눈동자…….

정말 레일라, 너구나!

 

레일라 : 프랑……?

 

프랑 : 응! 레일라가 보고 싶어 하던 흰 솜털 모자를 발견해서,

잔뜩 키웠어!

분명, 너도 마음에 들어 할 거라고 생각해서――.

 

프랑 씨는, 볼을 상기시키며 열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프랑 씨의 눈동자에는, 소녀였던 시절의 레일라 씨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레일라 씨는 멍한 표정으로, 프랑 씨를 보고 있다.

 

레일라 : 미안해. ……기억이 안 나.

 

프랑 : ……!

 

그 순간, 프랑 씨는 누군가 심장을 움켜쥔 듯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 : 봐, 매년, 축제가 있는 밤에는 너와 함께 있었잖아.

 

레일라 : 매년……?

나, 별의 춤 축제가 있는 밤에는,

아주 오랫동안, 계속 혼자서 강가에 있었는데…….

 

프랑 : 그런…….

나도……. 나와의 추억도, 모두 잊어버린 거야……?

 

클로에 : ……, 프랑…….

 

망연자실한 프랑 씨에게 클로에가 뭔가 말을 걸려고 했던, 그때.

 

이웃 여성 : 레일라 씨! 또 우리 가게에 가방을 두고 갔었어.

 

레일라 : 어라, 미안해. 나도 참…….

 

가방을 받아 들자, 레일라 씨는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집 안으로 돌아간다.

 

프랑 : 아…….

 

프랑 씨가 뻗은 손은 레일라 씨에게 닿지 못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무겁게 울렸다.

 

이웃 주민 : ……당신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레일라 씨와 아는 사이야?

 

히스클리프 : 아 저기, 저희는…….

 

말문이 막힌 히스클리프를 대신해,

카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띤 채, 오른손을 내밀었다.

 

카인 : 우리는, 저분의 오랜 친구에게 부탁을 받아서 모습을 보러 왔어.

 

이웃 주민 : 그래, 고생이 많구나.

저 사람, 20년 정도 전부터 점점 건망증이 심해져서. 계속 저런 느낌이야.

위태로우니까 걱정이 되어서.

너희들도 가끔 와서, 챙겨주면 고맙겠어.

 

카인 : 아아, 그럴게. 알려줘서 고마워.

 

프랑 : ………….

 

히스클리프 : 저, 저기, 프랑…….

 

조그맣게 어깨를 떨고 있던 프랑 씨를 발견하고,

히스클리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프랑 : 모두들 미안해.

내가 깜빡하는 바람에, 민폐를 끼쳐서…….

 

현자 : 민폐라니…….

 

프랑 : ……아하하…….

혼난다든가, 사과한다든가,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었구나.

나……. 나의 소중한 추억을,

레일라도 똑같이 기억해 주고 있다고, 마음대로 기대해서…….

우, 우웃……. 훌쩍…….

 

거기까지 말하자, 봇물 터지듯 프랑 씨가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

굵은 눈물이, 비가 오듯이 뺨을 타고 내려간다.

 

프랑 : 으아아아앙!

 

클로에 : ……읏.

 

클로에는 입을 다문 채,

프랑 씨의 떨리는 어깨를, 꼬옥 하고 안아주었다.

 

프랑 : 설마, 레일라가…… 레일라가 나를 잊고 있었다니…….

나만이, 레일라와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니……!

 

클로에 : ………….

 

프랑 씨의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에의 어깨도,

똑같이 떨리고 있었다.

 

카인 & 아서 & 히스클리프 : ………….

 

계속 서 있는 우리의 사이로 바람이 불어,

지붕 위의 풍향계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회전한다.

그 녹슨 소리는, 프랑 씨의 울음소리와 섞여,

계속해서 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거리에서 미스라 일행과 합류한 우리들은,

미스라의 마법으로, 프랑 씨의 집에 돌아왔다.

별도 행동을 했던 마법사에게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브래들리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래들리 : 역시 그런가.

 

아서 : ……브래들리는 눈치채고 있었어?

프랑이 레일라와 만나지 않은 채, 벌써 수십 년이 지났다는 걸.

 

브래들리 : 뭐 그렇지. 마법사에겐, 흔한 이야기야.

 

프랑 : …….

 

미스라 : 그렇다고 할까, 뭐가 그렇게 슬픈 건가요?

당신은 시간을 잊었다.

그 레일라라는 사람은, 당신을 잊고 있었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

 

프랑 : ……읏. 그건…….

 

미틸 : 잠깐, 미스라 씨! 그런 말투는…….

 

프랑 : 아냐, 미스라가 말한 대로야.

흰 솜털 모자에게 열중하지만 말고,

내가 좀 더, 시간을 신경 쓰고 있었다면…….

 

눈물 젖은 프랑 씨의 목소리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에 녹아든다.

그 오렌지빛을 통째로, 모든 걸 감싸 안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낸 것은,

라스티카였다.

 

라스티카 : ……저기, 프랑.

레일라는 결코, 네가 싫어서 잊어버린 게 아닐 거야.

 

프랑 : 에……?

 

라스티카 : 나도, 소중한 걸 잘 잊어버리니까.

기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도, 내 안에서 기억이 흘러내려 버려서…….

새장에 가둬둘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라고 몇 번이나 바랐어.

그런데도, 역시 잊어버리고 말아.

사랑하는 소중한 친구와의 추억도,

사랑하는 소중한 신부에 대한 것도.

 

프랑 : 그런…….

라스티카는, 슬프지 않아?

 

라스티카 : 슬프고, 서운해.

그래도, 하루는 시시각각으로 지나가.

슬퍼하는 나를 두고, 시간은 지나가 버려.

그렇다면, 잊어버리는 만큼, 새로운 추억을 소중하게 쌓아가자.

그러면, 웃으면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클로에 : ………….

 

라스티카 : 물론, 잊혀져서 서운한 마음은 있을 거야.

그래도, 이렇게 모처럼 재회할 수 있었잖아.

이제부터, 레일라와의 추억을 쌓아가면,

그 시간들은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프랑 : 라스티카…….

 

라스티카의 상냥함에,

프랑 씨의 목소리가 온도를 되찾는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구름이 걸린 달빛처럼,

아직도 기댈 데 없이 흔들리고 있다.

문득 옆을 보면, 클로에의 눈동자에도,

비슷한 빛이 하늘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클로에 : 그래도…….

그건, 잊어버리는 쪽의 의견이잖아?

 

라스티카 : ……클로에?

 

클로에 : 라스티카가 말하는 건, 잘 알겠어.

아무리 잊고 싶지 않아도, 잊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잊혀진 쪽은, 슬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면 된다는 걸,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을, 소중한 사람에게 잊혀지는 건,

어쩔 수 없이 쓸쓸하고, 슬퍼…….

 

라스티카 : ………….

 

여느 때 같으면 흐르듯이 아름다운 말을 쏟아내는 라스티카의 입술이,

소리가 아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닫힌다.

무거운 침묵이 흘러가는 가운데,

클로에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클로에 : 앗…… 미안해!

나, 뭔가 방금, 너무 싫은 말투였지!?

미, 미안해, 라스티카……!

모처럼, 라스티카가 프랑을 생각해서 말해줬는데…….

……프랑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니 그만,

나도 감정적으로 되어서…….

 

라스티카 : 아…… 아니…….

사과하지마, 클로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분명, 당연한 거야.

나는, 잊어버리기만 하니까……

클로에의 이야기, 들려줘서 고마워.

 

클로에 : 프랑도 미안해……!

나, 프랑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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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프랑 : 그런, 사과하지 마.

클로에가 말해줘서,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슬픈지, 좀 알 것 같아.

고마워, 클로에. 나 대신에, 말로 표현해 줘서.

……그리고, 라스티카도 고마워. 나를 격려해 줘서.

덕분에, 레일라가 잊고 싶어서 나를 잊은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나 혼자였다면, 왜 나를 잊어버린 거야 하고, 슬퍼져서…….

레일라를, 원망했을지도 모르니까.

 

현자 : 프랑 씨…….

(그래도, 이대로라면 프랑 씨는……)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독선적인 소원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석양에 물드는 방 안, 종지부를 찍은 것은――.

 

미스라 : ……그러고 보니, 곧 축제를 한다는 것 같은데요. 그 마을.

 

나른하고, 어렴풋이 달콤함이 감긴, 미스라의 목소리였다.

 

현자 : 축제……? 그거 혹시…….

 

미스라 : 뭐였더라. 별의 춤 축제인가 뭔가.

제가 미남이니까, 초대받았거든요.

 

현자 : 그, 그거 잘됐네요……?

 

칭찬하라는 듯한 자랑스러운 미소로 바라봐서,

무심코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프랑 : ……그 마을에,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야.

하지만, 이제 나에겐 가는 의미 같은 건…….

 

카인 :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아직 단언할 수는 없잖아.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왜냐면, 너,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레일라가 기억해내줄지는 모르지만,

프랑이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나는 협력하고 싶어.

 

히스클리프 : 맞아. 이렇게 열심히 해서, 흰 솜털 모자를 키워왔는데…….

 

프랑 : 그렇지만, 다들 들었잖아?

레일라는, 여러 가지를 잊어버렸다고.

흰 솜털 모자에 대한 것도, 이젠…….

 

클로에 : ……정말 그런 걸까…….

 

프랑 : 에……?

 

클로에 : 레일라, 말했잖아?

‘별의 춤 축제의 밤은, 계속 혼자서 강가에 있었다’고.

축제에 가지 않는다면, 집에만 있어도 될 텐데.

그런데도 계속, 레일라는 강가에 있었어.

……프랑과 만난, 추억의 장소에. 그건…….

 

아서 : ……! 레일라는 계속, 프랑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는 건가.

 

클로에 : 응.

그렇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비록 이름을 기억할 수 없게 되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어도,

레일라의 마음속 어딘가에 분명 프랑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레일라가, 일 년에 한 번, 축제 날 강변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흰 솜털 모자가, 그녀의 깊은 곳에 있는 프랑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될지도 몰라.

 

프랑 : 클로에…….

 

클로에 : 아, 그래도…… 희귀한 흰 솜털 모자가 잔뜩 있는 걸 보게 되면,

소동이 일어나려나?

축제 날의 강변은 인기가 없다곤 하지만,

어둠 속에 빛이 잔뜩 있으면 눈에 띌 테고…….

 

미틸 :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쇼를 하는 건 어떤가요?

주최자분이 말했어요.

축제에서는, 돌발적으로 쇼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어서, 엄청나 북적거린다고.

저희가 손님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즐거운 쇼를 하면,

흰 솜털 모자를 레일라 씨에게만 보여줄 수 있을지도…….

 

아서 : 즉, 사람들의 의식이 강변으로 가지 않도록,

우리가 미끼가 된다는 건가.

 

카인 : 양동작전이구나.

확실히 마법사인 우리들이라면, 확 하고 화려한 연출이 될 것 같네!

 

현자 : 네! 나이스 아이디어에요, 미틸!

 

미틸 : ………….

 

현자 : ……미틸?

 

미틸 : 그……, 마법은 쓰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쓴다고 해도, 알 수 없도록 한다던가…….

거리에서 눈길을 끄는 마법을 쓰면,

노려보거나, 미움받을지도 모르고…….

저는 예전에, 비슷한 일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한 적이 있어서…….

 

히스클리프 & 현자 : ………….

 

마법사인, 그저 그것만으로 퍼부어진 매정한 목소리.

아픈 기억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가슴이 삐걱거리듯이 괴로워진다.

 

미틸 : ……앗, 그래도, 프랑 씨를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도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브래들리 : 조잘조잘 시끄럽네.

 

미틸 : 우왓……!?

 

목소리를 희미하게 떨고 있는 미틸의 머리를 아무렇게나 잡은 것은,

브래들리의 커다란 손바닥이었다.

 

브래들리 : 계획에서도, 인간들이 무서워해서 도망치게 되면 의미가 없어.

발견한 구멍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건, 바보나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구멍을 메울 것이냐.

서쪽 나라의 인간들은, 서쪽의 녀석이 가장 잘 알겠지.

……그렇지? 서쪽의 꼬맹이.

 

클로에 : ……! 응!

미틸이 생각해 준 아이디어, 나도 무척 좋다고 생각해.

서쪽 사람은 마법 과학이 있으니까,

자신들도 마법이 사용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마법사를 무서워하지 않아.

그러니까 거북해하기는 해도, 도망가지는 않을 거야.

화려하고 재미있는 것 자체는 좋아하니까,

즐겁게 해준다면 작전은 잘될 거야!

 

미틸 : 클로에 씨…….

 

브래들리 : 잠깐. 그렇다면 얘기는 별개다.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겁을 먹고 분수를 알게 해주지.

 

현자 : 그, 그건 또 다른 기회에…….

 

불복하는 브래들리의 옆에서, 굳어 있던 미틸의 표정이 천천히 누그러진다.

그 모습에, 나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카인 : 그렇게 정했으면, 얼른 준비하자!

 

아서 : 그래! 나도 공무를 최대한 조정해서 참여할게.

 

히스클리프 : 사람들 앞에 나가는 건 긴장되지만…….

나도 협력하고 싶어.

 

현자 : 네, 모두 같이 해봐요!

 

프랑 : 모두들…….

고마워……!

 

그러자, 잠시 침묵하고 있던 라스티카가,

어딘지 모르게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미소 지었다.

 

라스티카 : ……클로에.

나도 참가해도 될까?

 

클로에 : 라스티카…….

응, 물론이지!

프랑이 흰 솜털 모자를 레일라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같이 힘내자!

 

라스티카 : ……! 응.

 

두 사람은,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로 서로 웃고 있었다.

그런데도, 왠지 두 사람의 대화는,

얇은 듯 두꺼운, 유리 벽으로 막혀 있는 것 같아서.

 

현자 : (두 사람, 괜찮은 걸까……)

 

 

마법관에 돌아온 밤.

나는 클로에의 방으로 갔다.

 

현자 : 클로에, 지금 괜찮나요?

 

클로에 : 아, 현자님! 무슨 일이야?

 

현자 : 차를 내려서요,

괜찮다면 같이 어떨까 싶어서.

중앙의 시장에서 산 과자도 있어요.

돌아와서 계속 방에 틀어박혀 있다고 들어서, 걱정되어서…….

 

클로에 : 와아, 고마워!

나도, 조금 쉬려고 하고 있었어.

자, 들어와 들어와.

 

현자 : 다행이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클로에의 방으로 들어가면,

디자인이 그려진 데생 노트나,

천 조각이 흩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현자 : 와아……, 엄청난 양의 디자인…….

지금 별의 춤 축제의 의상을 만들고 있는 거군요.

 

클로에 : 응!

밤에도 빛나는 의상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겨서.

 

현자 : 클로에가 그렇게 고민했다니,

멋진 디자인이 될 게 틀림없네요!

의상, 정말 기대돼요.

……그렇지만, 계속 작업하고 있어서, 피곤하지 않으세요?

 

클로에 : 아니, 전혀 피곤하지 않아!

오히려, 프랑을 위해서라도,

최고의 의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서…….

 

기운차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오늘 일이 생각났는지, 클로에는 조금 멍한 모습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클로에 : ……나 말이야, 멋대로,

프랑과 나를 겹쳐 보고 있었어.

레일라에게 잊혀져서, 슬퍼하는 프랑을 보고 있으면,

안절부절못하게 되어서…….

 

현자 : 클로에…….

 

거기까지 말하자, 참지 못한 듯이,

클로에가 시선째 고개를 숙인다.

언제나 반짝거리며 빛나는 제비꽃색의 눈동자에,

드리워진 속눈썹이 시름의 그림자를 띤다.

 

클로에 : 봐, 라스티카는…….

되게 상냥한데, 잘 잊어버리잖아?

같이 유성을 봤던 일이라던가, 맛있는 요리를 먹었던 일.

같은 연극을 보고, 감동한 일도…….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추억을, 라스티카는 잊어버리곤 해.

그렇지만…… 항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라스티카는, 내 몇 배나, 긴 시간을 살고 있는걸.

게다가, 나와 만나기 전의, 내가 모르는 과거도 있고…….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나와의 추억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돼.

 

자신의 소원을 감추듯이, 희미하게 떨리는 손으로,

클로에는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 틈으로 보인 눈동자는, 기댈 곳이 없는 클로에의 마음을,

그대로 비추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클로에 : 그래도, 이런 건 욕심이지.

라스티카의 마음은, 라스티카의 것인데.

내 바람을, 라스티카에게 강요해서,

라스티카 자체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아서…….

 

현자 : (……아아, 어째서――)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을, 추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단지 그만큼 간절한 소원을 이루는 것이,

왜 이렇게도 어려운 것일까.

 

현자 : (나도, 원래 세계에 돌아가면, 분명 모두에게서 잊혀지는 존재야

외롭고, 슬프지만…… 그래도, 그건 분명,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아무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을 쏟아낼 곳이 없다.

약하게 내뱉는 클로에의 숨결에,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조여든다.

 

현자 : 클로에――.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으려던 그때,

갑자기 클로에의 방에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미스라 : 현자님, 여기에 있었군요.

 

현자 : 엣, 미스라!?

 

미스라 : 잘 수 없으니까, 얼른 와주세요.

당신의 손이 필요해요.

 

현자 : 죄송해요…….

지금, 클로에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미스라 : 하? 제 수면보다 중요한 이야기가 뭔가요?

 

클로에 : ……읏, 잠깐 기다려, 미스라!

 

문답 무용으로 나를 데려가려는 미스라를 멈춰 세운 것은,

조심스러운 클로에의 목소리였다.

 

미스라 : ………….

 

클로에 : 조, 졸린데 미안해.

그……나보다, 몇 배나 오래 살아온 미스라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미스라 : ……? 하아.

 

클로에 : ……미스라는, 소중한 추억을 소중한 사람이 잊어버리거나 한다면,

어떻게 생각해?

 

미스라 : 어떻게라니……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요.

애초에, 오래 살다 보면, 쓸데없는 건 기억나지 않아요.

 

클로에 : 쓰, 쓸데없는 것…….

 

미스라 : 잊을 때는 잊어버리고, 생각날 때는 생각난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클로에 : ………….

그런가…….

역시, 오래 산 마법사들은, 그게 보통이구나…….

 

미스라 : ………….

루틸도, 당신과 같은 얼굴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더 시끄러웠지만요.

 

클로에 : 에? 루틸도?

 

미스라 : 네. 급기야는, 멍청이 바보라고 욕을 퍼부었어요.

내가 아닌, 나를.

 

클로에 : 에, 에에……?

루틸이 그렇게 화내다니, 상상이 안 되는데.

 

미스라 : 그러니까, 당신도 화를 내든 슬퍼하든 하면 되잖아요.

전부 잊어버렸다고.

그러면, 이쪽도 대답할 거예요. ‘기억해’라고.

뭐, 기억하고 있다면요.

 

나른하게 나온 미스라의 대답은,

웃어버릴 정도로 간단하고, 심플하다.

그런데도, 큰 손바닥으로 등을 떠미는 듯한 힘이 있었다.

 

클로에 : ……내가, 화내고……슬퍼해…….

그, 그래도 그건, 당하는 쪽은 싫거나 하지 않아?

 

미스라 : 뭐, 싫……다고 할까, 귀찮지만요.

 

클로에 : ……읏.

 

미스라 : 그렇지만, 그렇다고 왜 당신이 참아요?

 

클로에 :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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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미스라 : 잊어버리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제 자유고,

잊지 못하게 하는 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는 것도 당신의 자유에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참고, 자신이 상처투성이가 될 필요 같은 건,

어디에도 없잖아요.

 

클로에 : ………….

 

현자 : ………전부 미스라의 말대로에요.

일부만 참고하는 방향이어도 괜찮아요.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수 없더라도,

쓸쓸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기분을, 나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거나…….

‘또 잊어버렸어’ ‘쓸쓸하네’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거나.

그렇게 얘기를 듣는 거라면, 저도 할 수 있고요!

 

클로에 : 현자님……. 미스라…….

……아하하……. 그런가…….

내 이런 기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쓸쓸해’라고, 입 밖으로 꺼내도, 괜찮은 거구나…….

 

미아가 된 작은 새가 따스한 둥지를 발견한 듯이,

클로에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진다.

 

클로에 : ……고마워, 둘 다.

두 사람 덕분에, 마음이 가벼워졌어.

좋-아, 이 기세로, 별의 춤 축제 의상 만들기도 힘내자!

 

미스라 : 아아. 당신, 그것 때문에 이렇게 방을 어지럽히고 있었던 건가요.

 

클로에 : 아하하……확실히 지금은 어지럽혀 버렸지.

응, 모두를 더 멋있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하고 있어.

……저기, 미스라. 혹시 괜찮다면,

미스라도 이틀 뒤 별의 춤 축제에 참여해 주지 않을래?

미틸에게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어.

미스라, 별의 춤 축제의 주최자인 사람에게 멋있다고 칭찬받았지?

 

미스라 : 뭐, 그렇네요.

섹시하고, 와일드하고…….

오즈보다 강하고, 세계 제일 멋있는 미남이라고 들었어요.

 

현자 : (어라, 미틸에게서는 거기까진 듣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 순간,

클로에는 제비꽃색의 눈동자를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클로에 : 맞아! 역시 미스라는,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색기가 있지!

눈치채면 순식간에 우적하고 먹힐 것 같은데,

무심코 빠져드는 듯한 위험한 섹시함이라고 할까…….

실은, 미스라의 그런 멋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려면

어떤 의상이 좋을까나 하고 벌써 생각해 버려서……!

 

적극적이 된 클로에는,

책상에 놓여있던 데생 노트를 한장 한장 넘기며 미스라에게 보여준다.

 

클로에 : 이런 느낌으로, 긴 다리를 돋보이게끔,

허리에 벨트 대신에 천을 감는다던가…….

이쪽처럼, 흔들리는 타입의 머리 장식으로

더 섹시함을 업 시키거나!

 

미스라 : ………….

 

클로에 : 아, 미안!

나, 혼자서 너무 멋대로 떠들었지……!

자, 이번 작전에서는,

얼마나 눈길을 끄는가가 중요하잖아?

많은 사람의 흥미를 이끌다니,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멋진 미스라라면, 축제에 온 사람들의 시선을,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을 테니까.

프랑의 집에서는 기회를 놓쳤지만,

미스라도 꼭 별의 춤 축제에 와줬으면 좋겠다 하고…….

 

미스라 : ………….

 

미스라는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비취색의 눈동자로,

물끄러미 클로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자 : (클로에의 마음을 생각하면

미스라도 와줬으면 좋겠지만, 이건……)

 

미스라 : 좋아요. 기분이 좋으니까 가드리죠.

 

클로에 & 현자 : ……!

 

클로에 : 정말……?

 

미스라 : 네.

당신에게 칭찬받아서, 싫지 않았으니까요.

……랄까 이거, 라스티카와도 비슷한 흐름이 된 것 같네…….

 

클로에 : ……에……?

 

미스라 : 당신을 보고 있으면 라스티카가 생각나거나,

라스티카를 보고 있으면 당신이 생각나거나 해요.

형제도, 부모자식도,

얼굴이나 말투가 닮은 것도 아닌데.

 

클로에 : ………….

 

클로에는 그 눈동자를 깜빡이고, 이윽고 무언가를 깨물듯이 미소 짓고,

부드럽게 쥔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 얼굴은, 마치 파랑새를 발견한 것처럼, 진심으로 행복해 보여서.

 

현자 : (클로에……)

 

잊혀지면 끊기는 게 아닐까, 하고 두려워했던 라스티카와의 인연.

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추억이라는 실과는 다른 형태로 클로에에게 닿은 걸지도 모른다.

 

클로에 : ……라스티카와…… 그런가…….

 

미스라 : 뭘 히죽거리고 있어요?

 

클로에 : 으응, 아무것도 아냐.

에헤헤,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현자 : 잘됐네요, 클로에!

 

클로에 : 응!

그렇게 정해졌으니, 얼른 미스라의 의상도 만들어야지.

최고로 멋져질 의상을 만들 테니까, 기대해 줘!

 

――

 

현자 : 후아암…….

 

그 뒤로 미스라에게 연행된 나는,

미스라를 어떻게든 재울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며

밤의 대부분을 보내게 되었다.

 

현자 : (결국 미스라도 잘 수 없었고,

나도 일어나는 게 늦어졌네……)

 

클로에 : 아, 현자님, 안녕!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 클로에였지만,

자세히 보면, 눈 아래에는 희미하게 다크서클이 떠올라 있다.

 

현자 : 클로에, 괜찮으세요?

어제, 늦게까지 깨어있던 건…….

 

클로에 : 응. 미스라와 현자님에게, 정말 힘을 받았으니까.

덕분에, 의상도 곧 완성이야! 자신작이야.

 

현자 : 와아, 어떤 의상이 되었을지 기대돼요!

 

히스클리프 : 현자님, 클로에. 안녕하세요.

 

카인 : 안녕, 둘 다!

 

클로에 : 다들 안녕.

 

카인 : 클로에, 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생겼어.

너도 수면 부족이야?

 

클로에 : 응, 실은……이랄까, 너도?

 

히스클리프 : 우리들도, 오늘 밤 별의 춤 축제에서 뭘 할까,

밤새 이야기에 열중해 버려서.

 

카인 : 미틸이랑…….

공무로 벌써 나가버렸지만, 아서도 같이.

 

현자 : 그랬었군요.

여러분,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내 말에, 카인과 히스클리프는 얼굴을 마주한 뒤,

자세를 바로 하듯이 이쪽으로 돌아선다.

 

카인 : ……우리들도, 레일라와 프랑을 보고,

새삼 깨닫게 되었어.

마법사와 인간은, 주어진 시간이, 아무래도 달라.

친구도, 가족도…… 주변이 변해가도,

나만은 계속 변하지 않은 채로.

알고 있었을 사실인데, 이런 식으로 실제로 보게 되면,

나에게도 저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거기까지 말하고, 카인은 앞머리를 쓱 쓸어넘기고는,

확실하게 보이는 두 눈을 부드럽고 가늘게 떴다.

 

카인 : 어렵게 말해버렸지만, 아무튼 나는,

그 녀석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같은 장수의 운명을 가진…… 그리고,

인간들도 좋아하는, 마법사로서.

 

히스클리프 : 그리고, 무엇보다――.

 

밤길의 달빛 같은 미소를 머금은 히스클리프는,

가만히 있는 클로에의 손에 손바닥을 덮고, 주문을 외웠다.

긴 손가락의 사이로 보인 것은, 부드러운 파란색의 슈가다.

 

히스클리프 :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친구의…….

클로에의 힘이, 되고 싶어서.

 

약간 조심스럽게 히스클리프의 입에서 나온 ‘친구’라는 말에,

카인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자 : (다들, 프랑이나 클로에를 생각해서,

여러 가지로 행동해 주고 있구나……)

 

클로에 : 다들…….

고마워. 정말, 정말로 기뻐!

내일 별의 춤 축제, 같이 힘내자!

 

히스클리프 : 응!

아, 근데…… 클로에에겐 그 전에,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클로에 : 에, 나한테?

 

카인 : 자, 저쪽이야.

 

카인이 가리킨 끝.

식당에서는, 라스티카가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불쑥불쑥하고, 새싹처럼 튀어나온 잠버릇을 고치지 않은 채.

 

클로에 : ……!

 

히스클리프 : 클로에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혼자서 힘내서, 클로에처럼 고쳐봤대.

 

카인 : 그렇다고, 우리가 좀 더 깔끔하게 고쳐줄게 하고 나서는 것도,

뭔가 아니지 싶어서.

 

클로에 : ………….

……후훗. 아하하……!

진짜,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스승님이라니까……!

알려줘서 고마워, 다들.

나, 잠깐 라스티카한테 갔다 올게!

 

가볍게 뛰어가는 클로에의 등을 지켜보면서,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 보고 미소 지었다.

 

현자 : (다행이다…….

분명 이걸로, 두 사람도 평소대로야)

 

――

 

그리고 맞이한, 축젯날 당일.

 

클로에 : 안녕, 프랑!

 

라스티카 : 오늘은, 잘 부탁해.

 

프랑 : 와아……!

두 사람 다, 정말 예쁘네!

그 의상은, 클로에가 만든 거야?

 

클로에 : 응! 오늘은, 프랑 것도 있어.

괜찮다면 이 옷, 레일라와 만날 때 입어주지 않을래?

 

프랑 : 에……. 나 같은 게 이런 고급스러운 옷을, 입어도 돼?

 

클로에 : 물론!

왜냐면, 오늘의 주역은 프랑이니까.

이 옷을 입고, 레일라와의 추억의 장소에서

흰 솜털 모자를 보여주자!

 

프랑 : 클로에…….

훌쩍, 정말로 고마워…….

 

클로에 : 우와앗, 울지마.

아직 프랑에게는, 이제부터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라스티카 : 클로에가 말하는 대로야.

괜찮아, 모두 힘을 보태주고 있어.

분명, 전부 잘될 거야.

 

프랑 : 응……!

 

클로에 : ………….

(현자님이나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무사히 쇼가 끝날 수 있기를……)

 

――

 

완전히 해도 진 무렵.

거리 곳곳이, 별과 관련된 장식들로 수놓아져,

제각기 차려입은 사람들로 빛나고 있다.

하늘에 보이지 않는 별 대신,

사람들이 지상에 만들어 낸 밤하늘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히스클리프 : 굉장하다…….

사람들이 잔뜩 와있네요.

 

 

아서 : 노점도 많이 나와 있네. 저 파이 같은 건 뭘까?

아, 저쪽에는 캔디도 팔고 있네. 달콤하고 좋은 냄새가 나!

돌아가는 길에, 오즈 님이나 리케에게 사다 주자.

 

카인 : 아하하, 어린애 같은 얼굴을 하고.

네가 즐거워하니까, 나도 기뻐.

 

아서 : 그, 그렇게 어린애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나……?

 

카인 : 응. 처음 만났을 때의 너보다,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때는 어딘가 긴장하는 느낌이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웃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서 : ………….

 

카인 : 아서?

 

아서 : ……아니, 나는 좋은 친구를 가졌다고 생각해서.

옛날, 너의 호위를 받으며 몰래 나갔을 때도,

웃는 나를 같은 얼굴로 보고 있었잖아?

그때의 너도, 분명 그렇게 생각해 주었겠지.

 

카인 : 하하…… 맞아.

새삼스레 알아맞히니 조금 쑥럽지만.

 

아서 : 후후, 쑥스럽게 한 건 피차일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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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미틸 : 잠깐 미스라 씨!

어디에 가는 거예요!?

 

미스라 : 어디라니, 고기 먹으러 가는 건데요.

 

미틸 : 정말, 그건 저희의 역할이 끝나고 난 뒤부터예요!

 

현자 : (……다들, 옷이 잘 어울리네)

 

결국, 프랑 씨와 강가에서 대기하고 있는

클로에와 라스티카를 포함해,

그 날 흰 솜털 모자를 보내준 전원이, 축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자 : 브래들리도, 오늘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래들리 : 뭐, 이미 타버린 배다.

서쪽의 꼬맹이한테도 열정적으로 설득당해 버렸고.

……게다가, 반한 여자가 친구여서인진 모르겠지만,

그 녀석을 위해 시간을 잊을 만큼 한결같이 애쓰는 바보는 싫지 않아.

 

우리가 얘기하고 있으면,

별의 춤 축제의 개최를 알리는 종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일제히, 거리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걸 신호로, 나는 마법사들에게 비밀 계획의 시작을 알렸다.

 

현자 : ……그럼, 시작할까요.

 

아서 : 네. 프랑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저희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눈부신 시간을 만듭시다.

 

카인 : 강가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요란하게 말이지!

춤이라면 맡겨줘.

 

미스라 : 뭐, 제가 제일 눈에 띄겠지만요.

 

히스클리프 : 긴장하지 않도록 심호흡을 하고…….

저도, 최선을 다하고 올게요!

 

다들 각각 맡은 장소에 향해 가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

브래들리가 당차게 웃었다/

 

브래들리 : 어이, 남쪽의 꼬맹이. 일단은 우리가 나설 차례다.

간다!

 

미틸 : 네!

 

브래들리와 미틸은, 혜성처럼 똑바로 거리의 상공으로 날아갔다.

 

브래들리 : 《アドノテンスム》

 

미틸 : 《オルトニック・セアルシスピルチェ》!

 

두 사람이 주문을 외우면,

하늘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종이 꽃가루가 하늘하늘 내리기 시작했다.

별 모양을 한 그것은, 마치 만 천의 별이 빛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라도 한 듯이, 거리에 쏟아진다.

 

마을 사람들 : 어이, 뭔가 내리기 시작했어……!

 

마을의 아이 : 엄마, 봐봐! 하늘에서 별이 내렸어!

 

마을의 여성 : 응……정말 예쁘네!

 

마을 사람들 : 뭐야, 이건. 마법인가? 마법 과학인가?

 

마을 사람들 : 아하하, 어느 쪽이든 재미있잖아.

 

마을 사람들 :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이 거리에서,

이렇게 눈부신 걸 볼 수 있다니.

 

브래들리 : 정말, 종이 꽃가루를 흩뿌리다니,

내가 할만한 일이 아닌데.

 

미틸 : 저희의 마법으로, 진짜 별은 만들 수 없지만……

조금은 기뻐했겠죠?

 

브래들리 :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짜든 뭐든 간에,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보다는, 훨씬 낫지.

 

미틸과 브래들리가 내린 별 모양의 종이 꽃가루에 환호성이 치솟는 가운데,

이번에는 히스클리프가 몰래 주문을 외웠다.

 

히스클리프 : 《レプせヴァイヴルプ・スノス》

 

작은 빛의 구슬이, 거리의 소란을 누비듯 날기 시작한다.

부드럽게 다가서는 듯한 불빛에 이끌려,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히스클리프에게 달려갔다.

 

어린 여자아이 : 이 반짝반짝, 오빠가 만들어 낸 거야?

정말 예쁘다……!

 

히스클리프 : 으, 응. 맞아.

 

어린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향하자,

히스클리프는 조심스럽게 미소 지었다.

 

히스클리프 : 아직 우리 쇼는 계속 될 거니까,

부디 즐겨줬으면 좋겠어.

괜찮다면, 이것도 받아.

 

히스클리프가 눈앞에서 슈가를 꺼내자,

아이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기뻐했다.

 

어린 여자아이 : 와아, 고마워!

그림책에서 본 별님이랑 똑같아……!

 

어린 남자아이 : 저기, 혹시 형아……. 별의 요정님이야?

 

 

히스클리프 : 으음, 내 정체는…….

비밀, 일까.

 

히스클리프가 난처한 듯이 미소 짓고,

자신의 검지를, 살짝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듯 숨을 내쉬었다.

다음은, 내 차례다.

모두가 흥을 돋운 축제 분위기에 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낸다.

 

현자 : 우와……! 저쪽에서도, 엄청난 쇼를 하는 것 같아!

 

마을 아이들 : 에, 어디 어디?

 

마을 사람들 : 봐봐, 좀 더 거리 중심에서야!

 

마을 사람들 : 뭐가 시작되는 거야?

 

사람들이 일제히 시선을 향한 곳에는, 카인과 아서가 있다.

두 사람은, 일순 시선을 교환하고,

거리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검을 한 손에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서의 춤은, 우아하고 당당하게.

팔이 휘고, 검의 궤적이 아름다운 호를 그린다.

카인의 춤은, 늠름하면서 대담하게.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함성도 점점 커져간다.

아서는 카인에게 눈짓하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서 : 스승님, 아티의 춤은 어떤가요?

 

 

 

카인 : 역시 나의 주군……이 아니고, 제자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나도 스승으로서, 기사로서,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아서 : 아하하. 스승님은 믿음직스럽네.

나도, 제자로서 온 힘을 다할게!

 

순간, 두 사람의 춤이 가열차게 변했다.

빠르고 대담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큰 성원을 보낸다.

 

마을 사람들 : 멋있어! 정말로 멋진 춤이야!

 

마을 사람들 : 둘 다 멋져-!

 

그러자 이번에는, 하늘에서 불꽃이 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늘에서 불꽃을 휘감은 채 춤추며 내려온 것은, 미스라였다.

마치, 이쪽을 보라고 강제로 멱살을 잡힌 것 같은 충격에,

관객들은 술렁였다.

 

미스라 : ………….

 

거리를 느긋하게 둘러보는 미스라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되고,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마을 사람들 : 어머, 이 얼마나 멋진 사람이람!

 

마을 사람들 : 게다가, 굉장한 박력…… 정말 강할 것 같아!

 

 

미스라 : 네, 알고 있어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미스라는,

의상을 휘날리며 빙글 돌았다.

……그건, 클로에의 말대로,

다가오면 위험하다고 뇌가 경종을 울리는데,

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미소로.

규칙성도 아무것도 없는, 본능대로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고 있을 뿐인데.

끝없이 아름다운 춤에 시선을 빼앗긴다.

 

미스라 : 《アルシム》

 

미스라의 손끝을 타고, 하늘에 열렬한 섬광이 쏘아 올려진다.

금빛의 커다란 불꽃이,

연이어 잿빛 하늘에 활짝 피어나고,

관중 속에서 한층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마을 아이들 : 대단해! 예쁜 불꽃이다!

 

마을 사람들 : 올해 별의 춤 축제는 색다르네.

오길 잘했어!

 

마을 사람들 : 어, 어이!

저 남자, 마법사 아니야?

 

마을 사람들 : 마법사가 섞여 들다니……

나는 속은 적이 있어. 저 녀석들은 믿을 수 없어.

 

마을 사람들 :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속아 넘어가는 거라도 좋아.

 

마을 사람들 : 적발 미남! 아까처럼 또 춤춰줘.

 

거리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거리에서 벗어나――강둑 방향으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현자 : (모두의 덕분에, 저쪽은 사람이 전혀 없는 것 같아

프랑 씨, 무사히 레일라 씨와 만나고 있을까……)

 

히스클리프 : 현자님, 여기 계셨군요.

 

현자 : 아, 히스. 아까는 수고 많았어요!

빛의 구슬 쇼, 정말 멋있었어요.

남자아이의 말대로, 별의 요정님 같아서.

 

히스클리프 : 아하하……조금 부끄러운 부분을 보였네.

그래도, 감사합니다.

 

히스클리프는 수줍은 듯 부끄러워하고,

미스라가 올린 불꽃을 바라보았다.

 

현자 : 예쁘네요.

마치, 별의 꽃이 밤하늘에 피어난 것 같아요.

 

히스클리프 : 네, 무척.

……소리뿐 아니라, 이 아름다운 빛이,

조금이라도 강 건너 사람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네…….

 

현자 : 히스…….

 

유난히 큰 불꽃이 피어나고,

우리를 비추면서, 하늘하늘 흩어져 간다.

불꽃을 비추던 유리 빛 눈동자가 나를 비추는가 하면,

문득 부드럽게 가늘어진다.

 

히스클리프 : ……현자님, 여기는 저희에게 맡겨두셔도 괜찮아요.

 

현자 : 에……?

 

히스클리프 : 현자님이 있는 편이,

클로에 일행도 안심할 거고…….

아까, 걱정하듯이 강둑 쪽을 바라보고 계셔서요.

 

현자 : 아하하…… 히스는 다 꿰뚫어 보고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히스.

그럼 저, 말씀에 힘입어, 클로에가 있는 곳에 다녀올게요!

 

――

 

레일라 : ………….

 

프랑 : 아, 레일라……!

 

레일라 : 당신은…….

 

프랑 :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그립네. 처음 만났을 때도, 너는 이렇게 혼자 서 있었지.

 

레일라 : ……처음 만났을 때?

 

프랑 : ……읏.

……저기, 레일라. 역시, 나 기억 안 나?

 

레일라 : ……응…….

 

프랑 : 그런가……. 그래도, 레일라.

나,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너를 정말 좋아해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계속 변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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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클로에 : 레일라, 역시 프랑을 기억하지 못한 것 같네…….

 

라스티카 : ……괜찮아.

오늘은 분명, 두 사람에게 멋진 추억을 만드는 날이 될 테니까.

만일, 레일라가 프랑을 기억한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오늘이라는 날이, 그들의 우정을 새로운 걸음이 될 거야.

 

클로에 : 라스티카…….

……응, 그렇지!

아, 미스라의 불꽃 소리야!

 

라스티카 : 그럼, 상자를 열까.

자, 흰 솜털 모자들아. 밖으로 나와서, 마음껏 날아줘.

 

클로에 : ……좋아, 나도 갔다 올게!

 

라스티카 : 부탁해, 클로에.

모두 함께, 만 천의 별이 가득한 하늘을 만들자.

 

히스클리프가 보내, 마을 변두리의 강둑에 도착한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현자 : 예쁘다…….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만천의 별이 빛나는 하늘처럼 일대를 비추는, 흰 솜털 모자들.

라스티카가 연주하는 쳄발로의 음색을 즐기듯이,

금색의 빛을 내면서 강 위를 날고 있다.

이윽고, 그 빛들은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로에 : 자, 얘들아! 나랑 같이 춤추자!

 

흰 솜털 모자들이 향한 곳――

거기에는, 빗자루를 타면서, 아름다운 의상을 밤바람에 나부끼는 클로에가 있다.

별하늘처럼 빛나는 로브에 호응하듯이,

그 반짝임을 더해가며, 금색의 빛은 하나로 뭉쳐져 하늘을 날아간다.

 

현자 : (마치, 클로에가 은하수를 지휘하고 있는 것 같아……)

 

환상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있으면,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똑같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프랑 씨와 레일라 씨의 모습이 있다.

 

레일라 : 굉장해……! 그림책 속의 별이 빛나는 하늘 같아……!

 

레일라 씨는, 소녀와 같은 미소로

클로에와 흰 솜털 모자들이 만들어 내는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레일라 씨의 기쁜 듯한 표정을 잠시 지켜보고,

프랑 씨는, 촉촉해진 눈을 가늘게 떴다.

 

프랑 : 다행이다…….

네가 말했던 만천의 별이 빛나는 하늘, 드디어 보여줄 수 있었네.

 

레일라 : 그래……그렇네. 나, 이 광경을 보고 싶었어.

그래도, 어째서일까.

왠지……무척, 쓸쓸해.

혼자는, 무척 쓸쓸해서.

그래도, 기다렸어. 같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기 위해서.

……그래서 나, 계속, 여기서…….

 

레일라 씨의 볼에,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 프랑 씨는 당황했다.

 

프랑 : 레, 레일라……! 괜찮아?

 

레일라 : 미안해…….

나, 잊어서는 안 되는 걸 잊고 있는 것 같은데…….

 

프랑 : ……읏…….

……괜찮아. 괜찮아, 레일라. 그렇게 사과하지 말아줘…….

사과해야 하는 건, 나야.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사라져서, 미안해.

……계속 계속, 쓸쓸하게 해서, 미안해…….

 

레일라 : ……눈물…….

 

프랑 : 에?

 

레일라 : 당신도, 눈물이…….

 

프랑 : 아하하, 왜일까.

네 눈물을 봤더니, 자연스럽게 나와버렸어.

……저기, 레일라.

옛날의 너도, 나도……

전부, 내가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어.

그러니까, 잊어버려도 돼.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옆에서 웃고 있어 준다면,

나는 정말로 행복하니까.

 

레일라 : ……너는 대체……?

왜, 나한테 그렇게 까지 말해주는 거야……?

 

레일라 씨는, 의아한 얼굴로 프랑 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짙은 감색의 눈동자는 분명, 흰 솜털 모자의 빛이 반사되어서,

밤하늘처럼 빛나고 있을 것이다.

 

프랑 :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프랑.

계속, 당신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저기…….

레일라, 내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요?

네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해줄게.

 

프랑 씨는, 레일라 씨에게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살짝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긴장으로 조금 떨리고 있다.

잠시 뒤, 레일라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름진 두 손으로 프랑 씨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레일라 : 프랑……. 프랑, 말이지.

무척, 가슴이 따뜻해지는 울림이야.

나도,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

왜냐하면,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가 생기는 건,

무척 멋진걸.

그리고…….

너와 함께라면, 나 혼자서는 놓쳐버리는 것들을 찾아내면서――.

이 세상을, 정성스럽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프랑 : ……!

응……응, 그렇네.

앞으로, 함께 걸어가자.

둘이 함께라면, 분명, 더 이상 무엇도 놓치지 않을 거야.

 

많은 예쁜 것들에 둘러싸인 여운을 즐기듯이,

계속 빛나는 흰 솜털 모자들의 아래.

역할을 마친 클로에와 라스티카는,

프랑 씨와 레일라 씨를 몰래 그림자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클로에 : 다행이다…….

두 사람 다, 즐겁게 얘기하고 있어.

 

라스티카 : 협력해 준 모두는 물론,

클로에가 용기를 내서 제안해 준 덕분이네.

 

클로에 : 아하하, 고마워.

라스티카의 연주도 무척 아름다웠어!

연주를 들은 흰 솜털 모자들이 파앗 하고 빛나기 시작할 때의 풍경이라던가,

이 순간을 어딘가에 간직하고 싶어!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웠어.

 

라스티카 : ……간직한다면, 이런 식일까?

 

쳄발로의 건반 위에서, 라스티카는 다시 긴 손가락을 춤추게 한다.

밤바람처럼 부드러운 멜로디 위를, 이따금 춤추듯이 즐거운 음색이 튀어나온다.

그 선율에 올리듯이, 부드럽게 호를 그린 그의 입술에서 나온 것은,

빛나는 별들과, 그것을 이끄는 마법사의 시였다.

 

클로에 : ……이건…….

 

라스티카 : 그 이름도, ‘흰 솜털 모자와 붉은 머리의 마법사에게 보내는,

별이 빛나는 왈츠’.

오늘 밤의 추억을 담은 노래야.

 

클로에 : ……!

 

라스티카 : 어떻게 해도, 내 가슴속에서는,

추억이 자주 도망쳐 버리니까…….

그 전에, 이 노래 속에 추억을 간직하려고.

그렇게 하면, 나와 클로에 사이의 추억을 형상화해서,

남겨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어떨까?

 

클로에 : 라스티카…….

 

제비꽃색 눈동자가 한순간 휘둥그레지고,

천천히 물기를 머금어 간다.

눈물이 배어있는, 하지만 더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클로에는 손을 내밀었다.

 

 

 

클로에 : 정말…… 정말 기뻐. 그렇지만――.

나는, 욕심쟁이니까, 노래만으로는 부족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잊어버리니까.

노래뿐만이 아니라, 춤 속에도 추억을 남겨둬야지.

 

 

하늘 높이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듯이,

라스티카는 감색 눈동자를 눈부신 듯이 가늘게 뜬다.

그리고 천천히, 소중한 친구의 손을 잡았다.

 

라스티카 : 고마워, 클로에.

정말 매력적인 제안이야. 부디, 한 곡 부탁해.

춤이 끝나면 또 노래……

저번에 같이 보러 갔던 멋진 극의 노래도 전해줄게.

 

클로에 : ……응!

(……저기, 라스티카.

혹시……혹시라도 네가, 오늘 밤을 잊어버려도……

나, 몇 번이고 이 노래를 부르고, 춤춰 보일 테니까)

 

현자 : (다행이다……. 프랑 씨도, 레일라 씨도,

클로에도, 라스티카도……

모두의 표정이, 별에 못지않게 빛나 보여)

 

거리도 시간도, 신분의 차이도 넘어서――.

확실히 지금, 같은 장소에서 붙어 있는 사람들은,

어딘가 자유롭고,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미스라 : 현자님, 여기에 있었네요.

 

현자 : 엣, 미스라!?

축제는 어쩌고……!?

 

미스라 : 어쩌냐니, 이제 제 일은 끝났으니까요.

 

현자 : 그, 그래도, 아직 흰 솜털 모자는 회수하지 않았고…….

 

미스라 : 괜찮지 않나요. 저쪽에는, 카인네도 있고.

 

나른하게 하품을 한 번 내뱉은 미스라는,

아무렇게나 내 옆에 앉았다.

 

미스라 : ……왠지 저 사람, 이전과 다르게 즐거워 보이네요.

 

현자 : 저 사람?

 

미스라 : 클로에 말이에요.

저한테 울 것 같은 얼굴로 질문한 주제에,

지금은 저렇게 해맑은 얼굴로 춤을 추고 있잖아요.

……뭐,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인가.

 

현자 : 저도……?

 

미스라 : 그때, 당신도 왠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현자 :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미스라 : 네.

 

현자 : 그럼, 그건 분명, 클로에의 마음에 공감이 되어서 그런 거에요.

 

미스라 : ………….

 

미스라는, 그 다음을 재촉 하는 것도,

대화를 끊는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말없이 나를 보고 있다.

그 침묵에 힘입어, 나는 말을 이어간다.

 

현자 : 현자의 마법사 모두,

전의 현자님의 얼굴이나 이름을 잊어버렸잖아요.

그래서 제 얼굴이나 이름도,

제가 원래 세계에 돌아가면 잊혀질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미스라 : ……당신, 제가 있는데 돌아갈 건가요?

 

현자 : 에?

 

미스라 : 당신이 없으면 저는 잘 수 없으니까.

이 성가신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묶어서라도 여기 있게 할 거예요.

 

현자 : ……아하하!

확실히, 미스라는 곤란해지겠네요.

 

미스라에게는 웃을 일이 아닌데, 그만 웃어버렸다.

무뚝뚝하고 어수선한 말들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기뻐서.

다음에 올 현자님에게도,

재액의 상처를 완화시키는 힘은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스쳐 간 말은, 나도 잠시 잊기로 했다.

 

현자 : 저도, 아직 당분간은……

모두와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고 싶어요.

이름을 잊어버려도, 얼굴을 잊어버려도,

추억만은, 조금이라도 기억하실 수 있도록.

 

미스라 : ……?

하아, 그런가요.

 

감이 오지 않은 표정 그대로,

미스라는 내 시선을 쫓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칙칙한 남색의 하늘을 수놓듯이 살랑살랑 금색의 부드러운 빛이 흘리는 가운데,

밤바람이 클로에의 웃음소리를 실어 온다.

 

클로에 : 아하하! 라스티카, 한 곡 더 춤추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으면,

잊고 싶지 않은데, 잊어버리는 것도 있다.

그건, 우리 인간도, 마법사도 마찬가지다.

 

현자 : (그래도…….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 아름답고 상냥한 시간을,

언제까지나 나의,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기를.

그렇게 바라지 않을 수 없었다.